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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부재의 기억', 아카데미 그 후…“해외 관객들도 세월호 이야기에 공감하고 분노”

[헤럴드경제=고승희 기자] 해마다 봄이 오지만, 그날 이후 누군가에게 ‘봄’은 이전의 봄과 같지 않았다. 장훈 4·16 세월호 참사 가족협의회 운영위원장은 “피해자가 바라보는 세상과 일반 사람들이 바라보는 세상은 다르다”고 말했다. 습격하듯 찾아왔던 2014년의 봄이 다시 알려지는 계기가 마련됐다.

‘박제된 시간’이 전 세계인 앞에 모습을 드러냈다. 250명의 아이들은 모두가 환호하는 ‘영화인들의 축제’에서 당당히 주인공이 됐다. 단원고 학생 김건우 군의 어머니 김미나 씨와 장준형 군의 어머니 오현주 씨는 예정에 없었던 레드카펫에 섰다. “감독님과 피디님의 배우자께서 양보해주셔서 서게 됐어요. 평범한 정장을 가져갔는데, 교민들이 ‘아이들을 데리고 가는데 엄마들이 당당하게 들어가야 한다’며 드레스도 빌려주고 화장도 해줬어요. 시상식장에 엄마가 아닌 아이들의 입장으로 들어갔어요. 그때 저흰 건우였고, 준형이였어요. 250명의 우리 아이들이 그곳에서 당당하게 사진을 찍은 것이 가장 좋았어요.” (김미나 씨)

[한국독립PD협회 제공]

이승준 감독의 다큐멘터리 ‘부재의 기억’이 영화 ‘기생충’과 함께 아카데미 시상식 레드카펫을 밟았다. 한국 영화 최초 아카데미 단편 다큐 부문 후보에 올랐기 때문. 수상까지 이어지진 못 했지만, 2014년의 봄을 세계인들에게 알린 것만으로 큰 성과이자 의미를 가진다. 이승준 감독과 오현주·김미나 씨, 장훈 4·16 세월호 참사 가족협의회 운영위원장은 18일 오전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귀국 보고 간담회를 통해 그간의 소회를 밝혔다.

“아카데미 상은 받지 못 했지만, 다행이라고 생각합니다. 유가족협의회에서 같이 올 수 있었던 것도 다행이고, 후보에 오른 것도 다행이었고, 현지에서 좋은 반응을 얻었던 것도 다행이었어요.” (이승준 감독)

이날 참석한 오현주 씨는 “‘부재의 기억’이 후보가 됐다는 이야기 들었을 때부터 전 세계가 세월호 참사의 진실에 관해 관심을 가져주길 바랐다”며 “세월호 참사의 진실을 밝히고 관련자를 처벌할 필요가 있기 때문에 우리는 6년 동안 쉬지 않고 열심히 싸워왔다. 이런 부모들의 싸움을 기억해주고 응원해주는 것이 부분적으로나마 현실화하는 것 같아서 기뻤다”고 말했다.

‘부재의 기억’은 미국 다큐 제작, 배급 단체인 ‘필드 오브 비전’의 제안에서 시작됐다. 애초의 제안은 박근혜 대통령 탄핵 촛불집회에 관한 다큐를 만들어달라는 것이었으나, 이 감독은 세월호의 이야기를 담았다. 사고 당일부터 시간순으로 재구성해 29분 짜리 다큐멘터리로 만들어진 ‘부재의 기억’은 2018년 뉴욕다큐영화제에서 대상을 받으며 아카데미 시상식 후보에 올랐다. 현지에서의 반응이 너무나 뜨거웠다.

[한국독립PD협회 제공]

이 감독은 “현지 상영회에서 많이 공감해줬고 분노해야 할 지점에서는 함께 분노해줬다. 이런 반응이 계속 이어졌다”며 “현지 언론과도 인터뷰 많이 해서 훌륭한 작품이라는 기사들도 실렸다. 사고가 일어난 뒤 두시간 동안 벌어진 일을 시간 순서에 따라 편집한 부분을 좋게 평가했다”고 말했다.

“특히 처음 세월호 선장이 등장하는 부분에선 사람들이 웅성웅성하며 욕도 하고, 같이 분노하더라고요. 오히려 저희보다 더 적극적으로, 상식적인 수준에서 반응하는 걸 봤어요.” (이승준)

좋은 반응을 얻기까진 방대한 분량으로 촬영된 영상을 29분 짜리로 압축하는 과정에서의 노고가 바탕했다. 이 감독은 “세월호를 둘러싼 이야기와 숨겨진 것들이 워낙 복잡해 해외 관객들이 그 맥락을 이해할 수 있을까 고심했다”며 “2017년 8월에 초반의 절반 정도를 제가 편집을 하다가 미국 편집자를 고용해 지금의 버전으로 만들었다”고 말했다.

“세월호가 인양돼 목포 신항에 들어올 때 현장에 있었어요. 영화엔 담담하게 담았지만, 현장에선 많이 울고 분노했죠. 감독의 입장에선 그런 부분이 들어가야 하지 않을까 생각했지만, 미국 제작사의 입장은 달랐어요. 그 쪽은 장례식장에서도 울지 않는 문화이니까요. 결과적으로 그 판단이 맞았다고 생각해요.” (이승준)

‘부재의 기억’은 많은 사람들에게 조금은 무뎌진 6년의 시간을 다시 떠올리게 했다.

이 감독은 “오늘 이후 ‘부재의 기억’에 대한 관심이 식을 수도 있는데, 이게 시작이었으면 좋겠다”라며 “이 작품을 통해 다시 한번 세월호 얘기를 많이 했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전했다. 다큐멘터리는 유튜브를 통해 볼 수 있다.

she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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