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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쉼표] ‘장발장 부자’를 잡아준 따뜻한 손들

얼마 전 몇년 전에 나온 영화 한편을 봤다. 천재적인 문인과 예술가가 길 가 카페에 북적대던 1920년대 파리를 그리워하고, 그 시대에 태어나지 못한 것을 안타까워하는 헐리우드 시나리오 작가의 이야기다. 우연히 자정을 알리는 종이 울리면 그 시대로 떠나게 된 작가는 피카소의 모델을 사랑하게 되지만, 그녀는 드가와 로트렉이 활동하던 1890년대를 그리워한다. 그들이 1890년대로 가자 이번엔 드가와 로트렉이 르네상스 시대가 좋았다는 한탄하는 걸 보게된다는 흥미로운 내용이었다.

이처럼 과거는 아름답고, 과거로 돌아가고 싶어하는 감정을 ‘무드셀라 증후군’으로 부른다고 한다. 성경에 나오는 무드셀라는 900세가 넘도록 살았던 장수의 상징이자 과거로 돌아가고 싶어했던 인물이었다.

최근 인기를 끌고 있는 레트로마케팅도 ‘무드셀라 증후군’을 이용한 것 중 하나로 분석하기도 한다. 사람들은 과거가 힘들었어도 그 중에 아름답고 행복했던 시간과 추억을 떠올리며 그때를 왜곡해서 기억하려는 습성이 있는지도 모른다. 당장 버텨내고 이겨내야하는 현실이 더 힘들고 각박하기 때문일까.

‘무드셀라 증후군’을 지지하는 것은 아니지만, 과거 연말 연시가 되면 TV나 신문을 항상 장식하던 뉴스 중 하나가 ‘미담’이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사람사는 세상에 그때만 미담이 있고, 요즘은 눈 감으면 코 베어가는 사람만 있을리는 만무하지만, 그때는 그런 뉴스가 심심치 않게 등장했다.

최근 인천에서 벌어진 ‘장발장 부자’의 마트 절도 사건은 마음이 아프기도 하지만, 훈훈한 주위 사람들의 이야기가 덧붙여지면서 해피엔드로 마무리 됐다. 당뇨때문에 일을 못해 굶주린 아버지가 우유와 과일을 훔치다 잡혔고, 사정을 들은 마트는 이를 용서해줬다. 사정을 들은 경찰은 근처 식당에서 국밥을 대접했다. 당시 경찰이 언론인터뷰에서 “요즘 밥 굶는 사람이 어디 있습니까?”라며 왈칵 눈물을 쏟는 모습은 보는 이들까지 가슴을 아프게 했다. 게다가 옆에서 이를 지켜본 한 시민이 돈 봉투를 말도 없이 전해주고가 화제가 됐다.

과거만 아름다울리 없다. 현재를 살아가는 우리도 얼마든지 ‘지금’을 아름다고 따뜻하게 만들 수 있다.

김성진 선임기자/withyj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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