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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광화문 광장-강태은 프렌닥터연세내과 비만클리닉 부원장] 명절에 필요한 말·맘·몸 다이어트

‘멍’절이란 말을 들어본 적이 있는가? 며칠 전 40대 남성이 추석은 명절이 아니고 ‘멍’절이라 표현하길래 무슨 말인지 도무지 이해할 수 없어 되물었다. 답변인 즉, 가족이 만나 상처를 주고받는 시간, 즉 가족의 가슴에 ‘멍’이 드는 시간이라는 거다.

결혼 11년째, 지금까지 스무번의 명절을 치렀건만 명절이 가까워지면 스트레스가 심해 속 편할 날이 없다며 답답한 속내를 털어놓았다. “장남의 역할을 똑바로 못한다. 조상을 잘 모셔야 집안이 성공한다. 며느리의 정성이 부족하다”, “어머님의 고집을 맞추며 살기엔 지쳤다. 내가 이 집안에 밥하려고 시집왔냐” 이젠 초등학생 자녀들마저 “이번엔 아무도 안 싸우면 안 돼? 다른 빨간 날엔 안 싸우는데 명절만 되면 싸우니까 할머니 집에 가기 싫어!” 라고 말하니 아이들에게도 체면이 말이 아니라는 거다.

실제로 필자는 명절 후 몸과 마음이 망가진 채 힘들어하는 이들을 많이 만난다. 형식과 체면을 둘러싼 갈등, 명절을 치러내는 경제적 부담으로 명절의 설렘은 찾아보기 힘들고 오랜만에 만난 가족 간엔 책임과 의무를 추궁하며 분열과 다툼이 일어난다. 결국 우울증, 불면증, 신경성 소화 장애는 물론 스트레스를 달래려 과식 또는 폭식으로 건강의 균형을 잃어간다.

가족은 세상에서 가장 든든한 내 편이 되어줄 사람들인데 왜 우린 서로의 가슴에 상처와 멍을 남기며 힘들어하는 걸까. 이에 다가오는 추석, 멀어져가는 가족소통에 확실한 전환을 만들고 내 삶의 질서를 올바로 잡아줄 말-맘-몸 3가지 다이어트를 제안해 본다.

우선 ‘말 다이어트’다. “취직 안 해?” “왜 그렇게 살쪘어?” “맛이 왜 이래?” 떠오르는 생각을 모두 뱉는 건 분명 불화의 씨앗이 된다. 일부러 취업에 떨어지는 조카도 없고, 살찌고 싶어 살을 찌운 고모도 없으며, 작정하고 음식을 망친 며느리도 없다. 필자의 지인 중에는 시댁 어르신이 무심코 던진 친정의 험담이 한이 되어 10년째 마음을 열지 않으며 사는 이도 있다. 칼에 찔리는 것보다 더 아픈 건 말에 찔리는 거다. 마음을 담은 추임새를 넣어 “에고 고생했어. 아이 수고했네. 어머 너무 맛있다” 내가 들어도 기분 좋아질 말만 선별하여 말하길 바란다.

다음은 ‘맘 다이어트’다. 삼촌부터 오촌까지 가족이 모인 한 자리엔 미묘한 신경전이 벌어진다. ‘아버님 표정이 왜 안 좋으시지? 시누이가 왜 저런 말을 하지? 왜 형님네 애들과 우리 애들을 차별하시지? 나한테 화나셨나? 날 무시하나?’ 머릿속 상상의 무대를 열고 일어나지도 않은 사건을 연출하며 자신을 비극의 주인공 삼아 불필요한 감정들로 에너지를 소진한다. 부딪히는 사람도 많은데 모든 상황에 예민하게 날을 세우면 마음은 바쁜데 되는 일은 하나도 없다. 출렁이는 마음의 파도에 끌려다니지 말고 맘의 분주함을 줄이며 평정심을 유지하길 바란다.

마지막으로 ‘몸 다이어트’다. 준다고 먹고, 심심하다고 먹고, 열 받는다고 먹으며 명절엔 많은 이들이 자신의 체중증가를 점쟁이처럼 예언한다. 예언은 현실이 되고 그 현실은 연말까지 이어져 살찐 몸과 망가진 혈관은 결국 당신이 떠안아야 할 내년의 숙제가 된다. “내가 살아봤는데 원래 추석엔 다 쪄! 어차피 너도 찔 거고 나도 찔 거야”

식탐과 게으름을 더해 살찌는 추석을 방관하지 말고, 체중증가를 적극적으로 방어해 살아온 꼬리표를 떼어내는 용기가 필요하다. 밥 먹고 송편 먹고 과일 먹고 맥주 마시며 위장운동에만 과부하를 걸지 말고 먹는 것은 귀족처럼, 움직임은 일벌처럼 하되 기나긴 연휴의 시간, 체중을 줄이고 내 몸을 젊게 만드는 전환의 기점으로 삼아야 한다.

이틀 후면 추석연휴가 시작된다. 고백건대 필자도 말로 상처를 받으면 맘을 다스리지 못한 채 분노의 상처를 음식으로 보상하며 내 몸과 맘을 상하게 했다. 맘이 혼란하면 체중이 늘어 자존감을 상실하니 뱉는 말에서 독설이 나왔다. 결국 말과 맘과 몸은 나를 드러내는 모든 것임을 깨달아가며 추석이 지난 어느 가을 밤, 모두의 가슴에 ‘멍’ 이 아닌 꽉 찬 한가위의 추억을 새기며 나를 지키고 든든한 내 편 또한 지켜내는 시간이 되길 소망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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