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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수학 전공 뒤 의과학 진학 큰 도움”
노벨 생리학상 케일린 교수
“신선한 사고방식 불어넣어”
2019년 노벨생리의학상 공동 수상자인 윌리엄 케일린 미국 하버드 의대 교수 [카오스재단·고등과학원 제공]

[헤럴드경제=이정아 기자] "젊은 과학자들이 전공을 바꾸거나 내 분야가 아닌 새로운 분야에 관심을 갖고 연구를 했으면 합니다. 신선한 관점과 새로운 사고방식을 불어넣을 수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카오스재단과 고등과학원이 공동으로 주최한 '2019 노벨상 해설강연'을 앞둔 지난 8일 올해 노벨 생리의학상 수상자인 윌리엄 케일린(William G. Kaeilin) 미국 하버드대 의대 교수를 만났다. 그는 "내가 존경하는 생물학자 중에는 물리·화학·수학 등 다른 전공을 공부한 분들이 많다"라며 "젊은 과학자들이 스스로에게 도전을 던지고 새로운 영역에 뛰어들었으면 한다"라고 덧붙였다.

케일린 교수는 대학에서 수학을 전공하다가 뒤늦게 의학으로 진로를 바꿨다. 의사가 된 이후에도 실험실에서 유전병에 관한 기초연구에 매진한 흔치 않은 케이스다. 그는 "여러 전공분야를 거쳐 다양하게 보는 안목을 가질 수 있었다"며 "특히 아이디어 기반으로 명백한 사고를 배우는 수학은 이후 의과학 공부에 도움이 됐다"고 설명했다.

케일린 교수는 망막·신경·혈관 등에 악성 종양을 발생시키는 폰히펠린다우(VHL) 증후군을 연구하던 중 단백질인 저산소 유발인자(HIF)가 세포의 산소 농도를 조절하는 핵심 관문을 담당한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이로써 신장암을 비롯해 빈혈, 심근경색증이나 뇌경색 등 각종 질환에 대한 병리를 이해하고 치료법 개발에 가능성이 열리게 됐다.

그는 이러한 공로를 인정받아 피터 랫클리프 영국 옥스퍼드대 교수, 그레그 서멘자 미국 존스홉킨스대 의대 교수와 함께 올해 노벨생리의학상을 받았다. 케일린 교수는 "아버지는 낚시 잘하는 법을 아는 것도 중요하지만 그보다 좋은 터에서 낚시를 하는 게 더 중요하다고 했다"라며 "나는 운 좋게 'VHL'이라는 터를 선택해 월척을 낚게 됐다"고 덧붙였다.

그는 오랜 기간 연구에 몰입할 수 있었던 비결을 '야구'에 비유해 설명했다. 그는 "목표를 여러 단계로 나눠서 각 단계마다 작은 성공의 성취감을 느끼고 난 후 다음 단계로 나아가는 과정이 필요하다"라며 "야구로 비유하자면 1루까지 가자는 목표부터 세워야 예상보다 더 좋은 홈런도 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저의 경우 작은 성취가 쌓여 10년 정도에 한 번씩 좋은 성과가 나왔다"고 덧붙였다. 예컨대 1996년 VHL 유전자에 결함이 있을 때 세포가 산소를 감지하는 능력이 줄어든다는 연구 결과를 밝힌 것, 이후 2001년 랫클리프 교수와 VHL이 HIF를 직접적으로 분해한다는 사실을 연구 데이터로 증명한 것이 그에게 '홈런'이었다.

현재 미국 샌프란시스코에 위치한 한 제약회사에서 그의 연구 성과를 활용해 약을 개발 중이다. HIF를 조절해 만성 빈혈을 억제하는 경구용 치료제로 중국과 일본에서 신약 승인을 받은 상태다.

다만 그는 "절대 지름길이란 없다"며 기초과학 연구의 중요성을 거듭 강조했다. 기초연구 결과물이 치료제나 치료 방법에 적용되는 건 기쁘지만, 과학자들이 연구 성과를 최종적으로 어떻게 적용해야 하는지에 대한 압박을 지나치게 받고 있다는 설명이다.

그는 "미국 제약사도 기초과학에 쉽게 투자하지 않는 분위기가 있다"라며 "그런데 기초적인 지식이 충분히 축적돼야 이걸 서로 연결해 새로운 치료제 개발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dsun@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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