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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포항 지진' 막을 기회 최소 10번 있었다
이강덕 포항시장(왼쪽)이 15일 서울 중구 밀레니엄 힐튼 호텔에서 열린 포항지진 2주년 국제심포지엄에서 인사말을 하는 모습 [연합]

[헤럴드경제=이정아 기자] 지난 2017년 11월 15일 경북 포항에서 대규모 피해를 일으킨 규모 5.4의 지진은 애초에 막을 수 있었던 '인재'라는 결과가 재확인됐다.

지열발전 실증연구를 진행하면서 10차례 이상 경고 신호가 있었지만 모두 무시됐고, 당시 물 주입만 중단했더라도 포항 지진 발생을 1%대로 낮출 수 있었다는 설명이다.

포항지진과 지열발전의 관련성을 연구 중인 전문가 단체인 '11.15지진지열발전공동연구단'은 15일 서울 중구 밀레니엄힐튼 서울에서 2019 포항지진 2주년 국제 심포지엄을 개최하고 이 같은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세르지 샤피로 독일 베를린자유대 교수는 "지진 지수를 적용해 확률 모델링을 한 결과, 2016년 12월 23일 규모 2.3의 지진이 발생했을 때 물 주입을 멈췄다면 포항 지진의 발생 확률은 1%로 떨어진다"라고 발표했다.

이어 그는 "이후 2017년 4월 15일 규모 3.3의 지진이 발생했을 때만이라도 물 주입을 멈췄다면 포항 지진 발생 확률을 3%로 낮아진다"라며 "포항의 지열발전 실증연구 과정에서 실시간의 지진 모니터링과 3차원 지진분석 등이 제대로만 이뤄졌다면 큰 지진을 예방했을 것으로 판단된다"고 진단했다.

연구 과정에서 수차례 대규모 지진 전조가 감지됐지만 이마저도 묵살됐던 것으로 재차 확인됐다. 김광희 부산대 교수는 "포항의 지열발전소의 부지선정과 지열정 굴착, 지열저류층 형성 등 모든 단계에서 10차례 이상의 경고음이 있었지만 모두 무시됐다"라며 "미숙한 안전관리, 관련자들의 소통부재, 경험 부족 등 이 모든 것들이 포항지진을 촉발시켰다"고 밝혔다.

지진이나 지질 자료 분석이 사실상 '패싱'된 채 사업의 공학적인 측면만 강조됐다는 비판도 있었다. 데라카와 도시코 일본 나고야대 교수는 "대도시 인근에서 대규모 단층대에 물을 거의 직접적으로 주입한 것은 굉장히 위험한 행동이었다"라며 "그런데도 실증연구 과정에서 지진학자와 지질학자의 기여가 배제됐다"라고 말했다.

그는 "포항지열발전소팀이 국제학술지에 발표한 지난해 논문은 사실이 제대로 담기지 않았다"라며 "학계에 관련 자료를 모두 공개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지난 3월 정부조사연구단은 포항에서 지난 2017년 11월 15일 발생한 강진은 인근 지열발전소 때문이었다는 공식 조사결과를 발표했다. 발표에 따르면, 지열발전을 위해 땅 속에 구멍을 뚫고 물을 주입하는 과정에서 생긴 높은 압력이 기존에 파악되지 않은 지진단층을 활성화시켜 대규모 지진이 일어났다.

한편 이날 심포지엄은 발생 2년을 맞은 포항지진이 단순히 지역 이슈로 축소되고 있는 안타까운 현실을 고려해 전 국민적 공감대를 형성하기 위해 마련됐다. 이강덕 포항시장은 "국내외 전문가들에게 포항지진에 관한 심도 있는 연구를 통해 포항지진과 같은 불행한 재난이 다시는 발생하지 않도록 지혜를 모아 주기를 간곡히 부탁드린다"고 말했다.

dsun@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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