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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프리즘] 금투협 회장 선거와 추모

기자 시절, 운 좋게도(?) 각종 선거를 모두 경험했다. 지방선거와 총선, 대선. 소위 ‘3종 세트’를 모두 거쳤으니 일복도 많다.

각 선거는 각자의 맛이 있다. 지방선거는 전국구 선거답게 후보 공약부터 선거운동까지 지역 특색이 유별나다. 총선은 유력 정치인의 ‘vs’ 구도를 분석하는 재미가 있다. 알려지지 않은 미래 정치인을 찾아내는 과정도 총선만의 매력. 대선은, 하나하나가 말 그대로 ‘대선(大選)’이다.

특색도 대상도 다 다르지만, 어떤 선거를 막론하고 공통점은 있다. 선거의 핵심은 ‘경쟁’이다. 선의의 경쟁은 물론, 비방의 정쟁이라도 ‘뻔한 선거’보단 낫다. 긴장 없는 후보는 게을러지고, 긴장 없는 유권자는 선거에서 멀어진다.

차기 금융투자협회장 선거가 시작됐다. 금투협 회장 후보추천위원회는 오는 12월 4일까지 후보군 공모를 받고 이후 최종 후보자를 선정한다. 이후 296개 정회원사가 참여하는 회원총회에서 과반수 찬성으로 선출되는 직책이다. 투자업계 내에선 가장 큰 행사로 꼽힌다.

고(故) 권용원 전 회장의 별세 직후 열리는 선거이기에 초반부터 우려는 컸다. 업계 모두 말을 아꼈다. “회장직에 도전하고 싶어도, 이런 분위기 속에 누가 선뜻 나설 수 있겠느냐”는 게 요지였다. 유력 후보로 꼽히던 유상호 한국투자증권 부회장, 최현만 미래에셋대우 부회장 등이 모두 불출마 의사를 밝히면서 우려는 더 커졌다.

다행히 하나 둘 출마자가 나오는 건 환영할 일이다. 정기승 KTB 자산운용 부회장에 이어 지난 26일엔 나재철 대신증권 대표가 출사표를 던졌다. 그 외에도 본인 의사와 무관하게 후보군으로 거론되는 이들은 전병조 전 KB증권 사장, 김기범 한국기업평가 대표, 최방길 금투협 자율규제위원장, 김영규 IBK투자증권 사장, 최중경 한국공인회계사회장 등이다.

이번 금투협 회장 선거는 굵직한 쟁점과 이슈도 많다. 최근 ‘DLF·라임사태’ 등을 거치며 투자업계 전반이 위축되는 흐름이다. 고칠 건 과감하게 고치되 살릴 건 강단 있게 내세울 리더십이 절실한 때다. 금투협 활동이 증권사에만 편중돼 있다는 불만도 공론화될 조짐이다. 최근엔 금투협 내 노사관계 등 금투협 조직 내부 문제까지도 세간 이목이 집중됐다.

금투협은 할 일이 많다. 더 많아야만 한다. 초저금리·고령화 시대에 투자는 생존 수단이다. 금융투자업계의 올바른 투자문화 확립이 곧 국민 생존과 직결돼 있다는 건, 최근 일련의 사태를 통해서도 우리 모두 체감했다. 업계는 물론, 국민 전체를 위해서라도 금투협은 할 일이 많다.

이번 금투협 회장 선거의 ‘흥행’을 기대한다. 경쟁과 흥행은 선거의 핵심이자 생명이다. 출마가 눈치 볼 일은 아니며, 그게 고인에 대한 추모는 더더욱 아니다. 오히려 뜨거운 선거와 치열한 경쟁, 그로 인한 투자업계의 도약이 오히려 진정한 추모에 가깝다. 더 많은 출마자와 더 뜨거운 공약 대결을 기대한다.

dlcw@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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