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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광화문 광장-이용범 농촌진흥청 국립농업과학원장] 바둑에 이은 인공지능 농사짓기 대회

2016년 바둑에서 최고의 인간 전문가 이세돌을 1:4로 이긴 인공지능 알파고 리(Alpha Go Lee)는 이후로 인간에게 져본 적이 없다. 그리고 이젠 사람이 아니라 인공지능 간의 대결이 이뤄지고 있다.

바둑 최고수를 압도한 알파고 리를 100:0으로 이길 수 있는 새로운 인공지능 강화학습 알고리즘인 알파고 제로(Alpha Go Zero)가 개발됐다. 인공지능의 발전과 학습 속도는 우리 상상을 뛰어 넘은 지 오래이다. 얼마 전 문재인 대통령이 ‘데뷰(Deview, Development’s View)2019’ 컨퍼런스에서 올해 안에 IT강국을 넘어 AI강국으로 새로운 인공지능 국가전략을 마련하겠다고 한 것도 미래 성장동력원으로서 AI에 주목한 의지의 표현일 것이다.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네덜란드에서 인공지능으로 농사짓기대회(Autonomous Greenhouse International Challenge)가 열렸다. 대회는 무척 단순하다. 예선을 거쳐 본선에 진출한 5개 팀과 네덜란드 베테랑 농부까지 모두 6개 팀이 농사를 지어 수확된 작물의 품질과 양으로 순위를 매긴다. 각 팀은 배정받은 동일 규격의 온실에 인공지능이 농사를 지을 수 있도록 관련 장비들을 설치한다. 인공지능은 정해진 작물을 일정 기간 동안 자기만의 학습 알고리즘으로 키운다.

물, 비료, 햇볕, 환기 등 농사에 필요한 결정을 인공지능 스스로 내리는 것이다. 사람은 가끔 인공지능의 알고리즘을 수정하거나 보완할 뿐, 100% 인공지능 기술만으로 작물을 재배한다. 지난해 처음 열린 인공지능 농사대회의 우승은 마이크로소프트社의 연구원들이 참여한 소노마(Sonoma) 팀에게 돌아갔다. 이 팀의 인공지능은 네덜란드 농사전문가보다 14%나 더 많은 수익을 얻었다. 사람이 농사를 지어온 1만 년의 시간과 반세기 남짓한 인공지능의 역사를 놓고 보면 놀라운 결과가 아닐 수 없다.

폭발적인 인구 증가, 경제 발전으로 점점 많은 식량이 필요해지고 있으나 농경지는 감소 추세이고, 날로 심해지는 기후변화에 농사지을 사람까지 줄어 가까운 미래에는 식량 부족으로 인류가 어려움을 겪을 수도 있다. 적은 노력으로 더 많은 식량을 생산하면서도 환경에 미치는 영향은 최소화하기 위해 생산 방식의 변화가 불가피한 지금, 사람 없이 농사짓는 데에 세계 이목이 집중되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일본의 경우, 2015년 인공지능 농업연구센터를 설립해 국가 차원에서 농업지능로봇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중국은 최근 5개년 스마트농업 발전 로드맵을 발표했고, 이에 알리바바, 텐센트 등 중국 IT 기업들이 스마트농업 분야에 뛰어들고 있다. 우리나라도’한국형 스마트팜기술 개발로 바쁜 나날이다.

현재 농촌진흥청은 1세대에 이어 2세대 스마트팜의 핵심기술인 생체 계측기술, 클라우드 컴퓨팅 기반의 데이터 분석과 서비스 기술을 개발해 토마토를 대상으로 현장 실증연구를 진행 중이다. 작목별 데이터만 확보된다면 농업 선진국으로 잘 알려진 네덜란드가 150년 동안 쌓아온 온실 경험과 노하우를 단기간에 추격할 수 있는 수준이다.

지난 9월 두 번째 열린 인공지능 농사대회에서 우리나라의 디지로그팀(단장 전 농진청장 민승규)이 예선 21개 팀 중 당당히 2위로 본선 진출 5개 팀에 포함됐다. 이들은 올해 12월부터 내년 5월말까지 인공지능으로 토마토를 키우며 베테랑 농부와 진검승부를 펼치게 될 것이다. 쟁쟁한 세계 인공지능들이 참여한 이 대회를 통해 많이 보고, 또 많이 배워오길 바란다. 물론 드라마틱한 승전보도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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