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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거짓진술·격리거부에도 손 못쓰는 경찰
확진자 1500명 돌파 일탈도 속출
질병관리본부 처벌대상 언급에도
경찰 “질본이 주무부처” 수사 주저
“사후처리 가능…환자치료 먼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자가 1500명을 넘어서며 급속도로 확산되는 가운데, 격리 수칙을 위반하거나 질병관리본부에 허위 진술을 하는 확진자가 속출하고 있다. 코로나19 확산 속도를 늦추기 위해 이들 확진자에 대한 관리 중요성이 커지고 있지만 관리의 한 축을 담당하는 수사당국이 강제력을 행사하는데 주저하는 모습이다.

격리 수칙 위반, 자료 미제출 등은 처벌 대상이지만 현재까지 경찰이 자체적으로 수사에 착수한 사례는 아직 없다. ‘격리 거부시 현행범으로 체포 가능성’까지 언급한 경찰의 ‘대처 매뉴얼’은 사실상 엄포 수준에 그치고 있다.

경찰청 관계자는 27일 헤럴드경제와의 통화에서 “(코로나19 관련)격리 수칙 위반이나, 허위 진술 등에 대해서는 질본이 사실 확인을 먼저 해야 한다”며 “환자에 대한 수사를 진행하기에는 무리가 있다. 사실관계를 더 파악해 보겠다”고 밝혔다.

감염병의 예방 및 관리에 관한 법률(감염법예방법) 제18조에 따르면 ▷정당한 사유 없이 역학조사를 거부·방해 또는 회피하는 행위 ▷거짓으로 진술하거나 거짓 자료를 제출하는 행위 ▷고의적으로 사실을 누락·은폐하는 행위 등을 할 경우 2년 이하의 징역 또는 2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진다. 허위 진술이나 거짓 자료 제출 등은 수사 대상이 될 수 있다는 이야기다.

경찰청은 코로나19가 본격 확산세를 띄기 전인 지난달 22일 코로나19 의심자가 격리를 거부할 경우 ‘현행범 체포’ 등 강제력을 동원할 수 있다는 내용이 포함된 ‘감염병 관련 경찰 현장 대응 요령’ 지침을 일선 경찰서에 배포했다. 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위해 경찰 수사력이 동원될 수 있다는 ‘경고’였다. 하지만 허위사실 유포나, 마스크 사재기, 매점매석에 대한 단속에 집중된 경찰 수사력은 환자 또는 의심자 관리 업무에는 한발 비켜서 있는 모양새다.

우선 자가 격리 수칙을 위반한 사람에 대한 수사당국의 대처다. 감염병예방법에 따르면 자가 격리를 거부할 경우 최고 1000만원의 벌금에 처해질 수 있다. 감염병예방법 위반은 고소·고발이 없어도 경찰의 자체적인 수사(인지 수사)가 가능하지만 이날 현재까지 자가 격리 위반으로 수사에 들어간 사례는 없다.

15번째 확진자가 대표적이다. 43세의 한국인 남성인 이 환자는 확진 판정을 받기 전 자가 격리 상태에 있던 지난 1일 자신의 처제와 식사를 했다. 처제는 나흘 뒤인 지난 5일 20번째 확진자로 판정을 받았다. “15번째 확진자는 처벌 대상”이라고 브리핑을 통해 밝힌 질본은 이후 “지방자치단체와 함께 고소·고발을 검토 중”이라고 밝힌 바 있다.

하지만 이에 대해 또 다른 경찰청 관계자는 “인지 수사가 가능하지만, 주무 부처는 질본”이라며 “질본이 먼저 사실 관계를 파악해야 된다”고 말했다. 이어 “환자의 경우 치료가 먼저”라며 “사후 법 처리도 가능한 부분”이라고 덧붙였다. 이날 현재까지 이 환자에 대한 고소·고발은 이뤄지지 않은 상태다.

이날에는 대구 거주 70대 부부가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고도 경기 남양주에 사는 딸의 집을 방문해 논란이 됐다. 이들은 지난 21일 대구 서구 보건소, 이틀 뒤인 23일 질본에서 ‘자가 격리 대상자’라는 내용의 휴대전화 문자메시지를 두 차례 받았지만 “자가 격리 대상자인 줄 몰랐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확진자가 동선을 숨겼다가 폐쇄회로(CC)TV 조사를 등을 통해 추가 동선이 밝혀지는 일도 있다. 서울 서대문구는 추가 조사를 통해 신천지 신도 확진자(111번째 환자)가 서대문구 내 동주민센터 3곳을 더 들른 사실을 확인했다. 이 확진자는 대구시에 거주하는 신천지 신도로, 확진 하루 전인 지난 19일 같은 건물에 있는 가좌보건지소와 북가좌1동주민센터를 방문해 신용카드 영업을 했다고 지난 21일 서울시 역학조사팀에 진술했다.

하지만 서대문구는각 동주민센터 CCTV를 분석한 결과 이 환자가 같은 날 북가좌2동·남가좌2동·홍은2동주민센터 등 3곳을 더 방문한 사실을 확인했다. 문석진 서대문구청장은 “확진 환자의 거짓 진술로 뒤늦게 밝혀진 정보이지만 주민의 알 권리 차원은 물론 타 시군구에서 동일한 허점이 재발하지 않기를 바라는 심정으로 사실관계를 적극적으로 공개한다”고 말했다. 박병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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