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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외이사 임기 제한, 기업 옥죄는 또하나의 ‘규제’일 뿐

법무부가 ‘사외이사 임기 6년 제한’을 담은 상법 시행령 개정안에 대한 법제처 심사를 마쳤다고 밝혔다. 상장회사에서 6년을 초과해 사외이사로 근무하지 못하도록 못을 박은 게 개정 시행령의 핵심이다. 계열사의 재직기간을 더해 9년이 넘으면 역시 사외이사가 될 수 없도록 규정도 포함됐다. 이 시행령은 국무회의 의결과 대통령 재가를 거쳐 이르면 다음달 초순 시행될 전망이다. 당초 1년간 유예하기로 했지만 예정대로 밀어붙이겠다는 것이다. 느닷없는 법 시행에 재계는 충격과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당장 오는 3월 주총에서의 ‘사외이사 대란’이 우려된다. 사외이사 재직 연한 규정은 시행령 시행 이후 곧바로 적용된다. 올해 주총일에 임기가 만료되는 사외이사 가운데 6년 이상이 된 사람은 더 이상 선임이 될 수 없다는 얘기다. 게다가 그 숫자가 너무 많다. 한국상장사협의회에 의하면 이 규정으로 올해 새로 뽑아야 할 사외이사는 최소한 상장사 566곳에 718명에 달한다. 사외이사 교체 수요가 발생한 회사의 60%에 이르는 규모다. 재계 상황에 대한 고려가 전혀 없었다는 것이다.

새 사외이사를 충원할 시간이 너무 촉박한 것도 문제다. 상장사는 주총 2주 전까지는 사외이사 신규 선임안을 주총 안건에 포함해 공시해야 한다. 2월 초 시행령이 시행된다고 하면 실제 사외이사를 영입할 시간은 한 달가량밖에 되지 않는다. 사외이사를 할 수 있는 전문가군은 한정돼 있는데, 수요는 일시에 몰리니 그 혼란과 부작용은 불을 보듯 뻔하다.

경영진의 독주를 막고, 잘못된 결정을 견제해야할 사외이사의 독립성 강화가 요구된다는 정부 입법 취지는 공감한다. 사외이사가 경영진과 유착해 ‘거수기’ 역할만 해왔다는 것도 틀린 지적은 아니다. 하지만 민간기업 사외이사 임기까지 국가가 개입하는 것은 지나친 측면이 있다. 많은 나라가 사외이사제도를 도입하고 있지만 정부가 그 임기를 명문화해 규제하는 예는 찾아보기 어렵다. 영국의 예를 들지만 권고사항일 뿐 강제성은 없다.

정부가 공정 경쟁과 경영의 투명성을 강조하는 것은 나무랄 일이 아니다. 하지만 이를 이유로 기업 경영에 개입하려 한다면 자유시장경제의 근간을 해치는 일이다. 기업 의욕을 부추겨 줘도 경제가 살아날까말까 할 판이다. 그런데 되레 옥죄는 제도적 장치만 늘린다면 기업이 활력을 기대하기 어렵다. 기업에 대한 판단은 시장 자율에 맡기고 정부는 공정한 관리감독자로서의 역할만 충실하면 그만이다. 그래야 경제도 제대로 돌아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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