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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설] ‘나는 예외’라며 몸사리는 한국당 중진들 실망스럽다

내년 총선을 앞두고 자유한국당 내에서 이른바 ‘험지 출마론’을 놓고 벌이는 논란이 뜨겁다. 총선 험지는 한국당이 상대적으로 약세를 보이고 있는 서울 강북과 수도권지역 등을 의미한다. 대선 후보군이나 전·현직 지도부, 3선 이상 의원 등 중진급 인사들이 공격적으로 이런 곳에 출마해 바람을 일으키며 총선 승리의 돌파구를 마련하자는 게 그 배경이다. 그동안 당에서 많은 혜택을 받았으니 위기 상황에서는 헌신해야 한다는 것이다. 주로 초선의원을 중심으로 제기되고 있으며 불출마를 선언한 김무성 의원이 가세하면서 더욱 증폭되는 양상이다.

한데 정작 자기 희생이 필요한 험지 출마를 자원하는 인사는 여태 보이지 않는다는 게 한국당의 현실이다. 그 대상자로 꼽히는 인사들은 한결같이 난색을 표하거나 어정쩡한 태도다. 말로는 혁신과 인적쇄신을 주장하면서 자신은 예외라며 몸을 사리는 것이다.

첫번째 타겟이 되고 있는 황교안 대표부터가 그렇다. 황 대표는 험지 출마에 대한 의향을 묻는 기자들 질문에 “당에 필요한 모든 것을 다 할 수 있다”는 소극적이고 원론적 입장만 되풀이 했다. 총선을 주도해야 할 당 대표가 아직까지 자신의 행보와 관련한 입장 정리도 제대로 못하고 있는 것은 바람직하지 못하다. 황 대표의 험지 출마를 강력히 요구하고 있는 홍준표 전 대표도 자기 희생에 인색하기는 마찬가지다. 홍 전 대표는 “대한민국에 한국당 험지가 아닌 곳이 없다”며 험지 출마론에 발끈하는 모습이다. 현재 홍 전 대표가 출마를 타진중인 곳은 고향인 창녕을 비롯 창원 대구 등 전통적인 한국당 강세지역인 영남권이다. 김병준 전 비대위원장은 “험지 출마도 마다하지 않겠다”고 하면서도 대구 지역에 공을 들이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하긴 “이제 대구 경북도 험지”라는 일부 영남권 중진들의 항변까지 나오고 있는 실정이다.

물론 험지 출마만이 능사는 아니다. 하지만 이를 둘러싼 갈등은 한국당의 성찰과 쇄신의지 부족을 거듭 확인해주고 있다는 점에서 실망스럽다. 각 분야의 전문성을 인정받는 지역인사들을 수혈해 교두보를 쌓아가고 있는 더불어민주당의 ‘험지 전략’과 너무도 대조적이다.

한국당은 20대 총선과 대선, 지난해 지방선거에서 연거푸 패했다. 지금 상태라면 내년 총선도 그 결과는 뻔하다. 자칫 군소 지역정당으로 전락할 것이란 전망마저 나오고 있다. 야당을 걱정하는 것은 예뻐서가 아니라 힘이 약해지면 정부 여당에 대한 견제 능력을 상실하기 때문이다. 한국당이 분발이 절대 요구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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