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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오스모 벤스케와 서울시향의 완벽한 ‘부활’
[서울시향 제공]

[헤럴드경제=고승희 기자] 완벽한 ‘부활’. 오스모 벤스케 음악감독과 서울시향의 새로운 시대가 열렸다. 4년간의 공석을 채운 핀란드 출신 오스모 벤스케(67) 음악감독은 서울시향 취임 이후 첫 연주회에서 말러 교향곡 2번(부제 ‘부활’)을 선택했다. 이들의 연주는 ‘벤스케의 시대’를 알리는 장엄한 의식이었다.

지난 14, 15일 양일간 서울 롯데콘서트홀에서 열린 서울시향과 오스모 벤스케 감독의 첫 연주회는 3000여명의 관객들을 맞으며 성공적으로 마무리됐다. 애초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우려로 예매 취소도 나왔지만, 이후 재판매되며 공연장에서 빈자리는 그리 많지 않았다.

새로운 음악감독을 맞은 서울시향의 첫 연주회는 클래식 애호가들에게도 기대가 높았다. 말러 교향곡 2번 ‘부활’은 정명훈 지휘자가 예술감독이던 시절에도 함께 연주했기에 서울시향에도 각별한 곡이다. 벤스케 감독은 이 곡을 선택한 것에 대해 “새로운 시작을 대표하는 곡이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말러 교향곡 2번 ‘부활’은 인간의 존재 이유와 죽음에 대한 말러의 고민이 담긴 곡이다. 5악장으로 구성된 관현악으로 성악 독창과 합창이 어우러졌다. 공연에선 메조소프라노 카트리오나 모리슨과 소프라노 시오반 스타그가 협연하고, 국립합창단과 서울모테트합창단, 그란데오페라합창단 120여 명이 함께 했다.

[서울시향 제공]

벤스케 감독은 거침없고 압도적인 몸짓으로 80분을 이끌었다. 우아하게 손을 뻗어 악단을 움직였고, 때때로 단상 위에서 펄쩍 뛰기도 하며 다채로운 표현으로 오케스트라를 진두지휘했다.

“죽음 뒤에도 삶은 있는가?”라는 질문을 던지는 장엄한 1악장을 지나면 서정적인 선율의 2악장이 아름다운 선율의 한 시절을 그려간다. 현악기의 피치카토에 반짝이는 생의 순간을 떠올리게 한다. 말러가 자신의 가곡집 ‘어린이의 이상한 풀피리’에 에 나오는 ‘물고기에게 설교하는 파도바의 성 안토니오’에 기초해 쓴 3악장에선 어수선한 일상을 오케스트라의 연주로 표현했다. 3악장과 마찬가지로 ‘어린이의 이상한 풀피리’에서 따온 가사로 메조소프라노의 솔로가 등장해의식과도 같은 분위기를 자아낸다. 그 뒤 마침내 ‘부활’을 향한 열의를 쏟아내는 5악장으로 연주는 마무리된다.

연주가 끝나자 객석에선 신임 감독과 서울시향을 향한 박수와 함성이 끊이지 않았다. 벤스케 감독은 단원들에게 가까이 다가서 따뜻한 시선을 맞추며 그들을 소개했고, 현악기 파트의 연주자들과 주먹을 맞대는 인사로 깊은 인상을 남겼다. 엄격함 대신 따뜻하고 친근한 리더십의 시작이었다. 객석의 뜨거운 호응에 세 번이나 무대로 다시 등장한 벤스케 감독과 서울시향의 첫 연주회는 새로운 말러의 해석이라는 이정표를 세우며 마무리됐다.

클래식 음악계에 종사하는 한 관계자는 “서울시향은 연주를 잘 하는 오케스트라이면서 지휘자의 색깔에 따라 연주가 많이 달라지는 오케스트라라는 생각을 해왔다”며 “벤스케 감독을 맞으며 어떤 음악을 들려줄지 궁금했는데 앞으로가 더 기대되는 연주였다”고 말했다.

she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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