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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헤럴드포럼-박선호 국토교통부 제1차관] 쪽방촌, 상생·통합 공간으로의 변신

  • 기사입력 2020-02-03 11: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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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 빈곤층이 길거리로 내몰리기 직전 단계에 머무는 마지막 주거지이자 노숙에서 벗어나 일상으로 진입하는 가장 낮은 주거지. 냉·난방 등이 매우 취약하고 사람 한 명 눕기 어려울 정도로 좁으며 화재·범죄 위험에 노출돼 있지만, 모순적이게도 단위 면적당 임대료는 여느 고급주택보다 비싼 곳.”

쪽방에 대한 이야기다. 서울역, 영등포역 등 교통이 편리하고 오가는 사람이 많은 곳에 모여있어 잘 보일 듯하지만, 비좁은 골목을 지나 건물 안에 들어섰을 때 비로소 벌집처럼 다닥다닥 붙어있는 모습을 드러낸다. 쪽방이 모여있는 곳은 ‘쪽방촌’이라는 이름에서 알 수 있듯 마을 안의 또 다른 마을로 구분돼왔다. 이러한 단절은 공간적 격리를 넘어 사회적 배제와 심리적 소외까지 더하며 쪽방촌 주민들의 삶을 더욱 힘들게 한다.

1970년대에 형성되기 시작한 영등포 쪽방촌은 서울 내 쪽방촌 중에서도 주거환경이 가장 열악한 곳이다. 주거환경 개선을 위한 노력도 있었지만, 쪽방촌 주민들에게 안전하고 따뜻한 집은 그동안 너무나 먼 이야기였다. 쪽방 리모델링 사업은 낡고 오래된 쪽방촌을 바꾸기에 한계가 있었다. 오히려 임대료 상승으로 이어져 기존 주민들은 더 낮은 주거지로 내몰렸고 빈자리는 새로운 주민이 채우는 악순환이 반복됐다.

지난달 발표한 ‘영등포 쪽방촌 공공주택사업’은 앞선 사례들을 교훈 삼아 쪽방촌 생태계의 긍정적 요소들을 담아낸 새로운 대안이다. 50년간 방치돼왔던 축구장 1.4배 규모의 쪽방촌을 공공이 나서 ‘선(先)이주 선(善)순환’ 방식으로 정비할 계획이다.

가난한 이들이 쪽방촌을 선택하는 것은 일세·무보증 월세 등의 계약 형태로 보증금에 대한 부담이 없고, 이웃끼리 서로 돕는 공동체 문화가 있기 때문이다. 쪽방촌 주민들에게 제공되는 돌봄 서비스, 생계를 잇기 위한 인력시장과 가깝다는 점 역시 열악한 주거환경 속에서도 이주를 꺼리는 이유로 손꼽힌다.

이번 계획에는 쪽방촌 주민들의 이러한 요구와 눈높이를 반영해 현 거주지에 기존 주민들이 재정착할 수 있고 이웃공동체도 계속 유지할 수 있도록 했다. 쪽방촌 인근에 먼저 임시 이주단지를 조성해 거주토록 하고, 쪽방촌이 있던 자리에 영구임대주택이 건설되면 쪽방촌 주민들이 입주하게 된다.

무엇보다 공공주택사업으로 기존 쪽방보다 2~3배 넓은 공간을 현재의 20% 수준의 임대료로 거주할 수 있다. 입주에 필요한 보증금은 쪽방 주민들에게 부담되지 않도록 주거이전비 등의 세입자 이주대책을 통해 지원한다.

이와 함께 신혼부부와 청년들을 위한 행복주택과 민간 분양아파트, 상업시설, 그리고 지역주민 누구나 이용할 수 있는 육아시설·도서관 등의 편의시설도 함께 들어선다. 쪽방촌 주민이 더는 고립되지 않고 쾌적한 주거단지에서 다양한 이웃들과 함께 살 수 있는 ‘사회통합’이 이뤄지는 것이다.

영등포 쪽방촌 공공주택사업은 수십 년간 방치됐던 쪽방촌을 새롭게 변화시킬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 첫 사례로서 그 의미가 크다. 사업계획 단계부터 쪽방촌 주민 모두를 품은 임대주택 공급, 주민돌봄 시설과의 소통을 통한 공감대 형성 등 쪽방촌 주민들에 대한 존중을 바탕으로 사업을 추진한 점도 의미가 남다르다.

쪽방촌의 변화는 이제 막 첫걸음을 떼었다. 주거복지 측면에서 하나의 큰 걸음이지만 아직 갈 길이 멀다. 영등포를 포함해 서울, 인천, 부산, 대전, 대구 등 전국에는 10개의 쪽방촌이 있다. 영등포 쪽방촌에서 시작된 온기가 전국의 쪽방촌에도 스며들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쪽방에 사는 주민들이 더 안전한 공간에서 더 나은 미래를 꿈꾸고, 쪽방촌이 주거복지를 품은 상생의 공간이 돼야 한다. 정부는 지자체, 공공, 민간과 함께 힘을 모아 지역별 맞춤형 정비를 해나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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