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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데스크 칼럼] 민주노총의 정치본색

주요 경제단체장들의 2020년 신년사엔 절실함이 배어 있었다. ‘읍소’라고 불러도 좋을 만큼 간절한 토로였다. “낡은 규제, 발목을 잡는 규제는 과감히 버리고”(허창수 전국경제인연합회 회장) “기득권 장벽을 다 들어내야 하며”(박용만 대한상공회의소 회장) “기업들이 투자·생산을 늘릴 수 있는 환경 조성을 국가 최우선 과제로 삼고, 정책기조 또한 ‘기업의 활력 제고’로 전환돼야 한다”(손경식 한국경영자총협회 회장)고 목소리를 높였다. 신산업·경제활력 관련 적극적인 입법도 촉구했다. 특히 박 회장은 기자간담회서 2019년 한해만 국회를 15번이나 찾아 규제혁신을 호소했다고 이야기하며 눈물을 보이기도 했다. ‘국가경제’라는 운동장은 각종 규제 속에 활력을 잃었고, 선수들의 ‘혁신 DNA’ 역시 점차 사라지고 있다. 정부는 올해 경제성장률을 2.4%로 제시하며 작년보다 나을 것으로 낙관하지만, 대다수 전문가들은 경제회복력이 그리 크지 않을 것으로 내다봤다.

이런 와중에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이 본격적인 정치세력화 움직임을 보이면서 또다른 리스크로 대두하고 있다. 조합원 수로 ‘제1노총’에 올라선 민주노총은 최근 간담회서 정부에 교섭의 새 틀을 만들 것을 요구하고 나섰다. 정부의 사회적 대화체인 경제사회노동위원회(경사노위)를 사실상 거부했다. 비정규직의 정규직화, 최저임금, 탄력근로제 등 기업과 첨예한 갈등을 보이는 주요이슈에 대해 정부와 1대1로 직접 정책결정을 하겠다는 것이다. 100만명에 육박하는 조합원들의 무게와 ‘표(票)’를 앞세워 본격적으로 정부를 압박하는 모양새다. 그러면서 민주노총은 “경사노위가 정치 과잉화돼 있다”고 비판했다. 하지만 조합원 설문조사를 하며 독자 정당 창당 분위기를 띄워보는 민주노총이 ‘정치과잉’ 운운할 처지는 아닌 것같다. 민주노총은 해당 설문에서 ‘진보 정당들과 민주노총은 어떤 관계이어야 하는가’라는 질문을 던지며 ‘빠른 시일 내에 민주노총당을 만들어야 한다’는 답변을 6개 후보 중 하나에 끼워넣었다. 다분히 올해 총선을 겨냥해 창당을 준비하기 위한 내부 의견수렴 성격이 짙다. 최근 선거법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함에 따라, ‘민주노총당’이 설립되면 민주노총이 비례대표 국회의원을 직접 배출할 수 있다.

민주노총 지도부와 산하 노조의 불법 폭력 사태는 끊이지 않고 있다. 회사 임원을 감금·폭행하고 관공서를 무단점거한다. 국회 담장을 부수고 경내 진입을 시도하다 경찰과 충돌한다. 법과 공권력 위에 군림하는 모습을 국민은 수차례 목도했지만, 문재인 정권은 이들의 요구에 맥없이 끌려다니고 있다. 지난 연말엔 서울 도심에서 불법 폭력 시위를 주도한 한상균 전 민주노총 위원장을 사면했다. 그를 두고 문 대통령은 “눈에 밟힌다”고까지 했다. 민주노총의 직접 교섭 요구도 이 정부는 끝내 들어줄 것같다. 이렇게라도 해야 ‘촛불청구서’ 부채를 일부 탕감한다고 생각한 걸까. 아니면 총선을 앞두고 거대 지지세력을 어떻게든 놓치지 않기 위함일까.

전세계가 4차 산업혁명 시대의 패권을 잡기 위해 전력질주하는 지금, 우리 정부와 정치권, 그리고 정치세력화 하는 노동계는 기업의 혁신 노력을 도와주기는커녕 오히려 달려나가는 선수들의 발목을 잡고 뒷덜미를 잡아채고 있다. 경자년(庚子年) 새해를 맞는 마음이 무겁기만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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