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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헤럴드포럼-강현화 세종학당재단 이사장] 한국어 관심 폭증…세종학당의 역할
80년대만 해도 국제사회에서 한국이라는 이름은 생소했다. 당시 국어학 연구에 이바지하겠다는 꿈을 갖고 있었지만 대한민국을 벗어난 곳의 한국어 교육을 상상하기는 어려웠다. 그로부터 30여 년이 지난 지금, 전 세계 60개국의 외국인들에게 한국 언어와 문화를 어떻게 가르칠지 행복한 고민에 빠졌다. 한류 열풍을 타고 전 세계의 한국어 수요가 급증한 것이다.

변화는 세계 곳곳에서 확인할 수 있다. 지난 9월 9일, 미국 캘리포니아주 의회는 10월 9일을 ‘한글날’로 제정했다. 미국에서 소수민족 언어를 기념일로 지정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캘리포니아 뿐만이 아니다. 미국현대언어협회의 조사에 따르면 2009~2016년간 미국 대학 내 대부분의 외국어 수강자가 줄어든 반면, 한국어는 유일하게 수강생 수가 65% 이상 증가했다. 프랑스에서는 2018~19년 프랑스 파리7대학의 한국어학과 입학 경쟁률이 9대1을 기록했다. 또한 작년에는 한국어능력시험 응시자가 200만 명을 돌파하기도 했다.

이에 따라 한국어 보급 사업을 총괄하는 세종학당재단의 역할도 커졌다. 재단은 2019년 현재 60개국에 180개소 세종학당을 운영하고 있다. 2007년 3개국 13개소였던 것에서 10여 년 만에 약 13배 이상 증가했다. 이곳에서 매년 6만여 명의 외국인들이 한국어를 배우고 한국문화를 즐기고 있다. 재단은 올해에만 41개국 84개소에 한국어 교원 140명을 파견했다.

앞으로가 더 중요하다. 재단은 한류로 인한 반사 이익에만 의존하는 것이 아니라, 한국어 자체의 수요를 확대하고자 새로운 도약을 준비하고 있다. 먼저 2022년까지 세계 곳곳에 세종학당 220개소를 세울 예정이다. 당장 내년부터는 외국인을 위한 한국문화 강좌인 ‘세종문화아카데미’를 종래의 30개소에서 60개소로 늘리며, 한국어 교원도 40명 더 파견한다. 표준화되고 체계화된 교육과정을 통해 더 많은 전세계 한국어 학습자들이 양질의 한국어 교육을 받게 될 것이다.

세종학당의 수업 공간을 온라인으로 확장하는 신사업도 시작한다. 정보통신망을 통해 실시간 정보를 공유하는 디지털 시대, 전 세계 교육시장은 MOOC(온라인 공개 강좌)와 같은 온라인 학습을 중심으로 재편되고 있다. 우리 재단도 외국인들이 오프라인 세종학당의 수업과 동일한 수준의 교육을 온라인에서도 누릴 수 있도록, 관련 기반을 조성하고 있다. 이를 위해 온라인 환경에 최적화된 교육과정, 강좌, 플랫폼, 평가 체계를 만들고 있다. 내년에는 현지어 기반의 ‘온라인 세종학당’을 성공적으로 구축하여, 전 세계 외국인들이 언제, 어디서나 쉽고 편리하게 한국어·한국문화를 즐길 수 있도록 지원할 방침이다.

지난 10월 2일, 재단은 전 세계 47개국의 세종학당 학습자 140명을 한국으로 초청해 열흘간 한국문화를 체험하는 연수를 제공했다. 특별히 인도 첸나이, 콜롬비아 보고타 출신의 학습자 둘은 여행 내내 팔짱을 끼고 다니는 절친한 사이가 되었다. “언니, 어제 하도 걸어서 다리에 알 배겼잖아”, “이거 한번 먹어봐! 대박 맛있어!”라며 유창한 한국어로 소통을 한다. 비행기로만 26시간, 언어도 문화도 다른 두 사람이 한국어라는 공통점으로 친구가 된 것이다. 세종학당에서만 가능한 일이다. 한국어·한국문화를 매개로 더 많은 세계인들이 ‘친구’가 되어 한국과 소통할 수 있도록, 세종학당에 대한 관심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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