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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지분투자하겠다는 은행…‘노’하는 중기
경영권 등 민감 은행 주주 꺼려
투자보다는 대출 선호 경향
은행, 창업·벤처엔 3000억 투자
중기엔 올 14건 228억에 불과

금융권이 중소기업, 창업·벤처기업을 키우려고 지분 등을 매입해 직접투자한 실적이 엇갈리고 있다. 창업·스타트업은 은행권의 직접투자를 절실히 바라는 반면, 중소기업들은 투자보단 대출을 선호하는 경향이 목격된다.

6일 금융권에 따르면 주요 금융그룹과 은행들은 ‘혁신금융’을 내세우며 창업·벤처기업 등에 다양한 금융지원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금융사가 기업의 지분 등을 사들이는 직접투자 부문을 보면, 4대 금융그룹은 올해 상반기까지 3000억원 이상을 혁신기업에 직접투자했다. 하반기 실적을 감안하면 올해 전체의 직접투자 규모는 더 커질 전망이다. 일부 금융그룹은 애초 세웠던 목표실적을 이미 달성했다.

금융그룹들의 직접투자는 80~90% 정도가 업력이 짧은 창업·벤처기업에 몰렸다. 이는 소규모 기업을 육성하려는 정부의 정책기조에 금융권이 호응한 결과로 풀이된다. 더불어 창업·벤처 입장에서는 직접투자를 마다할 이유도 없다.

IT분야의 한 스타트업 관계자는 “영업이익 자체가 제대로 나질 않는 신생기업 입장에서 상환부담이 있는 대출보다 직접투자가 더 간절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런 기업들이 금융권으로부터 직접투자를 받는 건 ‘자본확충’ 이상의 기대효과가 있다. 한 은행 관계자는 “1금융권의 투자를 받았다는 사실만으로도 기업가치를 인정받는 무형의 효과가 있다”고 설명했다.

반면 정작 중소기업들의 사정은 정반대다. 은행의 직접투자를 마냥 반기지 않는다.

은행권이 중소기업을 대상으로 벌이는 직접투자 실적은 ‘관계형금융’에서 엿볼 수 있다.

관계형금융은 당장은 담보능력이 부족하고 기업신용도가 낮은 중소기업이라도 기술 경쟁력이 우수하고 성장성이 있다면 ▷장기여신(3년 이상) ▷지분투자(직접투자) 등을 지원하는 정책이다.

은행의 장기여신 실적은 해마다 늘지만 직접투자는 떨어지고 있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2015년 말 은행의 지분투자는 15건(189억원)이었다가 이듬해 29건(397억원)으로 늘었다. 하지만 더 늘지 못하고 올해 상반기엔 14건(228억원)으로 줄었다.

주요 금융그룹이 창업·벤처기업에 댄 직접투자 규모(3000억원)와 단순 비교해도 초라한 수준이다. 5대 은행(신한·KEB하나·KB국민·우리·NH농협) 가운데 신한, 하나은행만 직접투자 실적이 있다.

한 은행 관계자는 “지역 중소기업 사정에 밝은 일선 지점들은 현장에서 직접투자 수요가 미미하다고 판단한다”며 “경영권, 지분 관계 등에 민감한 기업들이 은행을 주주로 들이는 걸 꺼린다”고 말했다.

이 때문에 정작 은행이 지분투자를 벌이더라도, 주식이 아닌 중소기업이 발행한 전환사채(CB)를 매입하는 사례가 많다. 당국은 은행의 CB 매입도 지분투자로 분류한다.

중소기업에 대한 은행의 직접투자를 관계형금융에 포함한 건 ‘은행과 기업이 동반자 관계를 구축하라’는 취지가 깔렸다. 그렇지만 좀처럼 실적이 커지지 않는 건 금융당국도 고민의 지점이다.

금감원 관계자는 “동반자 관계라는 게 아직까지 국내 상황에선 이상적으로 받아들여지는 것 같다”면서 “장기적으론 대출 외에도 지분투자가 활발해지도록 환경을 조성하겠다”고 말했다.

박준규 기자/nyang@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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