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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데스크 칼럼] 이기주 작가가 유튜버로 나선 까닭

얼마전, 광화문 교보문고에 들렀다가 우연히 밀리언셀러 ‘언어의 온도’의 이기주 작가를 만났다. 워낙 인터뷰나 외부 행사에 나서지 않는 작가여서 메일을 두어번 주고 받긴 했지만 얼굴을 맞대기는 유명해진 이후 처음이라 반갑고 좀 어색하기도 했다. 이 작가 역시 조심스러워하다가 이내 근황을 들려줬다. 1인출판사를 겸하고 있는 그는 글을 쓰고 책을 만들고 영업까지 바쁘게 생활하고 있다. 글쓰기는 기본이지만 생각이 고일 때까지 기다리는 편이라 서두르진 않는다. 시간나는 대로 서점을 방문해 책을 보고, 전국을 돌아다니며 새로 생긴 서점을 순례하는 것도 그의 일상 중 한 부분이다. 짬짬이 블로그에 글을 올리는 것도 잊지않는다.

그를 일약 스타 작가에 올려놓은 ‘언어의 온도’는 현재 152만부가 팔렸고, 지금도 한 달에 1만5000부씩 팔려나가는 스테디셀러다. 뒤 이어 나온 ‘말의 품격’도 50만부 나갔다. 그의 글은 편하고 쉬워 보이는 게 특징이다. 화려하거나 독특한 수사가 있는 미문은 아니다. 글의 소재도 주변에서 쉽게 경험하는 것들이다. 그러다보니 글 좀 쓴다는 이들은 애써 낮춰 보려는 경향도 있다. ‘제목발’이라고 말하는 이들도 있다. 그런데 그의 글이 그토록 많은 사랑을 받는 이유는 뭘까. 힘이 들어가지 않은 글, 모난 말, 날카로운 말 대신 담백하고 누구나 먹기 부담없는 흡수가 잘 되는 밥 같은 말의 힘이 아닐까 싶다. ‘

서점 순례자’라고 해도 지나치지 않을 만큼 그가 전국 지역 책방을 찾아 다니는 건 책이 있는 공간을 좋아하는 까닭도 있지만 무엇보다 독자의 손길이 닿는 책방에 가봐야 책의 현실을 제대로 볼 수 있기 때문일 것이다.

그런 그가 계획 하나를 들려줬다. 유튜브를 준비하고 있다는 얘기였다. 영상편집 공부를 하고 있으며, 이르면 연내에 유튜브를 오픈할 예정이라고 했다. 그가 유튜버가 돼기로 한 데는 최근 출판시장의 흐름을 무시하기 어렵다는 판단이 깔려있는 듯 하다. 요즘 서점가는 유튜버 파워가 만만치 않다. 유튜버 흔한남매의 ‘흔한남매’는 두 달 가까이 베스트셀러 1위를 차지하고, 시리즈도 베스트셀러 상위에 올라있다. 유튜버들이 번개를 치면 수백명의 팬들이 서점에 몰린다. 이 팬들은 엄밀히 말해 전통적인 독자가 아니다. 책을 좋아하지 않아도 책을 사고, 작가의 일거수 일투족에 반응하는 일종의 아이돌 팬덤처럼 움직이는 것이다.

최근 출판사들은 고민이 많다. 독자들을 읽어내기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베스트셀러를 봐도 흐름이 잡히지 않는다고 말한다. 아동 만화, 유튜버 이야기, 가벼운 에세이류 등 묵직함과는 거리가 먼 책들이 베스트셀러를 장식하다보니 힘이 빠진다는 얘기도 한다. 모험해봤자 좋을 게 없어 새 책 내길 꺼리기까지 한다. 그런데 종잡을 수 없는 속에도 자세히 보면 보이는 게 있다. 취향의 세분화가 이뤄지고 있다는 사실이다. 또한 3040세대가 독서 시장의 주류를 형성하고 있지만, 1020세대가 새로운 유행을 만들어내고 있다는 점이다. 이들의 특성을 잘 파악해 같이 가야 하는 건 자명하다. 출판사든 작가든 독자를 이길 순 없다. meele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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