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위기시계
실시간 뉴스
  • [사설] 백년대계는 고사하고 일년계획도 못세우는 교육정책

자율형사립고(자사고), 외국어고(외고), 국제고를 일반고로 일괄 전환한다는 정부 발표 후폭풍이 거세다. 유은혜 교육부 장관은 7일 “자사고, 외고, 국제고가 취지와 다르게 학교 간 서열화와 사교육 심화 등 불평등을 유발한다”며 “2025년부터 모두 일반고로 전환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당장 해당학교측이 강하게 반발하고 나섰다. 자사고교장연합회는 곧바로 기자회견을 열고 “교육정책의 일관성을 훼손하는 폭거”라며 ‘끝까지 항거’ 의지를 표명했다. 일괄폐지에 따른 손실과 유무형의 피해에 대한 책임도 묻겠다고 했다. 다른 학교와 학부모들도 청와대 청원은 물론 헌법소원도 준비중이라고 한다. 공론화 과정은 물론 관련 학교 관계자 등과 협의도 거치지 않는 등 절차적 논란도 커지고 있어 갈등이 장기화될 가능성도 높은 상황이다.

무엇보다 정치 상황에 따라 오락가락하는 교육정책으로 혼란을 겪는 학생과 학부모들이 잔뜩 뿔이 났다. 교육이 백년대계라고 하나 실상은 일년계획조차 제대로 시행하지 못해 교육당국에 대한 신뢰는 그야말로 바닥이 났다. 이번 소동만 해도 그렇다. 불과 두달 전까지만 해도 자사고와 특목고는 재지정 평가를 통해 단계적으로 전환하겠다는 게 기본 방침이었다. 그러다 조국 사태로 대입 불공정 논란이 불거지고 문재인 대통령이 고교서열화 해소를 주문하자 느닷없이 일괄폐지로 방향이 급선회했다. 정치적 상황 변화에 교육정책 기조가 덩달아 춤을 추고 있는 것이다. 어느 장단에 맞춰야 할지 학생과 학부모는 도무지 정신을 차릴 수 없다.

이 뿐이 아니다. 유 장관이 대입과 관련 “정시 확대는 없다”는 입장을 천명한지 불과 사흘만에 이를 번복하기도 했다. 문 대통령이 국회 시정연설에서 정시확대 발언 이후 자신의 말을 뒤집은 것이다. 더욱이 교육부가 이날 함께 내놓은 일반고 역량강화의 핵심 방안인 고교학점제는 정시의 영향력이 최소화돼야 성공할 수 있어 ‘정시 확대’와 정면으로 충돌한다. 교육에 대한 철학이 없이 정무적 판단만으로 정책을 추진하다보니 스텝이 꼬이는 것이다.

정부는 올해안에 초중등학교법 시행령에서 자사고 등의 설립 근거를 삭제하는 방식으로 일괄폐지를 밀어붙인다는 계획이다. 하지만 실제 전환시기는 현 정부 임기가 끝나는 6년 뒤다. 차기 정부가 정책을 그대로 유지할 것이란 보장이 없다. 이번 조치가 얼마든지 번복될 수 있다는 얘기다. 교육의 공정성이 논란이 되지만 못지않게 일관성과 예측가능성이 있어야 한다. 교육을 백년대계라고 하는 것은 이런 까닭이다.

맞춤 정보
    당신을 위한 추천 정보
      많이 본 정보
      오늘의 인기정보
        이슈 & 토픽
          비즈 링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