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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일본 바로보기-최인한 시사아카데미 일본경제사회연구소장] 교토대 VS 도쿄대

일본이 올해 노벨화학상을 받은 지난 9일 환호성을 터뜨린 대학은 개교 122주년을 맞은 교토대(京都大)였다. NHK 등 주요 방송은 수상자 배출로 들뜬 교토대 캠퍼스와 교수, 학생들의 모습을 하루종일 내보냈다. 교토대 총장은 “우리대학의 ‘자유’ 학풍이 노벨상 수여에 기여했다면 대단히 영광스러운 일” 이라며 “이번 수상이 학생과 젊은 연구자들에게 큰 격려가 될 것으로 기대한다”며 명문대의 자부심을 드러냈다.

일본인으로 24번째 노벨과학상 영예를 안은 요시노 아키라(吉野彰·71) 아사히카세히 명예 펠로우는 교토대 공학부를 졸업한 뒤 모교에서 석사를 받았다. 이번 수상으로 일본은 자연과학 부분 노벨상 수상자 숫자에서 미국에 이어 세계 2위를 차지, 과학기술의 저력을 다시 확인시켜줬다. 일본인 노벨상 수상자는 문학상과 평화상을 포함해 28명으로 늘어났다. 대학 학부 기준으론 일본 국내 대학 27명, 외국 대학 1명씩이다.

요시노 동문의 수상은 교토대학으로서도 매우 의미 있는 기록이다. 8번째 노벨상 졸업생이 나와 도쿄대학과 어깨를 나란히 하게 됐다. 하지만 교토 오사카 고베 등이 중심인 간사이(關西)지역 주민들은 주저없이 일본 최고 대학은 ‘교토대’라고 말할 정도로 자부심이 대단하다. 지역구 국회의원이나 주요 기업 CEO(최고경영자)들도 이들 3개 도시의 국립대학 출신들이 많다.

동부 도쿄대와 서부 교토대의 자존심 대결은 오랜 역사에서 기인한다. 간사이 사람들이 중세시대 1000년 이상 수도였던 교토의 ‘교토대’를 최고로 내세우는 데는 동서(東西)간 지역 감정도 한몫을 한다.

에도(江戶·도쿄의 옛 이름)를 근거지로 한 도쿠가와 이에야스는 동부지역 영주들을 이끌고 오사카성에 자리 잡은 도요토미 히데요시의 아들을 멸망시키고 전국시대 혼란기를 마감했다. 1603년 도쿠가와 막부가 문을 열면서 정치, 경제, 교육의 중심도 교토에서 도쿄로 옮겨갔다. 교토, 오사카 사람들의 자존심은 큰 상처를 입었다.

국립 도쿄대와 교토대는 메이지시대인 1886년 공포된 제국대학령에 따라 설립됐다. 대표 명문대학으로 꼽히는 도쿄, 교토, 도호쿠, 규슈, 홋카이도, 오사카, 나고야 국립대학의 뿌리다. 노벨상 수상자를 배출한 곳은 도쿄대와 교토대가 8명, 나고야대(3명) 홋카이도대(1명) 도호쿠대(1명) 순이다. 오사카대도 박사학위 기준으로 2명의 노벨 수상자를 가지고 있다. 이들 대학 외에 도쿄공업대학, 도쿠시마대학, 사이타마대학, 야마나시대학, 고베대학, 나가사키대학 등도 1명씩 배출했다. 노벨상 수상 동문(학부 기준)을 가진 대학은 모두 11개에 달한다. 도쿄대와 도쿄공대를 제외한 9곳이 도쿄가 아닌 지방에 위치하고 있다.

노벨상 수상자를 내지는 못했지만 동부의 와세다, 게이오, 조치, 히토츠바시와 서부의 간사이, 도시샤, 리츠메이칸 등 다양한 분야에서 두각을 나타내는 대학들은 한둘이 아니다. 일본인들의 향토(고향)와 지역대학에 대한 애정은 남다르다.

국제적으로 인정받는 지방의 많은 명문대들이 과학기술 발전의 저변이다. 일본 제조업의 힘은 거기서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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