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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10대 건설사→양대 항공사… HDC의 ‘대변신’
정몽규 회장 “모빌리티 그룹으로 도약 계기”
건설업 위기로 사업 다각화… “지속가능한 회사”
면세점·호텔 시너지 vs 효과 안난다는 지적도
[사진=정몽규 HDC그룹 회장이 아시아나항공 인수가 확정된 12일 서울 용산구 HDC 본사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인수 배경과 경영 방향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HDC현대산업개발 제공]

[헤럴드경제=김성훈 기자] HDC 그룹이 아시아나항공 인수 우선협상자로 선정되면서 그룹의 무게중심을 건설업에서 항공업으로 옮겨싣는 전환기에 돌입했다. 건설업이 성장의 한계에 봉착하면서 띄운 승부수로 업계에서는 어떤 결과를 낼 지 주목하고 있다.

정몽규 HDC그룹 회장은 12일 오후 아시아나항공 인수 관련 기자간담회에서 “우리 그룹이 항공 산업 진출뿐만 아니라 모빌리티 그룹으로 한걸음 도약하는 계기가 됐다”고 말했다. ‘모빌리티 그룹’이 뭘 의미하는지 묻는 질문에 “아직 구체적으로 정해진 건 없다”며 답을 피했지만 그룹의 사업이 건설업에서 항공업을 중심으로 재편될 것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HDC그룹은 1999년 현대그룹으로부터 계열분리된 이후 주택사업을 중심으로 회사를 키워왔다. 지난해 기준 그룹 총매출(6조5000억원) 가운데 HDC현대산업개발과 HDC아이앤콘스 등 건설사업 매출이 4조3000억원 정도로 절대적인 비중을 차지한다. HDC현대산업개발은 시공능력평가 9위의 대형건설사로 ‘아이파크’라는 아파트 브랜드를 앞세워 주택 시장에서 큰 영향력을 갖고 있다.

▶그룹매출 절반이상 항공업, 호텔·면세점 등과 시너지 효과 창출 모색= 아시아나항공을 인수하게 되면 그룹 매출의 절반 이상을 항공업이 차지하게 된다. 아시아나항공과 자회사의 지난해 매출액은 7조원을 넘어 HDC그룹 전체 매출액보다 많다. 재계에서는 HDC그룹이 아시아나항공 인수를 계기로 기존에 운영하고 있던 호텔, 면세점, 리조트 등과의 시너지 효과 창출을 모색할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는다. 정 회장 역시 기자간담회에서 이같은 계산을 염두에 뒀다며 “본 계약을 체결하고 다양한 사업 방식과 운영 방향 등에 대해 심도있게 고민할 것”이라고 말했다.

HDC그룹은 정 회장이 취임한 2005년 이후 줄곧 다양한 영역에서 사업을 확장하려는 시도를 해왔다. 2005년에는 파크하얏트서울 등을 개점해 호텔업에 진출했고, 이듬해에는 영창악기도 인수했다. 또 2015년에는 신라면세점과 손을 잡고 면세시장에 진출해 HDC신라면세점을 운영하고 있다.

특히 최근 들어서는 HDC 지주사 체제로 전환한 2018년 전후에는 이러한 움직임이 더욱 활발해졌다. 2017년에는 그룹의 체질을 근본적으로 변혁하고 미래 경쟁력 확보 방안을 구상하기 위해 ‘빅 트랜스포메이션(Big Transformation·대변신이라는 뜻)’ 프로젝트를 시작해 현재까지 이어오고 있다. 2018년에는 부동산정보업체 부동산114를 인수했고, 올해 들어서는 한솔개발(한솔오크밸리) 인수, 한화에너지와 통영천연가스발전사업 공동추진 등을 진행했다.

정몽규 회장은 “경제가 앞으로 더 어려워질 것이라고 하지만 이런 때가 기업을 인수하기 가장 좋은 때라고 생각한다”면서 “능력이 되면 계속 할 것”이라고 언급해 사업다각화를 위한 추가 인수 가능성도 열어놨다.

▶지속가능한 회사 만드는 것이 우선= 정 회장이 이처럼 사업다각화에 공을 들이는 이유 중 하나는 주력인 주택 사업이 위축 국면에 있는 점이 꼽힌다. HDC현대산업개발은 해외사업이 거의 없고 국내 주택사업 중심이라 주택 경기가 꺾이면 타격이 크다. 올해 3분기 실적도 주택경기 위축으로 매출과 수주 모두 전년보다 감소했다. HDC그룹 관계자는 “정 회장은 건설업에서 최고가 되는 것도 좋지만 지속가능한 회사를 만드는 것이 우선이라고 늘상 강조해왔다”고 말했다.

일각에선 최초의 국산 자동차 ‘포니 현대’ 개발에 앞장선 고 정세영 명예회장(정몽규 회장의 선친)의 못다 이룬 꿈을 이루고픈 의지가 밑바탕이 됐을 것이란 해석도 내놓는다.

그러나 일각에선 항공업이 기존에 HDC그룹이 영위해온 사업과 큰 시너지를 내기 어렵다며 성과를 낙관하기 쉽지 않다는 해석을 내놓는다. 조윤호 DB금융투자 연구원은 “특히 면세점, 호텔 등 HDC그룹이 영위하는 일부 사업과 항공업 간 시너지는 분명히 존재할 수 있지만 HDC그룹 이익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건설, 특히 디벨로퍼와의 시너지는 크지 않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paq@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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