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위기시계
실시간 뉴스
  • 은행 고난도 상품 ‘판매 금지’…신탁·PB영업 사실상 ‘계엄령’
‘DLF 대책’에 금융권 패닉
은행, 74조시장 포기할 판

“자산관리 시대에 진입했는데 은행은 대출과 예금 기능만 하라는 말입니까.”(A은행 자산관리 부문 책임자)

“정부가 발표한 대책을 액면 그대로 받아들인다면 이제 우리는 공모펀드만 팔라는 얘기입니다.”(B은행 고위 관계자)

은행권이 금융당국이 내놓은 ‘DLF 대책(고위험 금융상품 투자자 보호 강화를 위한 종합 개선방안)’으로 패닉에 빠졌다. 새로운 성장동력으로 키워야 할 자산관리(WM)사업의 위축이 불가피하다는 진단에서다.

당국이 설정한 ‘고난도 금융투자상품’의 개념이 모호해 사실상 금융상품 판매에 ‘계엄령’이 내려진 것이라는 의견이 분출하고 있다.

15일 금융계에 따르면 정부의 이번 대책으로 은행이 향후 판매가 불가하게 된 금융상품은 고난도 사모펀드와 신탁이다. 은행권에선 당장 구체적으로 어떤 상품의 판매가 금지되는지를 놓고 혼란스러운 표정이 역력하다. ▶관련기사 2·14·15면

금융위원회의 설명에 따르면 파생상품이 기본적으로 바탕에 깔려 있어 가치평가방법을 투자자가 이해하기 어렵고 최대 원금 손실 가능성이 20~30% 이상인 상품을 ‘고난도 금융투자상품’으로 묶어 지정할 방침이다.

시중은행의 WM 관계자는 “금융당국이 발표한 수준에서는 은행 판매가 금지되는 상품에 대한 해석을 해야 하는 내용이 많다”며 “지금 시장에서 판매되는 금융투자상품 가운데 20~30%에서 손실이 딱 멈추는 상품이 과연 있을지 의문이고 국민상품으로 인식되는 ELS의 경우 손실이 나면 40%에서 시작되는 것이 보통”이라고 지적했다.

투자자 보호 측면만 따지더라도 금융위의 대책이 정교하지 못하다는 목소리가 거세다. ‘파생상품 내재’라는 기준을 적용하면 주식·채권·부동산 등 실물자산에 투자하는 사모펀드는 판매금지 대상에서 제외된다. 하지만 시장에서 회사채와 부동산 등에 연계된 사모펀드의 손실률도 무시할 수 없다는 게 금융업계 현장의 판단이다.

은행권 관계자는 “(이번 대책에) 부동산 관련 투자가 안 보이는데 부동산 지분을 매입하는 에쿼티(Equity)형 펀드의 경우 손실률이 높다”며 “회사채를 담는 펀드의 경우에는 이론적으로 100% 손실이 가능한데 이런 부분은 어떻게 되는 건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이번 대책으로 인해 은행권이 포기해야 할 시장규모는 74조4000억원에 달할 것으로 추정된다. 이는 올해 6월 기준 원금 비(非)보장형 파생결합증권 중 최대 원금손실 가능성이 20%를 초과하는 상품의 규모다.

당장 사모펀드, 주가연계펀드(ETF)와 주가연계증권신탁(ELT) 등에 대해 은행 판매가 제한되면 은행들은 기존의 수십조원대 수익을 잃게 될 판이다. 현재 ELT 판매 1~3순위 은행들은 연수익은 10~20조원 대다.

판매금지 대상이 아닌 공모펀드의 경우도 ‘고난도 금융투자상품’으로 지정될 경우 최고경영자(CEO)와 이사회 승인을 거쳐 판매를 해야 하는 규제 때문에 WM사업 전반이 위축될 것이란 우려감이 높다.

한 시중은행 고위 관계자는 “(이번 대책을) 은행들이 앞으로 사모펀드는 아예 팔지 말라는 뜻으로 해석하고 있다”며 “공모펀드 역시 이번 소비자 보호 강화 대책으로 판매 과정이 까다로워지면서 사실상 은행권 WM 사업이 전체적으로 위축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이승환·박자연 기자/nice@

맞춤 정보
    당신을 위한 추천 정보
      많이 본 정보
      오늘의 인기정보
        이슈 & 토픽
          비즈 링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