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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동백꽃 ’ 임상춘 작가, 쉬우면서 할 말 다하는 대사

-까불이는 흥식이 아버지였다. 용식이가 검거했다

[헤럴드경제 = 서병기 선임기자]KBS 수목극 ‘동백꽃 필 무렵’은 대사가 쉬우면서도 할 이야기를 충분히 담고 있다. 어렵지 않다는 게 큰 강점이다. 함축적이고 직감적으로 와닿는 대사가 감탄스러울 정도다. 이런 걸 촌철살인이라고 하지 않을까.

등장인물들중에는 ‘팔자 소관’의 여성들을 보여주지만 사실은 그 이면에는 편견과 차별에 맞서 싸우며, 결국 주도적 삶을 살고 있는 옹산 여자 주민들을 그려내고 있음에도 균형 감각을 지니고 있어 남녀 대결, 젠더 대결 구도에 빠지지도 않는다.

임상춘 작가의 글은 쉽지만 많은 걸 담고 있다. 가족과 이웃, 인간관계에서 오는 따뜻한 휴먼 스토리부터, 사랑이 뭔지 아는 ‘촌놈’ 용식(강하늘)과 인생이 힘든 ‘싱글맘’ 동백(공효진)간의 멜로, 긴장감을 끌고가는 스릴러적 요소가 잘 버무러져 있다.

그 속을 보면 임 작가는 노희경의 세상과 가족을 보는 성숙함과, 김수현의 폐부를 찌르는 통렬함, 김은숙의 감각적인 트렌디물의 오글거림 등의 재능과 내공을 모두 소유하고 있는 듯하다.

‘동백꽃 필 무렵’은 드라마 제작이라는 시장에 주는 의미도 매우 크다. OTT 등 인터넷을 기반으로 하는 플랫폼 홍수속에서 블록버스터도 만들어야 겠지만, 이야기가 주는 극성의 힘이 여전히 중요하다는 점을 증명하고 있다.

한편, 지난 14일 방송된 KBS 2TV 수목드라마 ‘동백꽃 필 무렵’에서는 향미(손담비)에게 벌어진 일들의 진상이 밝혀졌다. 사고가 나고, 비가 억수로 쏟아져도 꾸역꾸역 배달 장소에 도착했지만, 그곳에는 늦은 향미 때문에 평정심과 신중함을 잃은 까불이가 있었다. 때문에 동백의 팔찌와 스웨터를 착용하고 있는 향미를 동백으로 착각한 그는 일순간 그녀의 목을 공격했다. 그렇게 향미는 제대로 된 방어 한번 하지 못하고, 불시에 일격을 당했다. 그 와중에도 무언가를 말하기 위해 실리콘 재질의 샛노란 무언가를 삼켰다.

향미가 남긴 건 또 있었다. 바로 손톱 밑에서 범인의 DNA가 검출 된 것. 용식은 옹산운수 건물 청소도, 스쿠터를 싣고 가던 트럭 주인도, 무기로 가득한 철물점을 운영하는 것도, 모든 정황이 흥식(이규성)이를 가리켜 그를 까불이라 단정했지만, 과학은 다른 얘기를 했다. DNA 대조 결과 흥식이 아닌 그의 아버지(신문성)였던 것. 그 길로 용식은 흥식의 철물점으로 달려갔고 까불이 검거에 성공했다. 이로써 까불이도 잡았으니 동백과 용식의 앞길엔 꽃길만 펼쳐질 것 같았다.

하지만 예상은 처참히 빗겨나갔다. 동백은 기죽은 필구가 눈에 밟혀 아들의 새 학교를 찾아갔다. 그곳에서 필구가 점심 도시락으로 즉석밥과 배달용 단무지를 싸와 친구들에게 ‘단무지’로 불린다는 사실을 알고 말로 형용할 수 없는 슬픔을 느꼈다.

필구는 아직 여덟 살 밖에 되지 않은 어린이임에도 불구하고, 다 큰 어른인 자신을 지켰다. 동백이 의지할 수 있는 든든한 기둥이, 구박받는 자신을 지키는 쌈닭이 돼줬다. 동백이 자신이 소녀가 돼가는 동안 필구는 고작 여덟 살의 나이에 어른이 돼가고 있었던 것. 필구는 눈치를 보면서 엄마를 닮아갔다. 어린 마음이 억지로 참아주는 것도 모르고 동백은 의리도 없이 설레고 다녔다.

그 사실을 깨우친 동백은 가슴이 사무치게 아팠고 결국 용식과 헤어지겠다고 결심했다. 여자가 아닌 필구(김강훈)의 엄마를 하겠다는 공효진의 선택이었다. 동백에게는 필구를 그늘 없이 키우는 것이 최우선이었기 때문. 동백은 용식에게 “저 그냥 엄마 할래요. 여자 말고 엄마로 행복하고 싶어요”라며 눈물로 이별을 통보했다. 기적 같던 그들의 봄날은 이렇게 저물고 마는 걸까. ‘동백꽃 필 무렵’은 이제 단 2회만 남았다.

wp@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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