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위기시계
실시간 뉴스
  • [사설] 법무부 선거개입 공소장 비공개 납득하기 어렵다

법무부가 청와대의 울산시장 선거 개입 사건으로 기소된 13명의 공소장을 제출해 달라는 국회 요청을 끝내 거부했다. 범죄 혐의에 대한 사실관계가 적시된 ‘공소장’ 대신 이를 간략하게 요약한 ‘공소요지’만 보낸 것이다. 공소장 전문을 제출하면 형사피고인의 공정한 재판을 받을 권리와 사건 관계인의 사생활 및 명예 등 인권을 침해할 우려가 있다는 게 그 이유다.

피고인과 사건관계인의 인권과 절차적 권리는 당연히 보호돼야 한다. 법무부는 앞으로도 동일한 기준에 따라 자료를 제공하겠다는 입장을 함께 밝혔다. 추미애 법무부 장관은 5일 “언론에 공소장 전문이 공개되는 잘못된 관행이 반복돼선 안 된다”며 거듭 확인했다. 하지만 이 같은 법무부의 결정은 그간의 관행을 벗어난 것이고 상식적으로도 납득하기 어렵다.

무엇보다 국민의 알권리 보장 차원에서 수긍이 가지 않는다. 국민의 알권리는 일반적인 생활정보만이 아니다. 국정이 제대로 운영되고 있는지 판단 근거가 되는 모든 자료를 다 망라하는 것이다. 대의기구인 국회의 요청에 법무부가 통상 공소장 원문을 제출해 온 것은 이런 까닭이다. 박근혜 정부 국정농단이나 사법농단 등 굵직한 사건 때도 어김없이 그 관행에 따랐다. 수사상 보안유지 등 극히 예외적인 경우도 있다고 하나 이번 사건은 여기에 해당되지 않는다고 본다.

시기적으로도 적절치 않아 오해를 사기 딱 알맞다. 하필 총선을 두 달여 남긴 지금 공소장 비공개라는 새 기준을 적용하냐는 것이다. 공소장에는 지난 2018년 울산시장 선거를 앞두고 김기현 당시 시장에 대한 수사를 지역 경찰청장에게 청탁한 경위 등의 내용이 담긴 것으로 보인다. 그것만으로도 국민들은 청와대가 개입했는지의 여부를 판단해 볼 수 있다. 결국 4월 총선에 악영향을 줄 수 있어 서둘러 비공개 결정을 했다고 볼 수밖에 없다.

뿐만이 아니다. 법 원칙에 맞지 않는다는 지적도 많다. 국회법 128조와 국회에서의 증언 감정 등에 관한 법률에서는 군사 외교 안보 등 중대한 국가 기밀이 아니면 국가기관은 국회의 자료 요구에 응해야 한다고 명시돼 있다. 그러나 법무부의 비공개 조치 근거는 ‘형사사건 공개 금지’ 훈령이다. 상위법 우선 적용원칙을 어긴 셈이 된다.

국회는 70여장에 달하는 공소장 전문 대신 달랑 4장짜리 요지만 받았다. 국회를 무시하는 것은 국회뿐 아니라 국민에 대한 무시다. 청와대가 이렇게까지 무리수를 두는 것은 그만큼 뒤가 켕기는 게 있기 때문일 것이다. 손바닥으로는 결코 하늘을 가릴 수 없는데도 말이다.

맞춤 정보
    당신을 위한 추천 정보
      많이 본 정보
      오늘의 인기정보
        이슈 & 토픽
          비즈 링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