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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현장에서] 국회의원 되려면 집 한 채도 팔아야 하는 시대

  • 기사입력 2020-02-13 14: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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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집을 왜 팔아야 하는 것이죠? 집이 딱 한 채뿐인데….”

얼마 전 이낙연 전 국무총리가 집을 내놨다는 소식에 인근 공인중개업소를 찾았다. 이 집이 전세로 시장에 나왔을 때 세입자에게 집을 보여줬다는 40대 여성은 대뜸 이렇게 말했다. 아무리 비싼 강남 아파트라도 20여년 전에 매입해 직접 거주하던 곳인데, 타 지역구에 국회의원으로 출마하니 ‘무주택자’가 돼야 한다는 게 이해가 가지 않는다고 했다. 낙선이라도 되면 괜히 집만 판 셈이다.

만약 기자가 이 전 총리의 아내라면 억울할 것 같다. 낡은 강남 재건축아파트를 매매해 시세차익만을 노리고 단 한번도 살지 않았다면 모를까. 실제 오랜 기간 거주했던 공간이다.

정치인이란 직업이 언제든 자리를 옮길 수 있어 총리 재임기간에 집에 세도 들이지 않았다고 한다. 전남지사를 지낼 때도 영원히 그 자리에 있을 순 없으니 집을 매매하긴 어려웠을 테다. 심지어 이 전 총리의 집은 ‘수리가 잘된 집’이었다. 재건축이나 리모델링 등 호재를 노리고 낡은 채 방치한 집이 아니라 가족이 거주하는 공간이었다는 설명이다.

그러나 억울함을 어디에 말할 수는 없을 테다. 시가 9억원 이상의 고가 주택, 특히 강남 지역에 고가 주택을 보유한 이들을 집값 상승에 따른 불로소득을 노리는 이들로 선을 그은 것은 현 정부와 여당이기 때문이다.

뭐라고 얘기할 수 있을까. 현 정부는 ‘거주하지 않으면 투기’고, 집값이 올라 얻은 차익은 불로소득이라고 치부했다. 이 전 총리는 ‘업무에 따른 거주 이전’의 예외 조항을 적용해 달라고 할 수도 없었을 것이다.

정부는 집은 ‘사는 것’이 아니라 ‘사는 곳’이라고 했다. 대다수 사람에게 거주는 집값 이상의 의미를 지닌다. 집은 개인이나 가족의 사적인 삶이 녹아 있는 공간이다.

서울시 고위 공직자는 얼마 전 기자와 만난 자리에서 임대주택 공급을 벤치마킹하러 오스트리아 빈을 찾았더니 임대주택 담당자가 관리지역의 수목이 몇 그루인지까지 세고 있었다며 놀라움을 표했다. 방이나 화장실 수뿐만 아니라 주변의 나무도 거주문화를 이루는 한 요건인 셈이다.

그러나 요즘 우리나라에선 사람들이 만나기만 하면 ‘집값이 얼마냐’는 숫자를 논하게 됐다. 숫자는 비교가 쉽다. 당장 2억원대에 매입한 이 전 총리의 강남 아파트가 19억5000만원에 팔린 사실이 알려지면서 상대적 박탈감을 느끼는 이들도 많다.

리더십의 기본은 편 가르기가 아니라 ‘신뢰’다. 시장을 교란시키는 집값 담합이나 호재를 노리고 살지도 않을 집을 비워두고 시세차익을 노리는 이들, 편법으로 주택을 증여하거나 임대수익에 대한 세금을 탈루한 이들에 대한 규제를 꼼꼼히 하고 있다는 신뢰를 얻으면 된다.

가족이 생활한 집 한 채를 팔아야만 국민의 마음을 얻을 수 있는 사회는 건강하지 않다. 살아온 모습이 아니라 ‘샀던 것’에 집착하는 리더 선출도 피곤하다. 좀 덜 피곤한 사회에 살고 싶다.

yjsung@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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