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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랑의 불시착’김정현 "승준, 죽으면서 삶을 완성…현실이라도 같은 선택”

[헤럴드경제 = 서병기 선임기자]배우 김정현(30)의 연기가 날로 무르익고 있다. 그는 ‘질투의 화신’(2016) ‘역적’(2017) ‘학교2017’(2017) ‘으라차차 와이키키’(2018) ‘시간’(2018)을 통해 급성장하더니, 최근 종영한 tvN 토일드라마 ‘사랑의 불시착’(극본 박지은, 연출 이정효)에서는 존재감을 확실하게 드러냈다.

그는 ‘사랑의 불시착’에서 윤세리(손예진)의 오빠와 사업 중 거액의 공금을 횡령해, 북한으로 도망친 사업가 구승준 역을 맡아 열연을 펼쳤다. 특히 서단(서지혜)을 향한 애틋한 사랑을 실감나게 연기해 시청자들에게 박수를 받았다. 최근 한 카페에서 만난 김정현은 드라마의 성격과 자신의 캐릭터에 관해 세세하게 설명했다.

“겉으로 보기에는 사랑이야기이다. 북한이 가깝고 알 수 있다고 하지만 정말 모르는 곳이다. 북한사람이 서울에 온다면, 또 남한 사람이 북한에 간다면 이라는 식으로 남북을 왔다갔다 하면서 양쪽을 다 담아낸 드라마다. 정혁-세리와 우리(구승준-서단) 커플과 5중대원이 남과 북을 오가며 보여준 판타지가 흥미롭다.”

실제로 이런 모습들이 시청자의 큰 관심을 이끌어냈다. 그 인기의 중심에는 정혁-세리가 있지만, 구승준-서단 커플, 5중대원, 사택마을 사람들의 기여도도 만만치 않았다. 특히 구승준-단이 커플은 드라마가 진행될수록 시청자의 많은 사랑을 받았다.

“승준은 세리를 정혁으로 부터 떨어뜨리려고 하다가 단이와의 관계가 진전된다. 승준과 단의 관계가 진전될 수 있었던 것은 도도한 단이를 당황하게 하고 화도 나게 하는 그런 말랑한 부분이 승준에게 있었기 때문이다. 승준이가 단이에게는 계급적인 부분보다는 인간적인 부분으로 더 어필했다. 승준이가 자신의 것만 취하던 모습과는 달리 희생으로 마무리된다.”

김정현은 마지막회에서 단이와 해피엔딩이 아닌, 총을 맞아 죽는 장면이 아쉽지 않았냐는 질문에는 “아니다. 아쉽지만 가장 기억에 남는다”고 말했다. 오히려 승준의 죽음이, 승준의 성장에 쐐기를 박는 역할을 했다. “사기꾼의 모습을 보여준 승준이가 단이 앞에서는 착해지고, 멋있어지고 싶다고 말하지 않나. 이게 구승준의 성장 포인트다.”

그는 “승준이를 잘 죽여준 것 같다. 새드 엔딩이지만, 각자에게 해피엔딩이다. 죽으면서 삶을 완성하게 되는 해피 엔딩이다. 단이도 그 에너지로 불쌍한 사람이 아니고 멋지게 살아나갈 것이다”고 마지막을 설명했다. 만약 자신이 승준이라면 그런 선택을 할 것이라고까지 했다.

김정현은 “승준이가 공항에서부터 캐리어를 끌고오는 단이에게 호감을 느꼈다. 시간이 가면서 단이가 불쌍하다고 생각했다. 약혼자(정혁)가 단이를 바라보지 않는다. 사실 갈 곳이 없는 내가 더 불쌍하다. 서로 불쌍하다고 생각하는 포인트가 있다. 그러면서 발전한 것이다”라면서 “자신이 천 사장에 잡혀있을때, 아무런 이득 없이 자신을 숨겨준 꽃제비를 보면서 돈이 최고가 아니란 걸 알게됐다. 이것도 승준이 단이에게 더 다가가게 했다”고 말했다.

김정현은 정확한 발성을 기본으로 하는 연기 잘하는 배우지만, 유능한 작품 분석가이기도 하다. 그는 “‘사랑의 불시착’이 멜로가 중요하지만, ‘빌런’ 조철강이라는 방해요소가 있었고, 5중대원, 사택마을 에벤저스, 단이 엄마, 삼촌 등의 활약이 시청자들에게 흥미와 재미를 주었을 것이다”면서 “사택마을 사람들이 옥수수, 장작도 챙겨주고, 그런 마을의 의리가 재벌가 싸움보다 더욱더 따뜻함을 느낄 수 있게 했다. 그래서 시청자로 하여금 분단이라는 기본지식에서 판타지의 상상력까지 끌어내 즐겁게 감상하게 했다”고 설명했다.

김정현은 캐릭터를 분석하는 스타일에 대해 “작품에 들어갈때, 대본을 통해 캐릭터가 왜 그럴까라는 의문부호를 던지고 시작한다. 현장에서 완성되는 부분도 있다. 정보 수집보다는 대본에 기반해 연기를 펼친다”고 전했다.

김정현은 한국예술종합학교에서 연기를 전공했다. 발성부터가 탄탄하다. 연기가 안정돼 있다고 하자, 자신의 연기 스타일을 들려주었다.

“학교에 대한 고마움이 있다. 기본적인 훈련부터 받았다. 그때는 이런 걸 왜 하지 라고 생각했다. 연기 수업을 통해 반복훈련을 받았다. 물론 아직 모자란다. 부산 출신인데 지금도 사투리가 조금씩 나온다. 1대1로 선생님이 붙어, 연기 수업을 했는데, 그때 읽어내고 분석, 소화하는 과정을 여러번 거쳤다. 당시 선생님이 학생에게 감정 연기를 계속 시킨 적이 있다. ‘너는 왜 화를 내니? 내가 너가 느끼는 것 보려고 앉아있나. 전달하는 게 중요하지’ 선생님의 이 말이 크게 느껴졌다. 햄릿을 연기할때 내가 슬픈게 중요한 게 아니라, 상대방에게 연기가 들키도록 하는 것, 바라봐주는 사람에게 뭘 전달해줄 것인가를 고민해야 한다는 걸 그때 알게 됐다.”

김정현은 2018년 7월 열렸던 MBC ‘시간’ 제작발표회에서 다소 무성의한 모습을 보이며 태도논란에 휩싸인 바 있지만, 1년 5개월의 자책과 반성의 시간을 가진 후 대중앞에 나타났다. 그는 “반성도 했고, 희망도 발견했다. 이 순간을 잘 살아야 미래도 있다”고 말했다. 연기 5년차에 접어든 김정현은 최근 아카데미 4관왕의 영화 ‘기생충’을 보면서 좋은 에너지를 받았고, 영어를 열심히 공부해 영어로 연기를 남기고 싶다고 말했다.

/wp@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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