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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일본 바로보기-최인한 시사아카데미 일본경제사회연구소장] 사무라이의 나라 독해법

일본은 ‘사무라이’(무사)의 나라다. 근대화와 산업화를 가져온 1868년 메이지유신의 주체 세력은 무사들이었다. 이들은 지방의 유력가문이 되었고 요즘 정치, 경제, 문화 등 권력자들의 상당수가 그 후손들이다. 실제로국회의원들의 25% 이상이 세습 의원이다. 아베 신조 일본 총리, 고노 타로 방위상도 명문가 출신이다. 2012년 말 취임한 아베 총리는 “현대 일본을 만든 메이지유신 주역들을 존경한다” 며 ‘강한 일본의 부활’을 국정 목표로 내걸었다. 사무라이 계급은 사라졌지만, 지배층의 뿌리는 ‘무사정신’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올 7월 시작된 ‘한일 경제전쟁’의 배경을 이해하려면, 일본의 역사와 문화를 알아야 한다. 지도자들의 ‘언어’에서 그들의 숨은 생각을 읽을 수 있기 때문이다.

아베 총리는 7월7일 “한국측이 말하는 것은 신뢰할 수 없다”고 언급했다. 한일 경제전쟁을 예측한 전문가들은 “신뢰할 수 없다”에 주목했다. 일본이 공식 대화에서 상대방에게 거의 사용하지 않는 표현이기 때문이다. 일본 전국시대에 “신뢰할 수 없다”는 선전포고와 같은 의미로 쓰였다.그 말을 들으면, 결백을 증명하기 위해 ‘할복’을 하거나 결투로 한쪽이 목숨을 내놔야 하는 엄중한 용어였다.

고노 타로 방위상(7월 당시 외상)도 한국에 대한 불만의 심정을 언어로 표출했다. 그는 7월19일 주일 한국대사를 만난 자리에서 “한국측 제안은 매우 무례해서 전혀 받아들일 수 없다”고 말했다. ‘무례’도 일상 생활에서 쓰지 않는 강한 어휘다. 평민에 대한 즉결처분권을 가진 사무라이들이 ‘무례’를 이유로, 하층민의 목을 베는 일도 벌어지곤 했다.

일본 지도자들의 거친 ‘언어’는 ‘한일 경제전쟁’이 장기화할 가능성을 보여주는 메시지다. 지난해 한국 대법원의 징용 배상 판결 직후 아베 총리는 관련 부처에 대한국 보복 조치를 준비하라고 지시했다. 그는 실무 부서에서 올라온 대책 가운데 가장 강한 조치를 채택했다. 한일간 맞보복이 잇따르면서 양국 모두 큰 피해를 입었다. 한국인 여행객 급감과 일본제품 불매운동으로 일본 기업들과 지자체들이 직격탄을 맞고 있다. 우리나라의 수출이 10개월 연속 줄어든 배경에도 한일 갈등 영향이 적지 않을 것이다.

한일 재계를 중심으로 양국 정치권에 갈등 해결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최근 변화 움직임도 없지않다. 아카바 가즈요시 국토교통상은 9월 말 ‘한일 축제 한마당’ 개회식에서 “한국은 일본에 문화를 전해준 은인의 나라”라고 말했다. 정부 2인자인 스가 요시히데 관방상은 북한에서 미사일이 날아온 10월 초 한국과의 군사정보 공유를 묻는 질문에 대해 “적절하게 연대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절제되고 변화된 발언이 나오고는 있지만 한일관계의 원상 회복까지는 갈 길이 멀다. 한국 대법원의 판결에 따라 일본 징용기업에 대한 자산 매각 일정이 올 12월로 다가왔다. 매각이 현실화할 경우 일본측은 강력한 추가 보복에 나설 게 분명하다. 한일 갈등을 풀 수 있는 남은 기간은 3개월 남짓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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