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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봉쇄”·“폐쇄”…‘숙주’ 된 사회갈등
특정집단 혐오·극단적 주장…
소모적 정치논쟁에 혼란 증폭
갈등 민낯 드러낸 靑국민청원
코로나 끝나도 깊은 내상 우려

지역, 이념, 종교가 얽힌 우리 사회의 극심한 정치 갈등이 감염병 재난의 ‘숙주’가 되고 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와 관련해 특정 집단·지역을 향한 혐오와 극단적인 주장, 소모적인 정치논쟁이 우리 사회의 갈등을 증폭시키고 재난 대처를 더욱 어렵게 하고 있다. 정부의 대책은 국민 불안감 확산보다 한발씩 뒤처지고, 여당의 “대구·경북 봉쇄”라는 부적절한 설화는 불신만 키웠다. 중국 우한(武漢)에서 코로나19가 창궐하자 중국인에게 향했던 혐오가 대구·경북으로 방향을 틀었고, 특정 종교는 코로나19 지역확산으로 지목되며 무차별적인 비난까지 쏟아졌다.

전문가들은 국민 생명·건강과 직결된 문제인 만큼 소모적인 비난이나 논쟁은 자제하고 방역 당국의 예방수칙에 따라 전국 확산을 막는 데 집중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로 인한 갈등과 분열은 코로나19 사태 이후에도 우리 사회에 더 깊은 내상을 남길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특히 청와대 국민청원은 우리사회 갈등을 보여주는 민낯이자 현주소가 되고 있다. 26일 오전 10시 현재 청와대 국민청원에는 코로나 관련 키워드로 544건이 게시된 상태다. 지난 22일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등장한 신천지예수교회를 강제로 해체해야 한다는 내용의 청원이 71만4000여명의 동의를 얻은 상태다.

코로나19 확산의 국내 유입을 막기 위해 중국인 입국을 금지해달라는 내용으로 지난달 23일에 올라온 청와대 국민청원도 지난 22일까지 총 76만1833명의 동의를 받고서 마감됐다. 심지어 문재인 대통령의 탄핵을 촉구하는 내용의 국민청원도 40만에 육박했다.

혐오와 근거없는 비난도 SNS에서 더욱 기승을 부리고 있다. SNS에는 중국 우한처럼 타지역을 잇는 모든 항공편과 교통편을 막자는 ‘대구·경북 봉쇄론’까지 나돌고 있다. 코로나19를 지칭하는 용어마저 ‘대구 폐렴’, ‘TK(대구·경북) 폐렴’, ‘대구 코로나’ 등이 왜곡되고 있다.

여기에 여당 수석대변인은 확산 방지를 위한 대책 중 하나로 ‘대구·경북 최대 봉쇄조치’ 발언으로 불안감을 가중시켰다.

문 대통령과 청와대, 더불어민주당이 곧바로 진화에 나섰지만 파문을 말끔히 수습하기엔 역부족이었다. 문 대통령은 오후 대구를 방문해 직접 “지역적인 봉쇄를 말하는 것이 아니다. 전파와 확산을 최대한 차단한다는 것임을 분명히 밝힌다”며 “오해의 소지가 있었던 것 같아서 다시 한번 설명드린다”고 강조한 바 있다.

전문가들은 코로나19와 같은 국가적 재난을 극복하기 위해서는 온 국민이 지혜와 역량을 모아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정부가 하는 일에 믿음이 안 가면 정책 효과는 저감되고 방역 효과는 더딜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김찬수 정치평론가는 “코로나19를 두고 정치권에서 시작된 갈등이 사회 전반으로 확산되고 있다”며 “종교 문제와 정부 대응을 놓고 여론이 둘로 갈라서는 상황인데 이 상황에서 중요한 것이 정치다. 갈등을 봉합하고 일치단결하는 대응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말했다.

김규철 정치평론가는 “전 국가적인 위기상황인 ‘코로나19’ 사태에 선거를 앞두고 여야도 ‘정쟁’이라는 비판을 신경쓸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며 “과도한 공포 조장 역시 여야가 모두 경계하고 있기 때문에 과도한 발언을 자제하고 있지만 방역이 어느정도 성과를 보인 뒤에는 경제 회복 방안을 놓고 다시 다툼의 소지가 발생할 것”이라고 말했다.

강문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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