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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중국 문학 거장 옌롄커 홍콩 사태, "어떤 형태의 폭력이든 반대한다"
대산문화재단 '세계작가와의 대화'강연차 방한
중국을 대표하는 작가 옌롄커

[헤럴드경제=이윤미 기자]“개인적으로 분명하게 말할 수 있는 건 인류의 자유와 존엄을 향한 모든 노력은 소중하다는 것입니다. 그리고 어떤 형태의 폭력이든 반대합니다. 사람의 목숨은 그 모든 것보다 소중합니다.”

중국에서 가장 폭발력 있는 작가이자, 노벨문학상 후보로 거명되는 작가 옌롄커(62)가 11일 발생한 홍콩시위대 폭력 진압에 이같이 밝혔다.

대산믄화재단이 교보문고와 공동기획한 '세계작가와의 대화'의 첫 작가로 방한한 옌롄커는 12일 기자들과 만나 홍콩 사태에 대해 분명한 입장을 밝혔다.

그는 10년 전, 문학강연을 위해 한국을 방문했을 때, 광우병 반대 시위에 우연히 참여한 경험을 들려줬다. "호기심때문에 참가했는데 새로운 경험이었다"며, "홍콩의 민주화시위나 광우병 시위나 인간의 존엄과 자유를 위해 노력하는 흔적"이라고 강조했다.

중국의 감추고 싶은 현실을 있는 그대로 그려냄으로써 권력층과 부유층을 가장 불편하게 하는 작가로 알려진 옌렌커의 작품은 많은 작품이 금서로 지정, 중국에서 출간되지 못하고 있다. 국내에는 2008넌 '인민을 위해 복무하라'가 출간된 것을 시작으로 현재까지 '딩씨 마을의 꿈''사서', '물처럼 단단하게', 산문집 '연월일'등이 출간됐고, 신작 '빨리 함께 잠들 수 있기를'이 출간을 앞두고 있다.

옌롄커는 자신을 실패한 인생, 실패한 작가로 소개했다. 살면서 많은 이상을 가졌는데, 80퍼센트의 이상은 실패했다는 것이다, 또한 독창성을 가지고 창조력을 발휘한 작품을 쓰지 못했기 때문에 실패한 작가라고 했다. 특히 그는 독창적이고 창의력이 뛰어난 작품에 대한 작가적 열망을 거듭 밝혔는데, 문학이 해야 하는 역할, 최고의 기능은 심미 기능이라고 강조했다.

"나는 60세 넘은 노작가입니다. 내가 쓴 책이 중국에서 출판될 지에 대해선 별 관심이 없습니다, 금서가 꼭 좋은 책은 아닙니다, .작품은 예술적으로 평가돼야 합니다, 저는 모든 창조력을 녹여낸 작품에만 관심이 있습니다. 제 창조력을 갈아넣은 작품을 쓸 수 있다면 가치가 있을 것이고 그렇지 못하면 실패한 인생이 될 것입니다",

그는 그런 창조적 글쓰기를 위해 읽고 생각하는 과정을 반복하고 있는데, 최근에는 활기가 넘치는 젊은 작가들의 작품을 많이 읽으려고 한다고 밝혔다.

국내 출간될 신작 '빨리 함께 잠들 수 있기를'의 경우, 환상과 현실을 오가는 마술적 리얼리즘과 추리적 기법 , SNS형식의 글 등 실험적 기법을 다양하게 적용했다며, 자유로운 글쓰기 경험이었다고 소개했다. 소설에는 작가가 직접 등장하고 등장인물 모두 실제 인물이라는 것. "진실이라고 하는 것들이 소설 속에서 계속 부정되는데, 우리 삶에 진실이란 없구나! 진실이 없는 진실도 우리가 마주해야 하는 진실 중의 하나"라고 설명했다.

한국의 80년대생 이후 젊은 작가 중 김애란을 좋아한다는 그는 '달려라 아비'를 읽고 강인하고 섬세한 글쓰기가 인상적이었다며, 한국과 중국 작가의 차이에 대해 설명했다.

중국의 현실에서 강조하는 것은 집단이기 때문에 등장인물이 많고 복잡한 구조가 필요해 이상하게 여겨질 수 있다며, 반면, 한국은 개인과 가정에 초점을 맞춘 글쓰기여서 관심있게 보고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체제가 작가에 영향을 미친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며, 위대한 작품은 작가에 달린 것이지 작가가 처한 체제에 달린 건 아니라고 강조했다.

그는 올해 노벨문학상을 공동 수상한 피터 한트케의 코소보 사태에 대한 비판적 여론과 관련, 피터 한트케가 문학적으로 가치있는 작품을 쓴 작가라고 생각한다며, 작가가 세계에 대해 참여하고 의견을 내는 것, 참여가 중요한데, 중국작가들은 침묵한다는 점에서 다르다고 말했다,. 그 자신 마찬가지라고 고백했다.

"진실되게 말하자면, 저는 나약한 사람입니다. 중국사회 현상에 대해서 비판한 적이 없습니다, 사실 그대로 적었을 뿐입니다, 저의 인생, 문학을 성찰해보면 나약함이 드러납니다."

/meele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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