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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설] 사상 첫 마이너스 물가에도 낙관론만 펴는 정부

소비자 물가가 사상 처음 마이너스로 떨어졌다. 소수점 한자리까지만 발표하니 8월 소비자물가는 0.0%로 나타나지만 그 아래까지 가보면 -0.038%로 1965년 통계작성 이래 첫 마이너스를 찍었다. 이제는 월별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아니라 상승하락률이라고 칭해야 할 판이다. 이젠 마이너스 지표가 놀랍지도 않다. 멀쩡한 시기에 나타난 1분기 마이너스 성장도 있지 않은가.

통계청은 지난해와 달리 양호한 기상여건 덕에 농축수산물 가격이 떨어지고 국제유가도 내린 영향이라면서 앞으로도 이런 ‘마이너스 물가’ 상황이 두세달 더 이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러면서도 “소비가 부진한 것도 일부 영향을 미친게 사실이지만 아직 디플레이션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한국은행도 이날 발빠르게 디플레이션 우려를 차단하고 나섰다. 최근 현상은 물가 하락이 광범위하게 확산되는 것도 아니고 공급 측 요인과 제도적 요인이 상당 부분 가세한 결과이기 때문에 디플레이션 징후로 단정하기는 곤란하다는 것이다. 물가 여건뿐만 아니라 경기상황, 자산시장 여건 등 보다 포괄적인 방식으로 디플레이션 발생 가능성을 평가하는 국제통화기금(IMF)의 디플레이션 취약성 지수(DVI)를 보면 한국이 2분기 중 ‘매우 낮음’ 단계에 있다고 소개하기도 했다.

통계청이나 한은 모두 연말에는 물가가 빠르게 반등하고 내년에는 높아질 것이라는데 의견을 같이하고 있다. 하지만 그래봐야 0%대 후반이다. 전년대비 상승률은 올들어 지난 1월 0.8%를 기록한 이후 계속해서 1%를 밑돌다가 이번엔 아예 마이너스가 된 것이다.

지금 디플레이션 논쟁을 벌일 이유는 없다. 과도한 불안감을 조장하기보다는 국민을 안심시키려한다는 의도도 인정한다. 중요한 건 올들어 이어지는 길고 긴 저물가 상황이다. 저물가가 안정된 물가는 아니다. 심지어 디플레이션으로 가는 길목이다. 현대경제연구원은 오늘날 저물가의 주요 원인이 수요부진인 점을 들어 ‘준디플레이션’으로 정의하기도 한다. 사실 한국경제는 각종 불안요인으로 인해 저성장·저물가·저금리 3저의 벽에 갇혀가고 있다. 적합한 정책이 필요한 시점이란 얘기다.

정부는 재정을 통한 경기진작과 초수퍼 팽창예산 이외엔 답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하지만 재정 역할론은 당연하고 불가피한 선택일뿐이다. 기업 기살리기가 병행되지 않으면 실효성을 기대하기 힘들다. 기울어진 노동시장을 바로잡아 기업하기 좋은 나라로 만들어야 한다. 그걸 실기해서는 안된다. 지금 저물가는 계속된 경고등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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