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명 국민의 건강을 생각해서 내린 결정(이라고 믿는다)일텐데 왠지 공허하게 들린다.

보건복지부는 지난 23일 “미국에서 액상형 전자담배 사용과 관련해 폐손상·사망사례가 계속 발생하고, 국내에서도 유사한 의심사례가 신고됐다”며 “안전관리 체계가 정비되고 유해성 검증이 완료되기 전까지 액상형 전자담배 사용을 중단할 것을 강력히 권고한다”고 밝혔다.

국민의 건강을 위협할 수 있는 물질이나 상품에 대해서 보건복지부가 신속하게 움직이는 듯 보인다. 연초담배 인구와 시장이 줄어들고, 아직 금연하지 못한 흡연자들이 궐련형 전자담배와 액상형 전자담배 시장으로 대거 옮겨가고 있다. 하지만 이에 대한 안전검증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는 지적도 있었던 터라 잘못된 조치는 아닐 것이다. 특히 미국에서 공식판매되는 액상이 아니라 대마가 포함된 사제액상을 이용하던 흡연자가 폐손상을 입는 일이 발생하면서 정부의 규제움직임은 있어왔다.

하지만 이를 지켜보는 국민들과 흡연자들의 시선은 냉랭하다.

건강에 안좋기로 치면 연초담배를 따라올 유사담배는 없다. 게다가 간접흡연의 피해까지 극심한 연초담배는 물론 궐련형 전자담배도 생산·판매하는 KT&G는 민영화되었다고는 하지만 정부 세수의 큰 부분을 차지하는 기업이다. 연초형 담배 흡연으로 인한 피해에 비하면 액상형 전자담배로 인한 피해는 ‘조족지혈’이다. 이때문에 전자담배의 인기가 높아졌을 무렵 ‘연초보다 해롭다’는 연구결과가 발표됐을 때 흡연자들은 콧방귀도 끼지 않았다. ‘세금 줄어들까봐 애타는 모양’이라는 비아냥이 대다수였다.

많은 흡연자들은 “연초를 피우다가 전자담배를 이용해보니 기침 가래도 훨씬 덜 나고, 주위 사람들에 피해도 덜 주는걸 확실히 느낀다”며 “연초는 버젓이 외면하고 전자담배만 사용중지 강력권고라는게 어이없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세금많은 연초는 놔두고, 세금적은 전자담배만 표적규제하는 것 아니냐는 의혹을 벗지 못하면 이번 보건복지부의 조치는 웃음거리로 전락할 지도 모른다. 김성진 선임기자/withyj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