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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투기세력이 올린 집값…실수요자만 피해”
규제 예상 수원지역 가보니
영통·호매실 등으로 상승세 확산
매물 거둬들이는 집주인도 늘어
“조정지역 지정해도 계속 오를 것”
조정대상지역 팔달구도 ‘뜀박질’
규제추가땐 실수요에 ‘허들’ 작용
광명·구리 등 풍선효과 우려도
정부가 수원·용인 등 최근 집값이 급등한 수도권 남부 일부 지역에서 규제지역이 아닌 곳을 조정대상지역으로 추가 지정한다고 밝혔다. 사진은 경기 수원시 권선구 금곡동의 신축 대단지인 호반베르디움 더 퍼스트. 민상식 기자

“몇 년간 다른 지역 집값 오를 때 수원은 가만 있다가 최근 조금 올랐는데 규제 얘기가 나오니까 답답합니다. 외지인들이 몰려와서 집값을 올려놓고 결국 그 피해는 실거주할 집을 마련해야 하는 수원 시민들에게 돌아가는 것 아닙니까?”

14일 오전 방문한 경기 수원 영통구 망포동에서 만난 40대 주민은 이렇게 답답한 심정을 토로했다. 새 아파트가 밀집한 망포동은 수원 시내에서도 집값 상승세가 뜨거운 곳 중 하나다. 이 지역 주변 중개사들은 투기세력이 급격히 집값을 끌어올렸다면서, 이미 정부의 규제를 예상하고 있었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망포동 A공인 대표는 “오는 4월 총선 전후로 수원에 대한 부동산 규제가 나올 것이라고 다들 예상하고 있었다”면서 “조정대상지역 지정 등 규제를 해도 잠깐 주춤할 수는 있지만 곧 상승세가 이어질 것으로 생각한다”고 밝혔다.

▶투기가 호가 올리고 실수요가 뒷받침=조정대상지역이 아닌 수원 영통·권선구는 투기 세력이 올려놓은 호가를 실수요자가 받아주며 집값이 급등하는 모양새다.

망포동의 대장주 아파트로 불리는 힐스테이트 영통은 매물을 거둬들이는 집주인이 늘고 있다. 인근 B공인 대표는 “3개월새 집값이 급격히 올랐다. 집주인에게 문의하면 계속 가격을 올리면서 팔려고 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힐스테이트 영통 전용 84㎡의 지난달 실거래가는 8억4000만원이며, 현재 호가는 10억원을 넘는다. 집값 상승세는 주변으로 확산되고 있다. 인근 영통 아이파크캐슬 2단지 전용 84㎡는 지난달 7억5000만원에 팔렸고 호가는 8억5000만원을 넘는다.

권선구는 지난달 15일 호매실지구와 광교를 잇는 신분당선 연장선(9.7㎞)이 14년만에 예비타당성조사(예타)를 통과하면서, 일대 아파트값이 들썩였다. 권선구 금곡동의 대장주 아파트인 호반베르디움더퍼스트 전용 84㎡ 실거래가는 지난해 12월 초 5억400만원에서 지난달 초 6억원으로 뛰었고 최근 7억7000만원에 실거래 신고가 이뤄졌다. 인근 C공인 관계자는 “지난달 예타 통과 이후 상담 문의 전화가 하루 100통 넘게 와서 업무를 못할 지경이었다. 지금은 투기세력이 지나가고 실수요자들의 문의만 있는 편”이라고 했다.

다른 공인중개사도 “호매실 지역에서 가격이 급등한 아파트는 호반 등 신축 단지 몇 곳에 불과하다”면서 “인근 20년 넘은 구축 아파트의 경우에는 가격이 별로 오르지 않아, 조정대상지역으로 지정하기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국감정원 조사에 따르면 지난 10일 기준 수원시의 아파트값은 전주 대비 2.04% 상승했다. 권선구(1.23%→2.54%)는 신분당선 연장 등 교통 호재가 있는 금곡·호매실동 위주로 올랐다.

▶조정대상지역 팔달구도 급등=수원의 유일한 조정대상지역인 팔달구는 재개발 사업이 진행되면서 몇 달새 가격이 급등했다. 한국감정원에 따르면 이달 10일 기준 팔달구(0.96%→ 2.15%)는 재개발 이슈가 있는 매교역과 화서역 인근 단지 위주로 집값이 뛰었다.

팔달구 매교동 힐스테이트 푸르지오 수원(팔달6구역, 지난해 12월 일반분양)은 거래 가능한 조합원 매물(입주권)을 찾는 수요가 몰리고 있다. 조정대상지역인 팔달구에 속하는 이 단지는 대출·세제 규제를 받지만, 6개월 뒤 분양권 전매가 가능하다.

이 지역 D공인 관계자는 “전용 84㎡ 기준 조합원 입주권에는 4억5000만원의 웃돈이 붙었다. 찾는 사람이 많지만 물건이 없어 예약을 걸어놔야 한다”면서 “분양권 전매제한이 6월 말 풀리고 8구역(3603가구), 10구역(3432가구)까지 분양에 들어가면 매교동 전체가 투기판이 될까 걱정된다”고 말했다.

▶심상치 않은 집값 움직임에 칼 빼든 정부, 규제 후 광명·구리 풍선효과 우려도=국토부는 지난 13일 “최근 수도권 국지적 상승지역을 엄중히 모니터링하고 있으며 시장불안이 심화·확산할 우려가 있다면 규제지역 지정 등 필요한 조치를 즉각 취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현재까지는 과열지역 일부를 조정대상지역으로 추가 지정하는 방안이 유력하다. 이 경우 주택담보대출비율(LTV)이 줄고 다주택자 양도세·종합부동산세 중과, 분양권 전매 제한 등의 규제가 적용된다. 이미 조정대상지역인 수원 팔달구 등이 투기과열지구가 되면 LTV는 더 줄고 분양가상한제 대상이 된다.

수원은 서울보다 낮은 가격대의 주택이 있는 데다 덜한 규제, 교통 호재 등이 겹쳐 투자수요와 실수요가 혼재돼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공통된 의견이다. 함영진 직방 빅데이터랩장은 “급등세가 숨을 고르면 단기적으로 시장 불안을 견딜 수 있지만, 또 집을 구하는 데는 걸림돌이 생길 수 있다”며 “어려워지는 대출과 양도세·보유세 부담 등이 그것”이라고 설명했다.

박원갑 KB국민은행 부동산 수석전문위원은 “조정대상지역 3억원 이상 주택을 취득할 때 자금조달계획서를 제출하는 방안이 추진되는 등 규제가 더 강화되고 있다”며 “결국 최종 피해자는 실수요자가 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마땅한 투자처를 찾지 못한 시중 유동성이 특정지역에 몰릴 때마다 규제로 대응할 수 있는지에 대한 의문도 더해지고 있다. 추가 규제로 인해 경기 광명과 구리 등에서 풍선효과가 커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함 랩장은 “이미 투기과열지구인 경기 광명에서도 최근 집값 급등세가 나타나고 있다”며 “결국에는 시중에 늘어난 유동자금을 어떻게 차단하는 가의 문제”라고 말했다. 수원=민상식·양영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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