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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일본 바로보기-최인한 시사아카데미 일본경제사회연구소장] 니혼슈와 일본제조업

한·일 관계가 얼어붙으면서 송년회도 영향을 받고 있다. 저도주 열풍을 타고 올 상반기만 해도 ‘일본 술’과 ‘일본식 술집(이자카야)’들이 큰 인기를 끌었다. 지난해 연말 술자리 모임에서도 일본 맥주와 청주인 ‘니혼슈(日本酒)’를 찾는 주당들이 많았다. 하지만 징용 피해자를 둘러싼 일본과의 과거사 갈등이 7월 이후 불거지면서 ‘일본 술’도 직격탄을 맞았다.

‘일본 제품 안 사기’ 여파로 이자카야에는 손님들의 발길이 끊겼다. 집 근처 슈퍼에서 4캔에 1만원 하는 아사히 등 일본 맥주를 사다 먹는 서민들의 즐거움도 사라졌다. “퇴근길에 좋아하는 일본 맥주를 사다가 TV를 보면서 마시는 게 소소한 즐거움이었는데, 일본 맥주를 파는 매장을 찾기 어렵다”는 사람들이 많다.

우리나라의 일본산 맥주, 소주 등 주류 수입은 올 하반기에 급감했다. 맥주 수입액은 지난 9월에 전년 동기 대비 99.9% 줄어든 데 이어 10월에는 ‘0’를 기록했다. 지난해 한국은 일본의 맥주 수출 대상국 중 1위였다. 지난달 일본산 소주 수입도 전년 동기보다 91.6% 떨어졌다. 주류뿐 아니라 산업 원자재 등도 두자릿 수 이상 줄어 한일관계 악화가 교역 감소로 작용한 것으로 드러났다.

‘일본 술’은 지난 여름에도 사회적 이슈가 됐다. 반도체 소재 수출 규제로, 국민 감정이 악화된 당시 여당 대표가 ‘정종(正宗)’을 마셔 여론의 질타를 받은 적이 있다. 일부 언론은 ‘정종(사케)’라고 표기했다. ‘正宗(일본명 마사무네)’은 수천 종의 청주 가운데 하나다. 정종은 ‘일본 청주 브랜드 중 하나’로 설명하는 게 맞다. 우리나라와 일본 모두 한자 문화권이 까닭에 같은 ‘酒(술 주)’자를 놓고 오역이 생기는 경우가 있다.

일본어 사전을 보면 보통명사 ‘사케(酒)’는 광의로 모든 술 종류를 포함한다. 전통주인 청주를 비롯해 소주, 맥주, 양주 등 다양한 ‘일본 술’이 있다. 청주의 일본식 이름이 고유명사 ‘니혼슈(日本酒)’이다. 쌀을 발효시켜 만들었기 때문에 주세법 기준으론 청주(淸酒)로 분류된다. 일본인들이 예로부터 가장 즐기는 전통주가 ‘니혼슈’여서 주점에서 그냥 ‘사케(酒)’를 달라고 하면, ‘니혼슈’를 내주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니혼슈는 강소 장수기업들이 생산한다. 효고현에서 나오는 고급 니혼슈 ‘겐료’는 1505년 창업했다. 국내외 시장에 제품을 대량 유통시키는 ‘사카구라(니혼슈 양조장 브랜드)’만도 1,000개를 넘는다.

니가타현의 고시노칸빠이, 핫카이산 등은 청주 애주가들 사이에 유명하다. 명품 니혼슈가 탄생하려면 좋은 쌀과 맑은 물이 필수다. 이러한 원료에다 ‘장인정신(모노즈쿠리)’이 들어가야 명주가 탄생한다. 니혼슈 시장은 일본이 고도 경제 성장기에 접어든 1970년대 이후 급팽창했다. 새로운 양조 기술과 마케팅 기법으로 무장한 신세대 경영자들이 해외시장 개척에 적극 나선 덕분이다.

올 상반기까지만 해도 한국시장에서 인기를 끌던 ‘일본 술’의 수요 급감은 양면적인 ‘한일관계’를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주당들도 오는 24일께 예정된 한일정상회담 결과에 눈을 뗄 수 없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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