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운 기술과 함께 시장에 신규 진입하여 이루어지는 비즈니스 혁신을 우리는 ‘우버 모멘트(Uber Moment)’라고 말한다. 이는 변화와 혁신을 가진 새로운 기업이 전통적 경쟁기업들보다 더 경계의 대상이 되고 심지어는 산업생태계의 전반을 뒤흔들 수 있음을 의미한다. 안토니 젠킨스 전 바클레이스 최고경영자(CEO)는 핀테크를 은행산업의 ‘우버 모멘트’로 지목하며, 향후 10년 안에 전 세계 금융 관련 직군의 절반 이상이 사라질 것으로 예측하기도 했다. 이제 이러한 고민은 국내에서도 시작되었다고 볼 수 있다.

그중에서도 소매금융 시장의 변화는 이미 시작됐다. 간편 송금 서비스는 은행 창구와 ATM 기기를 대체하고 있고, 금융소비자들은 모바일 어플리케이션을 통해 각종 금융 업무를 보고 있다. 오픈뱅킹의 도입을 통해 주거래은행이라는 의미 또한 사라지고 있다. 20여개 서비스가 난립하고 있는 간편 결제서비스 시장은 더욱 상황이 치열하다. 소위 ‘페이(pay)’라 불리는 이 시장은 삼성과 네이버, 카카오 등 단말기업체와 포털기업의 경쟁 구도가 자리 잡아 금융회사가 끼어들 틈조차 보이지 않는다. 올해 규모가 10조원 이상으로 성장한 간편 결제서비스는 쇼핑과 배달, 게임, 대리운전 등 소비자의 실생활에 밀접한 종합 결제 금융 플랫폼으로 진화를 가속화하고 있다.

이렇듯 금융산업은 기술발전과 인구, 경제, 사회, 환경 등의 변화로 미래에 대한 심각한 불확실성과 지금껏 경험해보지 못한 빠른 속도의 변화에 직면하고 있다. 물론 고려해야 할 정보의 양은 더욱 많아지고, 의사 결정을 위한 시간은 더욱 감소하는 현 상황에서 전략적 의사결정이 어려운 것은 당연하다. 이런 상황에서 은행을 포함한 금융회사의 지속가능경영을 위해 경영자는 어떤 역량과 리더십을 갖추어야 하는 것일까 고민해보고자 한다.

전통적인 금융회사는 개별 조직 간의 경계가 높고 부분 최적화를 중심으로 전략적 대안을 찾는 경향이 있다. 또한 업무의 전문성이 분야별로 집중되어 있기 때문에 미래를 위한 의사결정을 하기 보다는 단기적 성과에 집중하는 경향이 있어 왔다.

하지만 이제 은행을 포함한 금융회사의 경영자는 직면하고 있는 변화는 물론 다가올 수 십년간의 기술발전과 여러 경제사회의 변화가 우리 금융 산업에 요구하는 바와 그 의미에 대한 깊은 통찰력을 갖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둘째로 전반적인 비즈니스 구조에 대한 혁신역량을 갖추어야 할 필요가 있다. 전반적인 금융 비즈니스 모델의 취약점, 조직구조와 기업문화 등의 변화와 혁신에 대한 혜안이 필요한 것이다. 셋째로는 경쟁자의 점유율을 가져오는 영업 기반의 확대에 집중하기보다는 신성장 또는 글로벌 기업과 네트워크를 구축하고, 기술 진화와 환경변화에 반응할 수 있는 유연한 사고를 가진 경영자가 요구된다. 또한 구성원 모두가 전사적으로 참여할 수 있는 전략 플랫폼 구축역량도 필요하다. 금융회사의 미래를 어떻게 정의할 것인가부터 출발하여 무엇을 해야 할 것인지에 대해 내부구성원은 물론 소비자와 규제 당국 등 여러 이해관계자의 참여를 확보할 수 있는 통로와 방법에 대한 지혜가 있어야 할 것이다. 이러한 논의는 동시에 구성원의 이해를 바탕으로 전개될 수 있도록 하는 상호작용 능력이 또한 요구된다고 할 수 있다. 특별히 변화와 혁신의 중심인 창의적 엘리트들을 위한 변혁적 리더십의 중요성은 더할 나위 없다.

이제 금융회사는 네트워크와 융합기반을 갖춘 디지털 복합기업으로 지속적인 성장을 할 것인지, 아니면 환경변화에 적응하지 못한 채 전통적인 영역에 갇혀 몰락하는 고립된 기업이 될 것인지에 대한 기로에 서있다. 변화의 흐름을 제대로 읽지 못하거나 자신의 영역을 지키기에 급급하면 언제 몰락할지 모르는 일이다. 새로운 변화와 혁신에 대응하는 일은 매우 어려운 일임에 틀림없다. 따라서 금융회사의 경영자는 전혀 새로운 미래의 관점에서 이를 위기가 아닌 기회로 활용하여 금융의 지속가능경영를 위한 답을 제시할 수 있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