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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새책] PD출신 김혁조 교수의 풍자소설…촌놈의 좌충우돌 서울(대) 입성기
-‘아! 서울대(한올출판사 刊)’ 출간
-“서울 가서 고기 실컷 먹고 싶다” 꿈꾼 소년
-“그렇다면 서울 올라가 대학 가야지” 목표
-70년대 생활상 해학적 표현…팝콘식 전개
-대입ㆍ수능 말많은 시대에 많은 시사점 줘

시골 소년의 서울대 좌충우돌 입성기를 소설로 풍자한 김혁조 교수.

[헤럴드경제=김영상 기자] “아, 서울에서 핵교 댕기는구먼. 느 아부지 좋아하시겄다.”

1970~80년대에 시골에 가면 꼭 이랬다. 동네 할아버지는 “어디 사는 누구 아녀?”라고 한뒤, “어디서 뭐하냐”라고 물었다. “저 서울에서 대학교 다닙니다”라고 하면, 반드시 이런 말이 뒤따랐다. “서울대 다니는구먼. 느 집서 좋아하겠구먼.”

서울대 아니지만, 서울대가 아니라고 할 필요가 없었다. 어차피 서울에서 학교 다닌다면 할아버지는 ‘서울대’인줄 알았으니까.

까까머리 소년 역시 그랬다. 시골에서 나고 자란 ‘촌놈’ 성표, 7남매 중 여섯번째 막내 아들이다. 밑으로 여동생 하나 뿐이라 서열로 따지면 꼴찌나 다름없다. 밥상 서열 역시 찬밥신세다. 고깃국을 먹어도 돌아오는 것은 멀건 국물 뿐…. 해서 고기 건더기 먹는게 소원이다. 어느날 마당을 어슬렁거리다 안방에 나오는 텔레비전을 쳐다보는데, 그곳에선 하얀 와이셔츠 입은 사람들이 고기를 폭풍흡입(?)하고 있다. “저기가 어디고? 아, 서울이네. 나도 서울가서 맘껏 고기를 먹고 싶다. 그런데 서울 가려면 서울에 있는 대학, 서울대를 가야지. 지금부터 나의 목표는 서울대다, 서울대.” 그때는 몰랐다. 서울에 서울대 말고 다른 대학도 많다는 것을. 그렇게 성표는 고기 하나에 목숨걸고 서울대에 매달렸다.

PD 출신의 김혁조 교수(강원대 신문방송학과)의 소설 내용이다. 제목은 ‘아! 서울대’다. 한올출판사가 출간했다. 원없이 고기를 먹고 싶은 마음에 서울대 진학을 목표로 설정한 성표의 성장과정을 담은 소설이다. 50~60대라면 어쩌면 지난날 자신의 모습이라는 공감으로 울림폭이 클 듯 하다.

소설 ‘아!서울대’ 표지.

소설은 다양한 에피소드의 모자이크 구성으로 70년대와 80년대 사회상을 함께 재치있게 풀어냈다. 인물과 사건 중심의 멋드러진 풍자와 해학도 엿보인다.

저자인 김 교수는 “서울대 가고 싶은 주인공을 통해 우리들 10~20대 때의 삶을 해학적으로 그리고 싶었다”며 “이를 통해 이 땅의 대학을 풍자하고, 다시 한번 대학과 입시제도에 대해 생각해 보는 계기를 마련하고자 했다”고 했다. 성적 위주의 선발방식과 ‘인(in)서울’로 대변되는 서울 중심의 굳건한 제도권 대학사회, 이로 인한 지방대학의 쇠퇴에 대해 한번쯤 생각해보는 단초를 주고자 했다는 뜻이다. 그러니 이 소설은 어찌보면 ‘사회성 소설’이기도 하다.

소설은 이런 성표의 스토리와 그 의미를 부각시키기 위해 기존의 소설쓰기 방식 대신에 새로운 글쓰기를 시도한다. 우리에게 익숙한 기승전결, 카타르시스, 화려한 문학체, 갈등과 큰 사건 등의 기존의 소설문법을 버리고 작은 에피소드로 구성된 모자이크 글을 통해 이야기를 풀어냈다. “팝콘 먹듯 쉽게 읽혔으면 한다”는 저자의 말에서 그런 시도를 한 의중이 단박에 읽혀진다.

70~80년대 촌에서 태어나 꼭 대학이 아니라도 서울로 상경한 이들이라면 때론 담담하게, 때론 눈물 나게, 때론 위트 넘치게 짜여진 이 글들 속에서 자신의 삶의 한 자락을 느낄 것이다.

이 책 저자인 김 교수는 1994년부터 13년 동안 EBS PD로 재직하면서 다큐멘터리, 드라마 등 많은 프로그램을 연출했다. 지난 2006년부터 강원대학교 신문방송학과에서 학생들과 함께 다양한 형태의 콘텐츠를 만드는 시도를 하고 있다.

책 제목은 ‘아! 서울대’. 한올출판사. 265쪽에 1만2800원.

ysk@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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