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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프리즘] 신은 디테일에 있다

  • 기사입력 2019-10-30 11: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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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외에서 텐트를 치고 야영을 한다.’ 캠핑(camping)의 사전적 의미다. 3년 전 우연한 기회로 시작한 첫 야영 때나 지금이나 캠핑의 목적은 같다. 과정도 ‘대략’ 비슷하다.

차이가 있다면 사소한 것들이다. 예를 들면 이렇다. 텐트나 타프(천막)를 설치하려면 팩과 끈을 연결해야 한다. 처음엔 그냥 질끈 묶었다면, 지금은 에반스 매듭, 일명 ‘사형수 매듭’을 쓴다. 맨땅에 텐트를 쳤던 처음과 달리 지금은 그라운드 시트를 먼저 깐다. 타프 천과 폴대, 끈을 합칠 때에도 손에 잡히는 것부터 결합했다면, 지금은 ‘폴대→천→끈’의 순서를 세웠다.

사실 하나하나 대세엔 지장 없는 것들이다. 복잡한 매듭법 없이 그냥 묶어도 된다. 다만, 시간이 지나면 조금씩 풀릴 수 있다. 맨바닥에 텐트를 쳐도 무방하다. 다만, 냉기에 밤잠을 설치거나 철수 때 흥건히 젖은 텐트 바닥이 난감할 뿐이다. 폴대와 끈 사이에 꼭 천막 천을 넣지 않아도 된다. 다만, 강풍이 불면 폴대와 끈만 덩그라니 천이 날아간다.

철수할 때에도 몇가지 사소한 변화가 있다. 수많은 끈을 가방에 우겨넣던 때와 달리 팔꿈치, 손바닥 등을 활용해 크기별로 하나씩 정리해놓고, 집에 텐트를 보관할 때에도 텐트 가방을 꼭 열어둔다.

‘뭘 이렇게까지’ 싶은 절차가 있다면, ‘뭘 이런 것까지’ 싶은 장비도 많다. 대표적인 게 파일드라이버다. ‘말뚝 박는 기계’에서 유래한 이 캠핑용품은 간단히 말해 ‘가늘고 긴 알루미늄 말뚝’이다. 랜턴이나 스크린 등을 걸 때 활용한다.

끈을 정리하지 않고 철수하면 다음 캠핑 때 꼬인 줄 덩어리를 풀며 육두문자가 나오고, 텐트 가방을 열지 않고 몇 개월을 보관하면 곰팡이 핀 텐트를 마주하게 된다. 파일드라이버 없이 맞이하는 밤은? 밤새 대신 랜턴을 들고 서 있을 수 있다면야.

‘디테일’은 결정적 순간에 성패를 가른다. 그리고 통상 결정적 순간은 위기와 함께 찾아온다. 강풍이 불거나 폭우가 내릴 때. 텐트가 무너지거나 타프가 날아가거나.

‘악마는 디테일에 있다’는 말은 사실 ‘신은 디테일에 있다’는 속담에서 유래했다. 속고 속이는 세상사, 디테일은 약관 속 몰래 숨겨둔 문구처럼 부정적 의미로 통용되지만, 본래 디테일은 완성을 위한 노력이자 예방이다.

정치는 개문발차(開門發車)도 필요하지만, 정책은 디테일이 생명이다. 말을 주워담는 정치와 달리 정책은 한번 출발하면 되돌리기 힘들다.

그 어느 때보다 금융투자업계가 뒤숭숭한 때다. 사모펀드 규제완화에 역풍이 불고, 주기적 감사인 지정제는 회계업계를 뒤흔들고 있다. 3조원 이상 팔린 코스닥벤처펀드는 ‘라임 사태’ 후폭풍에 직면했다. 눈은 다시 당국의 행보에 쏠린다.

이럴 때일수록 정책에 디테일이 중요하다. 고위험 투자보호 방안이 자칫 시장 위축으로 이어지진 않을지, 감사 투명성을 제고하려는 정책이 회계 품질 저하로 이어지진 않을지, 라임사태가 코스닥 기업의 성장을 가로막진 않을지, 다소 더디더라도 어쩔 수 없다. 위기일수록 정책은 속도보다 디테일이다. 그래야 강풍도 폭우도 칠흑 같은 밤도 무사히 넘길 수 있다. dlcw@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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