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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데스크 칼럼] ‘AI윈터’의 유령

  • 기사입력 2020-01-13 11: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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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 말 만난 외국계 회사의 한 임원은 한국에서 사업하기가 점점 힘들다는 고충을 털어놨다.

특히 정부를 상대로 하는 일하는 게 만만치 않다고 했다. ‘법에 없으니 해서는 안 된다는 게 너무 많다’는 것이었다. 서부개척시대에 ‘푸드 트럭’을 계기로 ‘네거티브 규제(원칙허용·예외금지) 시스템’이 뿌리를 내린 미국과 너무 다르다는 것이다.

일본과 비교하면 법과 제도의 차이는 더 뚜렷하다고 했다. 한 번 정해진 법은 웬만하면 바뀌지 않는 데 비해 한국은 그렇지 못해 어려움이 많다는 것이다. 한국에만 있는 규제도 많아 전세계를 대상으로 동시에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이 불가능하다고 했다. 한마디로 대통령이 아무리 ‘네거티브 규제’를 강조해도 현장에서는 체감할 수 없다는 얘기다. 대통령의 신년사에 대해 경제계가 “피부로 느낄 수 있는 규제개혁과 변화”를 요구한 것도 당연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무엇보다 뼈아픈 것은 이러한 규제들이 미래 먹거리인 인공지능(AI)을 비롯한 신산업 혁신 성장의 발목을 잡고 있다는 것이다. 작년 말 정부가 국가차원의 AI 전략을 발표한 후 우리나라는 양적으로만 보면 ‘AI 르네상스 시대’를 맞고 있다. AI 대학원이 속속 생겨나고 AI 투자를 늘리겠다는 기업들도 많다. 정부는 AI 경제효과가 450조원이 넘는다고 홍보까지 했다. 지난주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세계최대가전정보기술전시회(CES)에서 우리 기업들은 AI, 자율주행, 사물인터넷 기술로 존재감을 과시했다.

그런데 연구자들 사이에서는 규제 때문에 ‘AI 윈터(Winter)’가 국내에서 재연될 수 있다는 걱정과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AI 윈터는 원래는 AI에 기대와 투자가 집중됐다가 더딘 기술 발전로 AI에 대한 실망감을 표현한 말이다. 요즘에는 정치, 규제 리스크로 신산업 정책들이 시장에서 도태될 수 있다는 걱정 때문에 이 말이 다시 확산되고 있다.

데이터 3법(개인정보보호법·정보통신망법·신용정보법)이 우여곡절 끝에 국회를 통과한 것은 분명 다행스러운 일이다. 하지만 아직도 많은 신기술이 규제에 묶여 있는 상황은 여전히 안타까운 일이다. 공유차량, 원격의료, 자율주행산업 등 AI에 기반을 둔 기업들은 사업 기회를 위협받고 있고 첨단 분야의 대학 정원을 늘리는 일은 수도권 대학정원 규제장벽에 갇혀 있다.

이러다보니 기업들의 엑소더스는 늘고 외국인들의 국내투자는 줄고 있다. 지난해 해외직접투자는 500억 투자를 넘어 사상 최대 규모를 경신했다고 한다. 최근 현대차가 한국이 아닌 미국에서 앱을 이용한 카셰어링사업을 시작한 것도 규제 때문이었다. 신기술들이 제대로 열매를 맺기 위해서는 기업의 지속적인 기술 개발은 물론 적기에 정부의 법제도적 개혁이 뒤따라야 한다. 정책이 기업의 혁신 의지와 기술의 빠른 속도를 따라가지 못한다면 삼성, LG의 세계적인 가전 기술이 중국 업체들의 추격을 따돌리고 현대차의 ‘모빌리티 비전’이 시장에 안착할 수 있을 것이라 장담할 수 없다.

데이터 3법이 통과되는 데 1년2개월의 허송세월을 낭비한 과오를 다시 범해서는 안 될 일이다. 차제에 규제정책의 틀 자체를 바꾸야 한다는 주문이 나오는 것은 이런 이유에서다. 최상현 산업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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