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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데스크 칼럼-김필수] ‘조상제한서’와 ‘테크 자이언트’

  • 기사입력 2020-01-07 11: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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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7년, IMF 사태는 한국의 모든 걸 바꿔놨다. 우리의 삶도, 기업의 운명도. 그리고 특히 금융권의 판도도. 2020년, ‘테크 자이언트(tech giant·거대기술기업)가 이미 우리 곁에 와 있다. 판은 또 어떻게 흔들릴 것인가.

#조상제한서=IMF 전후에 은행업계 기사를 쓸 때는 불문율이 있었다. ‘조상제한서’ 순서를 지켜야 했다. 조흥은행(현 신한은행), 상업은행(현 우리은행), 제일은행(현 SC제일은행), 한일은행(현 우리은행), 서울은행(현 KEB하나은행)의 앞 글자로, 세워진 시기 순이다. 순서를 바꿔 쓰면, 뒤로 밀린 은행에서 바로 수정 요청이 왔다. 일종의 자존심 문제로 여겼다. ‘내가 더 잘 나가!’ 경쟁이 아니라, ‘내가 더 오래 됐어!’ 기싸움이라니, 지금 보면 우스운 일이다. 당연히 이제 은행들은 실력 경쟁을 벌인다. 총자산, 당기순이익, 시가총액이 주요 잣대다. ‘조상제한서’는 ‘신국하우’로 바뀌었다. 시장을 과점한 은행 중심 금융그룹들의 앞글자로, 각각 신한지주, KB금융, 하나금융지주, 우리금융지주다. 호사가들은 금융지주 회장들을 ‘4대 천황’으로 부르며 도마에 올리기도 한다. 키재기를 해보면, 총자산(2019년 상반기 기준)은 신한 530조원, KB 498조원, 하나 405조원, 우리 359조원, 순이익(2019년 3분기 누적)은 신한 2조8960억원, KB 2조7771억원, 하나 2조404억원, 우리 1조8060억원, 시가총액(지난 6일 기준)은 신한 19조9638억원, KB 19조3766억원, 하나 10조6436억원, 우리 7조9811억원이다. 우물 안에선 커 보이지만, 밖으로 나가면 초라하다. 세계 은행 순위(더 뱅커 리포트, 2018년 자본 및 수익 기준)에서 KB 59위, 신한 63위, 하나 77위, 우리 91위다.

#대우·LG·동서·대신=IMF 전후에 증권업계 기사를 쓸 때도 룰이 있었다. ’대우·LG·동서·대신‘ 순서를 지켜야 했다. 대우(현 미래에셋대우)는 부동의 1위여서 잡음이 적었다. LG·동서·대신은 치열했다. 기억으론 ’조상제한서보다 더 민감했다. 그도 그럴 것이 주식약정액이나 거래대금 순서여서 엎치락뒤치락이 가능해서다. 기준만 바뀌었을 뿐, 증권사들은 지금도 실력 경쟁이 한창이다. 총탄이라 할 자본총계(2019년 3분기말 기준)에서 미래에셋대우는 9조1561억원으로 압도적 1위다. 이어 NH투자증권(5조3302억원) 삼성증권(4조8707억원) 한국투자증권(4조8251억원) KB증권(4조5978억원) 등이 빅5를 이룬다.

#경쟁자는 구글·스타벅스=IT 만능시대다. 업종 불문이다. 자동차산업이 전자산업화하고, 핀테크 기업이 은행을 위협한다. 앱 하나로 모든 은행 계좌를 넘나드는 오픈뱅킹은 전쟁의 서막일 뿐이다. 업종별 장막이 무너져 누구와도 경쟁해야 하는 그랜드오픈게임이 기다리고 있다. 증권은 은행이 경쟁자라 하고(정일문 한국투자증권 대표), 은행은 구글·스타벅스가 내 상대라 하지 않나(윤종규 KB금융 회장·김정태 하나금융 회장).

그랜드오픈게임의 중심에 테크 자이언트가 있다. 존 챔버스 시스코 전 회장은 “큰 기업이 항상 작은 기업을 이기는 것은 아니지만, 빠른 기업은 느린 기업을 언제나 이긴다”고 설파했다. 테크 자이언트는 큰데 빠르다. 은행이든 증권이든, 그리고 무슨 잣대를 쓰든, 업종 내 순위 경쟁은 이제 무의미하다. 테크 자이언트가 언제 내 목에 칼을 겨눌지 모른다. 영역을 넘나들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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