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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드라마 ‘스토브리그’가 진짜 스토브리그에 미친 영향
드라마로, 어르신, 애엄마까지 이면 알게돼
현장에선, 스타 선수들 연봉 전반적 하락세

[헤럴드경제=함영훈 선임기자] 방송사 별 메인뉴스 직전에 나오는 ‘시청률보장 드라마’를 제외하곤, 주말드라마 1위를 굳건히 지키고 있는 SBS 주말드라마 ‘스토브리그’가 워낙 밀도있고 생동감 있게 묘사되다 보니, 야구를 잘 모르는 주부, 고령층 시청자들까지 선수들의 연봉 협상 과정과 구단간 빅딜, 구단주 모기업과 야구단 간의 관계 등에 대해 관심을 보이고 있다.

선수와 구단 간 연봉 줄다리기, 구단의 체질 개선, 팀분위기 다지기와 팀워크 점검, 프런트와 선수단 간 관계의 개선 등을 도모하는 비시즌 스토브리그는 야구 팬 중 광팬 만이 관심을 기울이던 영역이었다.

그러나 드라마 ‘스토브리그’의 영향을 받아서인지, 프로야구 각 구단의 비시즌 준비과정은 필부필부 남녀노소의 관심사로 확장됐다.

드라마 스토브리그의 주인공 남궁민 (SBS 화면 캡쳐)

드라마적 요소 때문에 좋은 것은 더 좋게, 나쁜 것은 좀 더 나쁘게 묘사된 측면이 없지 않다. 제작진의 밀도 있는 취재가 드라마의 생동감을 더욱 높였고, 막후에서 벌어지는 난맥상도 체감도 높게 전달했다는 평가가 나오는 가운데, 스타플레이어의 갑질, 도약기-침체기 혹은 여름철 스타플레이어의 실질적 팀기여도, 구단 간 선수 거래, 그간 베일에 가려졌던 프런트 스태프들의 노력, 선수단 내 알력, 구단 모기업의 경기 외적 개입과 압박, 언론의 맥락 없는 보도와 그 피해, 선수 출신 ‘전관’ 프런트의 감정적 판단 등이 잘 묘사되면서 프로야구단을 바라보는 국민들의 이미지는 달라졌다.

“아하, A팀이 고꾸라지는 건 저런 이유도 있었겠다”, “OOO만 의존하고 부진해도 선발에 계속 쓰는 이유를 알겠네”, “화수분, 도깨비팀의 예상 밖 호성적은 바로 이런 이유 때문이구나” 등등을 촌평들을 쏟아내며 부침의 속사정을 알게된 것이다.

특정 선수 이미지만을 떠올리고, 발표되는 연봉금액만을 대하던 국민들은 나아가, “뜯어 보면 별 볼 일 없는 선수가 많이 받았구나”, “구단 단장과의 밀당을 하면서 정치적 쇼도 하는 구나”, “선수의 삶과 과거 기여도에 대해 구단은 너무도 냉정하구나”, “구단 모기업의 갑질 때문에 선수들의 사기가 떨어질수도 있구나”, “자기 성적은 좋아도 팀 분위기를 망치는 선수도 있고, 배팅볼만 던지고 펑고(수비연습)만 받아내며 번트 도루만 전담하는 선수도 팀기여도가 결코 미약하지 않구나” 하는 등등의 이면들을 보다 구체적으로 인지하게 된 것이다.

국민들이 이면을 속속들이 알게 되서 일까. 이른바 TV화면에 자주 나오고, 스타플레이어라고 거론되던 몇몇 선수들이 실제 2020 시즌 연봉협상에서 재미를 보지 못하고 있다. 보다 정확히 말하면, 거물급 선수들의 연봉이 전반적으로 하향 조정됐다. 어찌보면 스타플레이어 몇몇은 드라마의 희생양이 됐을지 모른다. 남은 돈으로 자라나는 주니어와 중고참들이 더 많이 받았을 것으로 짐작된다.

50억~100억 짜리 계약이 즐비하던 지난해 이전 상황과는 달리 올해는 LG 트윈스가 유격수 오지환과 맺은 4년 40억원이 최고액이다. 롯데로 옮긴 안치홍의 경우 보장기간만 따지면 2년 26억원이다. 이번 시즌 최대어 전준우는 4년 34억원에 롯데잔류에 도장 찍었다. 손아섭 98억원, 민병헌 80억원 등 과거 계약에 비춰보면 전반적인 수준이 급락한 것이다.

드라마에선 구단의 총액 삭감 압박에 시달리다 숱한 스타플레이어의 갑질 버티기를 이겨내고 연봉협상을 끝낸 드림스 단장 백승수(남궁민)가 구단주의 갑질에 귀가조치됐다가, 다시 스스로 복귀했다. 앞으로 백 단장이 ‘구단주 리스크’를 딛고, 체질개선을 기반으로 어떤 행보를 보일지 주목된다.

abc@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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