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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美 ‘독재적 CEO 시대’ 막 내린다
올 CEO 1332명 퇴진 역대최다
이사회·투자자 등으로 권력 분산
‘미투’ 이후 윤리적 기준 높아져
CEO도 무관용…처벌 대상으로

최고경영자(CEO)들에게 2019년은 유난히 잔인한 한 해였다.

미국의 취업고용 컨설팅 업체 챌린저, 그레이 & 크리스마스(CGC)의 조사에 따르면 설립 2년 이상, 직원 10명 이상의 기업 중 올들어(10월 기준) 1332명의 CEO가 자리에서 물러났다. 첫 조사가 이뤄진 지난 2002년 이후 최고 수준이다. 이는 부실 기업의 도산이 잇따랐던 2008년 금융위기 시절보다, 증시가 사상 최고치를 기록하고 기업들의 호실적 릴레이가 이어지고 있는 올해에 오히려 더 많은 경영인들이 자리 보전에 실패했음을 뜻한다.

미 경제 호황과 대비되는 CEO들의 사퇴 행렬은 CEO 중심의 권력구조가 점차 구성원과 주주를 중심으로 재편되고, 리더십에 대한 윤리적 기준이 강화되고 있는 최근 재계의 변화를 반영한다. ▶관련기사 3면

포브스는 “예스맨으로 가득찬 이사회의 지원을 받아 공포와 협박으로 통치하는 위압적이고 독재적인 CEO들의 시대가 끝나고 있다”면서 “활동적인 투자자들과 직원들, 그리고 대중들은 훌륭하지만 결함이 있는 CEO들에게 날카로운 질책을 보내고 있다”고 분석했다.

시장과 여론은 더이상 CEO들의 비윤리적 행동과 불법 행위, 경영 실패를 묵인하지 않고 있다. 가장 대표적인 예가 공유오피스기업 위워크의 아담 노이만 창업자 겸 CEO의 사퇴다.

실리콘밸리의 차세대 성공신화로 주목받아 온 노이만은 지난 9월 기업가치 폭락과 기업공개 실패(IPO)의 책임을 지고 자리에서 물러났다. 심각한 경영 손실이 드러나고, 노이만을 둘러싼 금융거래와 회계처리 부정 의혹이 불거지며 투자자들이 대거 이탈한 것이 치명타였다.

여기에 청소년 흡연 조장 논란 속에 전자담배회사 쥴의 케빈 번스 CEO마저 사퇴 수순을 밟으면서, 실리콘밸리 스타트업에 대한 여론의 맹목적 ‘추종’이 더이상 유효하지 않음이 증명됐다.

뉴욕타임스(NYT)는 “투자자들은 과거 스타트업 붐에 편승했던 과거와 달리 수익과 손실, 향후 미래 가치에 대한 냉정한 판단을 바탕으로 스타트업 투자에 접근하고 있다”면서 “올해 기업에 대한 시장의 반응은 어느때보다 냉담하다”고 분석했다.

특히나 기업과 CEO의 비윤리적 행태는 주요 퇴진 사유로 자리잡은 모양새다. 실제 PwC에 따르면 지난 2018년의 경우에도 부진한 실적보다 비윤리적 행동 때문에 물러난 CEO가 더 많은 것으로 집계됐다.

지난 10월에는 40년 간 나이키에 몸담은 마크 파커 나이키 회장 겸 CEO와 경쟁업체 언더아머의 케빈 플랭크 창업자 겸 CEO가 잇따라 사퇴를 선언했다. 파커는 최근 나이키가 휘말린 도핑 스캔들에 대한 책임론에 휩싸였고, 플랭크는 MSNBC 앵커와의 스캔들로 이후 회사 안팎의 퇴임 압력을 받아왔다.

앤드류 챌린저 CGC 부사장은 “10월에 특히 유명 CEO들의 사퇴가 많았다”면서 “다수가 회사 경영 혹은 사생활에서 일어난 실수에 대한 책임을 지고 물러났다”고 설명했다.

경영진의 위법 행위와 사생활에 대한 검열이 강화된 데에는 미투(Metoo) 운동의 영향도 컸다. 미투 운동 이후 다수의 회사들은 개인적 관계에 따라 사업적 판단이 이뤄지는 것을 ‘원천 차단’ 하기 위해 무관용 정책을 도입했다.

글로벌 패스트푸드체인인 맥도날드의 스티브 이스터브룩 CEO는 이달 직원과 ‘합의된 관계’를 가졌다는 이유로 해임됐다. 맥도날드는 직간접적 보고체계 내에 있는 직원들이 데이트를 하거나 성관계를 갖는 것을 금지하고 있다. 지난해에는 지난해 인텔의 CEO였던 브라이언 크르자니크가 같은 이유로 사퇴했다. 모든 관리급들에게 적용되는 사내의 ‘친목금지(nonfraternization) 정책’ 때문이었다.

다만 일각에서는 여론의 목소리와 이사회의 힘이 강화되면서 CEO 경질이 남용되는 부작용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예일대 경영대학원의 제프리 소넨펠드는 NBC와의 인터뷰에서 “운동가들과 규제 당국이 이유없이 CEO를 제거하기 위해 이사회를 압박하는 결과를 초래할 수도 있다”며 “유능한 경영자들도 외부 압력에 의해 쫓겨날 수 있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손미정 기자/balm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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