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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 설] ‘최장수 총리’된 이낙연…‘책임총리’ 기반마련 평가할 만

이낙연 국무총리가 1987년 대통령 직선제 도입 이후 최장수 총리가 됐다. 이 총리는 2017년 5월 31일 취임한 이후 28일로 881일이 됐다. 직전 최장수 기록인 김황식 전 총리의 880일(2010년 10월 1일~2013년 2월 26일)을 넘어선 것이다. 현 정부 들어 몇 차례 개각이 있었지만 이 총리는 자리를 굳게 지켜냈다. 문 대통령의 국정 파트너로서 안정적으로 내각을 이끈 것이 장수 총리의 원동력이 된 셈이다. 국정을 다잡기 위한 ‘인적쇄신’을 이유로 툭하면 총리를 경질하던 과거 정권의 고질적 관행이 개선된 것만 해도 그 의미가 크다.

무엇보다 ‘책임총리’ 기반을 어느정도 마련했다는 점에서 이 총리는 후한 평가를 받을 만하다. 우선 민생총리 역할에 충실했다는 게 한 이유다. 그는 국정 여러 분야에서 대통령의 손길이 닿지 않는 부분에 대한 세세한 관심과 보살핌으로 민심을 다독였다. 지난 4월 강원도 산불 당시 ‘깨알메모’가 담긴 수첩 공개가 그 한 단면이다. 아프리카돼지열병이 발병하자 즉각 총력 초기대응을 지시하고 직접 그 경과를 챙기기도 했다. 4선 국회의원과 오랜 기자 경력, 민선 도지사를 지내며 쌓은 경험을 적절히 살린 대목들이다. 이 총리가 자연스럽게 유력 차기 대선주자 반열에 올라서게 된 것도 이런 배경이 작용했다고 본다.

내각을 통괄하는 역할에도 빈틈을 보이지 않았다. ‘정부의 군기반장’이라는 별명이 이 총리의 내각 운영 스타일을 잘 말해준다. 국무위원이든 총리실 간부든 현안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면 듣기 민망할 정도로 가차없이 질책했다. 2017년 8월 살충제 달걀 파동 때 설명을 제대로 하지 못한 식품의약품안전처장을 공개 질타한 것이 그 대표적 사례다. 그러면서 그는 당정청 인사들과 막걸리 잔을 나누며 취임사에서 내세운 ‘소통하고 통합하는 내각’의 약속을 비교적 잘 지켰다. 그만하면 ‘제왕적 대통령’ 체제 시스템에서 한정될 수밖에 없는 총리의 역할의 새로운 전범(典範)을 마련한 셈이다.

물론 아쉬운 대목도 없지는 않다. 조국 사태로 국론이 쪼개지고, 사회 갈등이 깊어졌지만 역할을 하지 못했다는 비판이 그것이다. 지극히 정치적인 사안인데다 인사권자가 따로 있기는 하나 내각의 일원을 둘러싸고 벌어진 일인 만큼 일정한 역할이 필요했다는 것이다.

그는 스스로 ‘심장은 정치인’이라고 말한다. 그런 까닭에 내년 총선을 앞두고 총리 자리를 계속 유지할지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언젠가 떠나겠지만 재임하는 마지막까지 그 역할에 최선을 다해주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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