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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데스크 칼럼] 국민이 집을 사면 배가 아픈 정부

올해를 보름 남기고 정부의 18번째 부동산 대책이 나왔다. 이번엔 기습적이고 초법적이다. 16일 아침에 갑자기 발표예고를 했고, 대출규제 등 시행시기도 당장 17일부터다. 17일 오전에도 국토교통부는 보유세 증가로 이어지는 부동산 공시가격 현실화율을 높이겠다는 방안을 내놨다.

이번 종합대책을 한마디로 요약하면 앞으로 ‘함부로 집을 사지 말라’는 것이다. 보유세(종부세) 부담도 높여 집을 사더라도 세금낼 각오를 단단히 하라는 경고도 담았다. 아울러 양도세까지 올려 시세차익까지 용납하지 않겠다고 했다. 투기지역과 투기과열지역에서 15억원이 넘는 아파트에 대한 주택담보대출을 전면 금지한 것은 파격적이다. 재산권에 대한 과도한 제한이라는 점에서 위헌이라는 의견까지 나온다. 앞으로 서울에 내집마련을 하거나, 갈아타기를 하려는 실수요자들엔 날벼락같은 소식일 수밖에 없다. 대부분 수요자들은 일부 대출과 아껴 모은 현금으로 집을 구입한다. 그런데 이렇게 대출을 막아버리면 재원이 막힌다. 여기에 신용대출을 많이 받은 이들의 대출한도까지 줄였다. 이른바 3040 실수요자들 사이에서 ‘영혼까지 끌어모아 대출을 받아 집을 산다’는 ‘영끌’까지 차단한 셈이다.

이제 서울이나, 많은 사람들이 입성을 원하는 강남은 말그대로 ‘넘사벽’이 됐다. 웬만한 현금부자가 아니고서는 어려워졌다. 특히 강남지역 아파트는 분양가 상한제 시행으로 재건축·재개발 공급이 줄고, 보유자들도 쉽사리 팔지 않을테니 희소가치가 더욱 높아져 가격이 되레 상승하게 생겼다. 정부가 실수요자들의 사다리를 걷어차버린 것이다. ‘국민이 집을 사면 배가 아픈 정부’가 아니고서야 이런 대책을 내놓은 것을 이해하기 어렵다.

현 정부들어 서울 아파트 실거래가는 40%가 뛰었다. 2년 반 동안 무려 17번의 부동산 대책이 있었지만 속수무책이었다. 집값이 안정됐다고 자평하던 정부가 이번에 갑자기 종합대책을 내놓은 이유도 이때문이다. 하지만 정부는 진단부터 틀렸다. 원인을 투기에 초점을 맞췄다. 정작 집값을 끌어올린 것은 실수요자들이었다. 한국감정원에 따르면 지난 10월 서울 아파트 거래 중 30대(31.2%)와 40대(28.7%)의 매입 비중은 60%에 이른다. 연간 추세도 비슷하다. 특히 이들은 정부가 민간택지 분양가 상한제 시행을 예고한 이후 공급부족에 대한 불안심리가 커졌다. ‘지금 집을 안사면 이번 생애에선 집사긴 글렀다’는 걱정이 매수에 불을 지폈다. 수요억제를 주된 정책으로 펼쳐온 정부가 원인을 제공한 것이다. 이런 실수요자들을 정부는 투기꾼으로 치부해버린 셈이다.

이들은 분상제 실시 이후 가점이 급등해버린 청약시장에서 소외받는 것은 물론 매매시장에서도 설 자리를 잃어버리게 생겼다. 진단이 그릇되니 해결책도 공급이 아닌 규제 일변도로 흘렀다.

아울러 이번에 고가주택 기준이 기존 공시지가 9억원에서 시가 9억원으로 바뀌면서 기존보다 세부담과 각종 규제를 받게 될 대상도 중산층으로 확대됐다는 점도 눈여겨봐야 한다. 실제 서울 전체 아파트 중 36.6%(45만8788가구)가 시세 9억원을 넘는다.

대부분 전문가는 이번 대책이 단기적 효과에 그칠 것으로 진단한다. 이렇게 되면 일시적으로 거래가 끊기면서 소강상태로 접어든 후 다시 반등하고 또 규제책을 내놓는 악순환이 되풀이 될지도 모른다.

내년 4월 총선을 겨냥했다는 해석에도 무게감이 실린다. 총선을 앞두고 단기적으로나마 집값이 잡히는 모양새를 보여야하기 때문이다.

정부는 이번 대책 발표 시 ‘실수요자 보호’를 3대 원칙 중 하나로 내세웠다. 과연 그 원칙에 부합하는 지 되묻고 싶다. 아울러 집 사는 것을 투기요, 불로소득으로만 보는 정부의 편향된 인식이 안타까울 따름이다.

권남근 건설부동산부 부장/happyday@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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