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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데스크 칼럼] ‘록키’를 주문했는데 ‘트럼프’가 배송됐어요

지난달 27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자신의 얼굴을 합성한 ‘록키’ 영화 포스터를 트위터에 올리자 큰 화제가 됐다. 한국을 비롯한 세계 여러 나라의 언론에서 다뤄졌고, 온라인에서는 설왕설래가 끊이지 않았다. 조롱과 패러디도 많았다. 그 중에서도 CNN의 진 무스 기자의 보도가 눈길을 끌었다. 그는 ‘록키’ 합성사진과 넉넉한 몸집, 불룩한 뱃살의 트럼프 대통령 실제 사진을 나란히 보여주고, “당신이 온라인에서 주문한 상품(이미지)와 실제 배송된 물건과의 차이” “인지(perception)와 실재의 차이”라고 했다. 요컨대, ‘록키’를 주문했는데 ‘트럼프’가 배송된 셈이라는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이 ‘록키’ 합성사진을 올린 데는 늘 그렇듯이 ‘정치적 의도’가 있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16일 메릴랜드주 월터 리드 국립 군 의료센터에서 갑자기 건강검진을 받았다. 비공개였지만 언론에 알려졌다. 백악관의 의료 시설을 두고 굳이 바깥 병원을 찾은 일을 두고 ‘건강이상설’이 제기됐다. 특히 병원에서 나오는 트럼프 대통령이 촬영된 동영상에서는 (넥)타이를 하지 않은 모습이 포착됐다. 비만의 70대 남성이 급히 병원에 가 셔츠를 풀어헤치고 검사를 받았다면 심장건강 이상으로 응급상황에 준하는 가슴통증을 느꼈을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 언론에서 제기한 의혹의 요지였다.

트럼프 대통령은 록키 합성사진을 올리기 전날 플로리다 유세에서 언론의 의혹에 대해 “맞다, 난 타이를 하지 않았다”며 “그들(의료진)이 ‘대통령님, 우리에게 당신의 굉장한 가슴(근육)을 보여주십시요’라고 할 것이 뻔한데, 왜 내가 타이를 하겠느냐”고 반문했다. 이어 “의사들은 정말로, ‘우리는 당신처럼 멋진 가슴을 본 적이 없다’고 말했다”고도 농담을 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록키 합성사진은 ‘심장 건강 이상설’에 대해 내 가슴은 록키처럼 튼튼하다’는 농담 섞인 반격이었던 셈이다. 트럼프 대통령 아들인 도널드 트럼프 주니어는 아버지의 록키 합성사진을 리트윗하며 “나는 믿을만한 소식통으로부터 합성 사진이 아니라고 들었다”고 농담을 이어갔다.

다소 비약을 허락한다면, 트럼프 대통령의 ‘록키’합성사진은 단지 건강이상설에 대한 반박 이상의 의미를 담고 있다고 할 수 있다. 트럼프 얼굴을 한 ‘록키’의 근육질 몸매는 트럼프 대통령의 나르시시즘’(자기도취)이자, 그를 지지하는 미국인들의 ‘이상적인 자아상이 아닐까. 실제로 ‘록키’는 30~40년전 아메리칸 드림’을 가장 탁월하게 영상으로 구현한 작품으로 평가받는다.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라는 트럼프 대통령의 정치구호와 더 이상 잘 어울릴 수 없다.

그런데, 언제나 문제가 되는 것은 ‘이미지’와 ‘실재’사이의 간극이다. 인터넷 주문 상품과 배송 물품 사이의 ‘차이’다. 그 둘을 혼동한다면, 그 사람은 환영으로 실재를 대체하는 ‘망상 환자’나 포장을 열어보고 땅을 치는 ‘호갱’이 되기 십상이다.

선거란, 어쩌면 온라인 주문과 같을지 모른다. 록키를 주문했는데 트럼프가 오는 것 같은. 결국 문제는 판매자의 신뢰도. 그리고 소비자의 현명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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