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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희망과 아쉬움 교차한 규제 샌드박스 1년

규제샌드박스 제도 시행 1년을 맞아 관련 부처들이 성과를 홍보하기에 바쁘지만 후한 점수를 주기는 어렵다.지난해 1월 산업융합촉진법을 비롯한 관련법들의 발효 이후 시행 첫해 새로운 제도로 정착되고 일부 난제가 해결된 것도 사실이지만 그들의 자화자찬처럼 ‘기대 이상’이라고 평가하긴 어렵다. 한껏 양보해도 그간의 성과에는 ‘희망’과 ‘아쉬움’이 교차한다는 정도다.

규제샌드박스는 새로운 제품이나 서비스를 출시할 때 일정기간 기존 규제를 면제·유예시켜주는 제도다. 테스트 기간 동안 안전성이나 효율성이 입증되면 규제를 정비해 실제 사업화로 이어지도록 하는 것이다.

이 제도가 없었다면 애플보다 4년이나 앞선 지난 2015년 손목시계형 심전도계를 개발한 헬스케어 스타트업 휴이노는 환자가 의료데이터를 병원에 원격 전송하는 걸 허용치않는 현행법에 막혀 아직도 냉가슴만 앓고 있었을 것이다. 해외로 나갔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이 회사는 규제 샌드박스 지정 뒤 실증특례를 받아 신규투자 유치에 성공했고 다음달이면 제품을 내놓는다.

심야시간대 같은 방향의 손님 간 택시 동승을 도와주는 플랫폼인 코나투스의 ‘반반택시’나 모바일 전자고지 서비스, 도심 수소 충전소, 수제맥주제조기도 마찬가지다.

하지만 거기까지다. 지난 1년 동안 정부가 승인한 규제 샌드박스는 총 195건(금융 77, ICT 40, 산업78)이나 된다. 독특하고 참신하긴 해도 산업과 경제 전반에 영향을 줄 만한 대형 아이템은 찾아보기 어렵다. 수십억원의 매출도 안 되는 사업들이 대부분이다. 인공지능(AI), 원격의료, 자율주행셔틀버스, 실외 자율주행 로봇 등 4차 산업혁명의 큰 줄기 사업들은 여전히 과제 수준에 머물고 있다.

여전히 규제 샌드박스마저 이런저런 까다로운 ‘조건부 승인’ 조항들이 난무하기 때문이다. ‘규제 샌드박스’가 아니라 ‘규제 박스’라는 불만은 그래서 나온다. 새로운 기술, 서비스가 나올 때마다 허가를 받아야 하는 ‘포지티브 규제’ 속에선 아무리 규제 샌드박스라해도 역할에 한계가 있다.

이런 와중에 장관들은 “지난해 안착기를 거쳐 올해 규제 샌드박스의 도약기를 만들겠다”하고 “사회적 약자에게 힘이 되는 ‘따뜻한 규제 샌드박스’가 되도록 하겠다”는 한가한 얘기를 한다. 하루가 다르게 신기술이 나오고 시장 선점의 중요성은 점점 커지는 속도전 세상에서 숙성기간이 왜 필요하고 사회적 배려가 무슨 소용인지 의문이다. 규제 샌드박스 정도로는 모자라니 “네거티브 규제로 전환하자”는 주장이 필요한 이때에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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