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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유동성풍부” vs “금융위기보다 위험”, ‘D의 공포’ 서울 집값 어디로…
-전문가 진단...단기 영향 없지만 중장기 살펴봐야
-‘유동성 풍부, 아직 버블 아니다’에 서울 집값 따로 움직여 ‘불안’ 반론도

최근 디플레이션에 대한 우려가 높아지고 있는 가운데 오름세인 서울 집값이 하락 전환할 지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사진은 서울 강남의 아파트 전경 [헤럴드DB]

[헤럴드경제=성연진·김성훈 기자] 지난달 사상 첫 ‘마이너스 물가’를 기록하는 등 전반적인 경기침체속에 홀로 상승세인 ‘서울 집값’의 향방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최근엔 아파트 청약 경쟁률이 200대 1을 기록하는 등 부동산 시장과열 움직임도 나타나고 있다. 이런 가운데 집값이 디플레이션의 영향을 받아 ‘마이너스’로 돌아설 지 여부에 대해 시장의 의견이 분분하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당장 부동산 자산 가격이 떨어지긴 어렵다고 입을 모았다. 다만 중장기적으로 경기침체 양상이 나타난다면 거래가 줄게 되고, 최악에는 1998년과 2008년의 집값 하락보다 더 심각할 수도 있다고 경고했다.

▶당장 서울 집값 떨어지지 않는다= 전문가들은 풍부한 유동성과 수요, 그리고 투자 심리를 들어 서울 집값이 ‘디플레이션’의 영향을 크게 받지 않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특히 단기적으로는 거의 영향이 없을 것이란 진단이다.

권대중 명지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디플레이션은 자산 가치가 있지만 유동성이 떨어져 파산하는 것인데, 현재 한국은행이 파악한 유동자금이 1100조원”이라며 “부동산 가격이 시장이 감당 못할 버블 수준은 아니다”고 판단했다.

특히 사람이 많이 모여 사는 대도시일수록 자산 디플레이션을 견딜 수 있다고도 전했다. 권 교수는 “서울은 주택 수가 가구 수보다 적다”면서 “호가를 낮추면 거래가 되기 때문에 장기적 저성장 지표 없이는 디플레이션을 나타내기 쉽지 않다”고 설명했다.

박원갑 KB 부동산 수석 전문위원도 ‘유동성’을 근거로 집값에 영향을 미치지 못할 것으로 내다봤다. 박 위원은 “마이너스물가가 경제활력 감소를 의미하게 때문에 시장 활력을 위해 현재 저금리 기조를 더 이어나갈 확률이 높다”면서 “저금리 상황은 부동산에 낙관적이기 때문에 하락전환은 어려울 것”이라고 내다봤다. 특히 서울 집값 상승세가 두드러진 상황에서는 ‘레버리지 효과(빌린 돈을 지렛대 삼아 이익 창출)’를 활용한 투자가 나타나기 때문에 부동산 시장의 금리민감도가 높아진 상황이라고 전했다.

각종 규제로 인해 투자 불안심리가 높아진 것도 향후 서울 집값의 하락 전환 가능성을 낮춘다고 덧붙였다. 박 위원은 “민간택지 분양가상한제 실시예고로 청약가점이 부족한 이들이 몰리면서 청약시장이 과열되고 재건축 규제로 신축 아파트 매매에 뛰어드는 등 규제와 반대로 시장이 움직이고 있다”면서 “공급이 줄어들 것이란 불안심리가 현재 시장에 영향을 미치고 있어 중장기 경기침체가 나타나지 않는 한 서울 집값이 떨어지기는 쉽지 않다”고 말했다.

▶“중장기 펀더멘탈이 문제, 2008년보다 위험” = 송인호 한국개발연구원(KDI) 경제전략연구부장도 “단기적으로는 집값에 영향이 없을 것”이라는 데에는 의견을 같이했다. 다만 그는 “중장기적으로 하락할 수 있다”는 데 더 무게를 실었다. 그는 “디플레이션은 국민 전반의 소비 심리를 대변하는 평균적 지표이며, 1~2년만 지속돼도 주택 시장에까지 전이될 수 있다”며 당장 내년에도 하락이 본격화될 수 있다고 내다봤다.

송 부장은 “일반적인 경기를 거슬러서 집값만 나홀로 성장한 경우는 없다”며 서울 집값이 경기 전반과 동떨어져 급격히 상승한 것에 대해 우려감을 드러냈다. 한국감정원에 따르면 현 정부 들어 2년 동안(2017.5.8~2019.8.26) 서울 아파트값은 9.44% 상승했다. 반면 경기도와 인천은 1% 미만 소폭 상승했고, 지방은 7.04% 하락했다. 이 기간 소비자물가지수 역시 1.64% 상승에 그쳤다. 실질국민총소득(GNI)도 2017년 2분기 443조5000억원에서 올해 2분기 453조3000억원으로 2년간 2.2% 올랐을 뿐이다. 이로 인해 중산층이 월급을 한푼도 쓰지 않고 모았을 때 서울 집한채를 마련하는데 걸리는 기간(PIR)은 KB국민은행 조사로 2분기 기준 10.8년까지 늘어났다.

권 교수와 박 위원이 시중유동성 과잉 덕분에 서울 집값이 유지될 것이라고 했던 것과는 달리, 송 부장은 “서울은 다주택자 보유율이 월등히 높고, 소득 등 근거가 뒷받침되지 않은 채 이유 없이 그냥 오른 유동성 장세”라며 ‘버블’에 가까울 정도로 많이 오른 만큼 꺼질 가능성도 높다고 봤다. 투자 수익이 나지 않으면 자금은 언제든지 빠져나갈 수 있다는 것이다.

송 부장은 디플레이션이 본격화된다면 1990년대 후반 IMF 외환위기나 2000년대 후반 미국발 금융위기로 인해 서울 집값이 하락했던 것보다 더 위험한 상황이 벌어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당시는 일시적인 유동성 위기였을 뿐 한국의 경제 펀더멘털 자체가 약한 것은 아니었는데, 현재는 잠재성장률이 하락하는 등 경제 기초체력이 약해지고 있다는 이유에서다. 송 부장은 “디플레이션이 집값 하락을 야기하고, 이것이 다시 경기 침체를 더욱 심화시키는 뇌관이 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yjsung@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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