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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프리즘] 금융감독과 방관자들

청와대는 금융감독원이 미심쩍었다. 윤석헌 원장의 올해 국정감사 발언이 내 결론의 단초다. 윤 원장은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이 민정수석일 때 세 차례 만났다고 했다.

“감독을 너무 빡세게 해서 시끄러우면 그걸 설명하기도 했다”금감원장은 올해 재개한 종합검사의 진의를 설파하려고 청와대 곳곳을 돌았다. 종합검사 반대론이 업계에서 들끓는다고 경제수석을 넘어 민정수석이 간여하는 지경까지 갔다. 원인은 철학 부재다. 경제가 수상한데 금융회사를 옥죄면 안 된다는 지적에 청와대는 좌고우면했다. 금융감독 전반은 꽤 위축됐다. 소비자보호를 강조하면 금융산업 발전에 장애물을 얹는 ‘이단자’로 취급됐다.

결과가 번잡(煩雜)스럽다. 해외금리 연계 파생결합상품(DLF·DLS)사태로 금융권은 초상집 같다. 그런 상품을 판 금융사 경영자까지 책임을 물어야 한다는 목소리가 거세다. 당국과 금융사는 각종 규정·세칙을 찾아가며 처벌 수위를 놓고 밀고 당길 게 뻔하다. 신뢰는 산산조각 났는데 제 살 길 찾으려는 인간 본성의 ‘막장’을 봐야 한다.

예방책은 있었다. 금융사 지배구조법 개정안이다. 금융위원회가 작년 9월 냈다. 내부통제를 허술하게 해 큰 피해가 나면 금융사 임원을 제제할 근거를 넣었다. ‘물에 물 탄듯’ 집안 단속하는 관행을 끊도록 법적 불비(不備)를 메울 요량이었다. 국회가 게을렀다. 정치공방으로 1년 넘게 먼지만 쌓였다. 단명(短命)이 운명인 금융사 경영진에 이익내기 ‘올인의 판’을 깔아준 셈이다.

내부통제를 얘기하자면, 윤석헌호(號)는 더 안타까움을 느낄 법하다. 딱 1년 전 금융위 버전보다 촘촘하게 짠 혁신안을 도출했다. 글로벌스탠다드에 정통한 전문가들이 넉 달간 논의한 노작(勞作)이었다. 내부통제의 최종책임이 대표이사에게 있고 이를 느슨하게 해 금융사 건전경영이 어렵게 됐을 때엔 경영진 제재를 하자는 내용이었다. 폐기처분했다. 법 개정 권한없는 금감원이 ‘감놔라 배놔라’한다는 상급기관의 시선 때문이었다.

금융감독을 불신하고 흔든 대가가 불완전판매에 당한 피해자들의 눈물로 귀결됐다. ‘방관의 시절’은 잊고, ‘감독의 시간’을 윽박지르며 표변(豹變)하는 부류는 목불인견이다.

오르락내리락하는 경기순환곡선에 금융감독의 기조를 맞추는 건 난센스다. 운동경기로 치면 흐름을 끊는 경고 남발은 자제하되, 반칙엔 추상같도록 믿고 맡기는 원칙을 세워줘야 한다. DLF 사태 중심에 선 한 은행은 금감원 검사 직전 자료를 삭제한 걸로 드러나고 있다. 당국 기류에선 삭제 지시자를 끝까지 색출하겠다는 의지가 읽힌다.

금융사가 자율적으로 혁신하는 ‘책임혁신’ 분위기가 뿌리내리지 않으면 ‘숨기고, 쫓는’ 구태에서 한 발짝도 나아갈 수 없다. 신뢰를 먹고 살아야 하는 뱅커들이 요즘 사기꾼 소리를 듣고 있다. DLF 백서라도 만들어 경계로 삼아야 한다. ‘저울이 삶과 죽음 중 어느 쪽으로 기울지를 결정하는 건 가장 작은 낟알 하나’라고 찰스 다윈은 일찍이 기록했다. hongi@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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