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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고-권준수대한신경정신의학회 이사장] 무조건적 편가르기는 왜 나타나나?

한국인의 특징은 감정이입이 심하고, 개인적인 것 보다 타인과의 관계에 관심이 많다는 것이다. 그래서 학연, 지연 등으로 서로의 공통점을 찾아 연줄을 만들려 노력하며 개인의 합리적인 의견이나 판단보다는 집단의 의견, 판단에 따르려는 성향이 강하다. 물론 그 판단이 여러 합리적 판단과 토론을 거치며 나온 결과라면 문제가 없지만, 우리끼리니까 봐주고 같은 편이니까 무조건 지지하며 한 목소리만 내는데 그 문제가 있다. 왜 이런 현상이 일어날까?

미국 에머리대학 심리학과 드루 웨스턴 교수팀은 2004년 대선을 앞두고 공화당원과 민주당원을 대상으로 정치적 판단을 할 때 뇌에서 일어나는 변화를 기능자기공명영상(fMRI)으로 촬영하였다. 그 당시 민주당 후보 존 케리는 자신이 8년전인 1996년 대선 출마에서 회사직원들의 은퇴 연령을 더 높여 사회보장예산을 확보하겠다던 공약을 뒤집는 상반된 공약을 내놓았다. 그리고 이렇게 공약이 바뀐 것에 대해, 사회보장예산이 언제쯤 고갈될지를 예측한 결과가 1996년과 2004년 사이에 크게 달라졌다는 경제학자의 말 때문이라고 변명을 했다. 이때 같은 당 소속 민주당원들은 그의 모순된 논리에 공감하며, 동시에 뇌에서도 ‘공감(共感)’과 관련된 부분의 뇌활동이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공화당원들은 민주당 후보인 존 케리의 논리에 반기를 들며, 뇌에서도 감정을 의식적으로 통제하는 곳의 혈액 순환이 늘어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결과로 알 수 있는 것은 자신이 지지하는 후보에게는 그릇된 모습에도 그럴 만한 이유가 있다고 받아들이는 성향이 강해지고, 상대방 후보자에게는 자신의 자연스런 판단보다는 의식적으로 부정적인 판단을 한다는 것이다.

또한 미국의 프린스턴대학의 토도브교수의 2007년 발표한 연구도 주목할 만한 결과를 보여준다. 그는 사람들에게 미국 주지사 선거에 출마한 후보자의 얼굴을 0.1초 보여주고 당선 가능성이 있는 사람을 선택하게 하는 실험을 하였는데 실제 주지사 선거에서 약 70% 이상의 정확도를 보였고, 좀 더 신중한 판단을 유도 하기 위해 0.25초 얼굴을 보여주고 같은 실험을 하였는데 이 경우 오히려 예측도가 떨어진다는 보고를 하였다. 즉 대부분 사람들은 정치적인 결정이나 후보자를 선택할 때 그 사람의 공약이나 개인적인 내용을 잘 알고 합리적인 판단을 하기보다는 즉각적이고 직관적으로 판단을 한다는 의미이다.

우리나라는 가깝게는 내년 21대 국회의원 선거와 멀리는 대통령 선거도 치르게 된다. 앞의 연구에 기초하면 유권자들은 대부분 각 당이나 각 후보자의 선거 공약이나 사람의 됨됨이를 보기보다 역시 편가르기에 기준한 즉각적인 판단을 하게 될 것이다. 또한 자기가 선택하는 후보자의 선거 공약은 자신이 무의식적으로 결정해 버린 판단에 대한 합리화에 이용될 것이다. 더욱 불편한 진실은 이런 현상들을 위정자들은 선거에 충분히 이용한다는 것이다. 앞으로 전 세계적으로 불확실성은 더욱 확대되고 그 안에서 우리나라의 입지는 점점 더 어려워질 것으로 예상된다. 우리 국민들은 우리나라가 직면한 현실과 닥쳐올 세계 정세를 직시하면서 그 어느 때 보다 신중하고 현명한 판단으로 너편 내편을 초월해서 나라와 민족을 위해 꼭 필요한 사람을 선택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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