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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법조 이사람] ‘성룡’ 팬레터로 시작한 이주민 공익지원… 이현서 변호사
친구처럼 지내던 대만 중국어 선생님 통해 한국 사회 정착 어려움 목격
영화인 꿈꾸다 변호사로 진로 바꿔…“차별·혐오 발언, 사법 통역 문제 다룰 것”
이주민을 동등한 사람으로 보지 않고 ‘도구’로 여기는 인식 바뀌어야
이주민공익지원센터 '감사와동행' 이현서(29·변호사시험 5회) 변호사가 헤럴드경제와 인터뷰에서 이주민 지원 활동에 대해 말했다. [사진=정희조 기자/checho@heraldcorp.com]

[헤럴드경제=김진원 기자] “영화 ‘사형도수’를 6살때 보고 성룡 팬이 됐어요. 중국어로 팬레터를 써야겠다고 생각해서 초등학교때부터 대만출신 선생님이 운영하는 화교 학교에서 중국어를 배웠죠. 선생님 아들하고 친구로 지냈고요. 그런데 선생님이 한국에서 정착하는 과정이 어린 제가 봐도 너무 어려운 거에요.”

이주민공익지원센터 ‘감사와동행(감동)’ 이현서(29·변호사시험 5회) 변호사에게 중국어를 가르쳐줬던 선생님은 결국 학교 문을 닫았다. 이 변호사는 성룡에게 팬레터를 성공적으로 썼고, 외고 중국어과에도 진학했지만 그 선생님은 이후 경주 시내 중국집, 주유소 등지를 전전했다. 일제시대 지어진 학교 건물은 헐려 없어졌다.

이 변호사는 영화판에 뛰어들면서 학창시절부터 어렴풋하게 느낀 사회적 약자에 대한 감수성이 점점 커졌다. 영화 시나리오를 쓰기 위해 국어국문학과에 진학한 뒤 영화계에 발을 들였다. 독립영화 오디션도 봤다. 직간접적으로 제작에 참여한 영화도 6편 가량 됐다. 여기서 한국에 거주하는 외국인의 처우를 마주했다. 몽골 출신의 스태프가 출입국 문제로 어느 순간 현장에서 안보이게 된 것이다.

“활동을 계속 하면서 영화가 제 적성에는 맞는데 소질이 없다는 생각을 하게 됐어요. 소질도 맞고, 적성도 맞는 사람들을 도울 수 있는 일이 무엇이 있을까 고민했죠. 다행히 제가 공부에는 소질이 있어서 로스쿨을 진학하기로 마음을 먹었습니다.”

학교를 졸업하고 변호사시험에 합격한 시점과 맞물려 감동에서 채용 공고가 떴다. 이 변호사는 두 번 생각하지도 않고 지원했다. 연대 로스쿨 졸업자 중 첫 공익 변호사로 소정의 기금을 받긴 하지만 일하는 시간과 비교했을 때는 최저임금 수준에 불과하다. 그렇게 4년 넘게 이주민·난민을 위한 활동을 이어왔다.

이 변호사는 이후 농업 이주 노동자 문제, 폭력에 시달리는 결혼 이주 여성 문제 등에 천착했다. 한국인 남성에 살해된 태국인 여성 추티마 씨 사건을 지원해 유족을 돕기도 했다. 대한변호사협회는 이 변호사가 이주민에 대한 무료상담, 무료소송과 함께 이주민에 대한 잘못된 사회 인식 개선에도 애쓴 점을 높게 평가 하고 2017년 우수 변호사로 선정했다. 그렇다면 이 변호사가 생각하는 한국 이주민 정책의 문제는 뭘까.

“한국 사회는 이주민을 도구로, 착취의 대상으로 밖에 보지 않아요. 위험한 일을 한국 사람들이 안 한다? 외국인 노동자를 들여와서 쓰자. 농촌 저출산 고령화 심각하다? 이주 여성을 들여와서 해결하자. 이주민은 한국에서 동등한 인격체가 아닙니다. 이주민들이 한국 사회 경제에 얼마나 많은 역할을 하고 있는지도 생각하지도 않죠. 결국 제도도 이주민이 한국에 어떻게 잘 정착하는지가 아니고, 빼먹을 수 있는게 뭔지. 그리고 그들 나라로 돌아갈 수 있게 할 방법은 뭔지에 맞춰져 있어요. 제도에도 차별이 들어갑니다.”

이주민 지원 활동을 하는 이 변호사에 대한 사회 일부는 불편한 시선을 보내기도 한다. 감동과 이 변호사의 개인 번호로 이따금씩 발신번호 표시제한으로 전화가 걸려온다. 이주민에 대한 적개심을 이 변호사에게 풀어내는 전화다. 이 변호사가 소개된 언론 보도의 댓글에는 이따금씩 악플이 달린다.

“욕설 전화와 악플이 사기를 저하시키죠. 그런 일 자체가 아니라 지금 하고 있는 활동을 지속해 나가는데 더 많은 설득과 설명이 필요하다고 느낄 때 지칩니다. 돈을 벌기 위해서 하는 게 아니라 사회를 변화시키기 위함인데 제가 그런 설득을 할 수 있는 깜냥이 되는지 생각할때 어렵죠.”

그런 와중에도 이 변호사는 긍정적인 요소를 찾아냈다.

“지난해 제주도 예멘 난민 이슈가 뜨거웠죠. 그 전까지는 아무도 난민에 대해서 관심이 없었습니다. 아무리 떠들어도 저희끼리 하는 말이었다면, 이제는 조금씩 이주민들, 낯선 상황들에 대해 이야기를 하고 있어요. 올해부터는 차별과 혐오 발언, 사법 통역 문제 등을 다뤄보려고 합니다. 좋은 방향으로 나아가리라 생각하면서 기다리고 일을 할 겁니다.”

jin1@heraldcorp.com

이현서 변호사는 ▷연세대 국어국문학과 ▷연세대 로스쿨 ▷이주민공익지원센터 감동 ▷2017 대한변협 선정 우수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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