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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버려진 순천 도심에 사람들 ‘유턴’
원도심 향동·중앙동 가보니…
유동인구 ↑·빈집 ↓·일자리도 ↑
“도시재생 희망의 증거” 환영속
“매입 없어 성공 말하기 이르다”
도시재생사업을 통해 탄생한 순천시 향동 청수골의 ‘청수정 마을카페’에 17일 손님들이 모여 점심식사를 하고 있다. ‘청수정 마을카페’는 1930년대 한옥을 리모델링해 주민들이 운영하는 마을기업으로 지역 일자리 창출에 기여하고 있다. [국토교통부 제공]

‘마을 잔치라도 난 건가…’

식당에 들어선 순간 뜻밖의 왁자지껄하고 바글바글한 풍경에 멈칫했다. 30여 좌석이 놓인 식당에는 앉을 자리없이 손님이 그득했다. 입구 옆 “대기표는 카운터에 있습니다”라는 안내 팻말을 보고서야 특별한 일이 아닌 일상임을 눈치챌 수 있었다.

국토교통부가 지난 17일, 기자단 팸투어를 통해 공개한 전남 순천시 향동의 ‘청수정 마을카페’라는 이름의 이 식당은 순천의 도시재생을 상징하는 공간이다. 1930년대 지어진 낡은 한옥을 리모델링해 주민들이 운영하는 마을기업으로 재탄생시켰다. 주민들은 협동조합을 꾸려 식당과 공방을 운영, 18명의 고용을 창출하고 매월 1200만원 가량의 매출을 올리고 있다.

이 식당은 현재 한국의 도시재생을 상징하는 공간이기도 하다. 순천 향동 일대는 지난 10여년간 전국 각지에서 진행돼온 도시재생사업 가운데 가장 두각을 나타내고 있는 곳이기 때문이다. 2016년부터 3년 연속 도시재생평가에서 최고 등급을 받았다.

순천의 구도심지인 향동은 1990년대 들어 순천 동부에 신도심이 조성되면서 인구가 급속도로 빠져나갔다. 불과 20여년 사이 인구가 절반으로 줄어든 바람에 상권이 쇠락하고 빈집이 늘어나는 등의 문제가 심각했다. 이에 순천시는 원도심을 되살릴 방안으로 향동과 중앙동 일대에 도시재생을 시작했고 2014년 본격화된 선도사업이 지난해 마무리됐다. 이 기간 200억원 재정을 투입해 에코지오 마을 만들기, 역사문화자원 경관 조명사업, 창작 예술촌 조성, 생활문화센터 영동 1번지 등을 추진했다.

성과는 수치로 증명된다. 빈 도심에 사람들이 하나둘 돌아오면서 빈집이 2014년 187동에서 지난해 7동으로 크게 감소했다. 그 자리에는 40여개의 사회적 기업과 70여개의 청년창업 점포가 들어서 156개의 일자리를 만들어냈다. 유동인구도 2015년 26만명에서 지난해 43만명으로 65% 늘었다.

고무적인 것은 민간의 자발적인 호응으로 이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좁다랗고 깔끔한 골목골목에 아기자기한 예술 공예 공방이 듬성듬성 들어선 모습은 유명세를 타기 전의 서울 북촌이나 경리단길을 떠올리게 했다.

여기까지 오는 일이 쉬운 일은 아니었다. 선도사업이 시작되기 이전부터 5년여간 도시재생에 대한 주민역량을 끌어올리기 위한 물밑작업을 했기 때문에 10년 가까이 걸린 셈이다. 현재는 생활예술공간으로 재탄생한 옛 승주군청을 놓고도 철거하자는 상가주민들과 존치시키자는 문화예술인들의 의견이 엇갈려 의견수렴에만 3년이 걸릴 정도로 사소한 하나하나가 ‘민간-공공-시민단체’의 소통이 필요했다. 외부에서 보기엔 ‘사업이 표류한다’고 쉽게 단정지을 수 있는 일이지만, 소통이 성과를 낸 경험들이 축적되며 공동체가 더욱 단단해진 점 역시 도시재생의 과실이다.

아직 성공이라 말하기는 이르다는 지적도 많다. 일대에서 공인중개사를 하고 있는 박기생 씨는 “도시재생 잘된다니까 견학온 학생, 공무원은 많지만 일반 관광객은 거의 없다”며 “임대료가 싸서 상가 임대수요는 간간히 있지만 집을 사서 살겠다는 사람은 없다”고 말했다. 다만 도시재생사업이 실질적 성과를 낸 사례가 드물어 실현가능성에 대한 의구심이 많은 상황에서 순천 사례는 희망을 가져도 된다는 하나의 증거가 되고 있다. 이곳 도시재생사업의 코디를 맡고 있는 모세환 지역공동체활성화센터 대표는 “처음 사업을 시작할 때 전주 한옥마을과 같은 관광지를 모델로 삼기는 했으나 주민 정주에는 적합하지 않다는 결론을 내렸다”며 “주민도 살고 있고 관광도 어우러지는 공간으로 방향을 잡고 있으며, 천천히 가더라도 제대로된 방향으로 가자는 취지에서 사업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순천=김성훈 기자paq@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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