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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핀테크CEO 생각을 읽다⑥ - 황승익 한국NFC 대표] “농부도 스마트폰 있으면 카드결제 받아”
프리랜서·개인 간 중고거래 등
비사업자 카드결제 활용 ‘무궁무진’
당국에 더 전향적 규제완화 바람도

“여름 한 철 국도변에서 수박 파는 농부를 떠올려 보세요. 지나가던 차 한 대가 수박을 사려고 멈춰 섰는데 현금 없이 카드만 들고 있죠. 농부가 신용카드 단말기를 갖고 있을까요? 이렇게 사업자등록도 못하는 영세 자영업자분들에게 도움이 되고 싶습니다.”

황승익(46·사진) 한국NFC 대표의 말이다. 사업자가 아닌 개인도 스마트폰만 있으면 카드결제를 받는 시대를 연 황 대표를 최근 경기도 판교의 사무실에서 만났다.

한국NFC는 지난 5월 ‘스마트폰을 활용한 비사업자의 신용카드 거래’로 금융위원회 혁신금융서비스로 지정된 핀테크 업체다. 지난 14일 ‘페이앱 라이트’라는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앱)을 출시하며 비사업자 카드결제 서비스를 정식 개시했다.

황 대표는 “노점상 분들은 물론이고 개인 간 중고품 거래시, A/S 현장수납, 퀵서비스, 대리운전, 과외교습비, 용달, 농수산물 직거래·통신판매, 여행 가이드비, 임대료, 회비 수납, 더치페이 등 활용할 수 있는 사람들이 무궁무진하다”고 설명했다.

황 대표는 직접 스마트폰을 꺼내들고 사용 과정을 시연했다.

앱을 내려받아 회원가입하고 본인인증을 하면 거래 준비 끝. 판매 금액을 입력하고 결제 방식을 선택한다. NFC(근거리 무선통신) 결제를 선택했다.

기자가 건넨 신용(체크)카드를 스마트폰에 가져다 대는 순간 즉시 결제가 이뤄졌다. 별도의 단말기에 카드를 꽂거나 긁는 수고를 할 필요가 없고, 통신이 완료되기까지 기다리는 몇 초간의 시간도 필요없었다.

구매자 휴대전화 번호를 입력하면 문자메시지로 전자영수증이 발송된다. 웹 링크를 통한 온라인결제도 가능하다. 문자·카카오톡 메시지로 구매자에게 결제링크를 보내면 된다.

서비스 이용 수수료는 결제 건당 4%. 부가세 10%를 더하면 사용자가 떼는 실질 수수료는 4.4%에 이른다. 1만원 결제를 받으면 440원을 떼고 9560원을 받는 셈이다. 결코 적은 수준은 아니다.

황 대표는 이에 대해 “연 한도액이 2400만원인 영세 사업자들이 대상인 만큼 카드사 우대수수료율 적용을 요청했지만 현행법상 사업자가 아닌 개인이라 적용받지 못했다”며 “향후 우대수수료율을 적용받을 수 있다면 이용 수수료를 3% 이하까지 낮출 여력이 생길 것”이라고 아쉬움을 드러냈다.

그러면서도 기존 오프라인 카드결제 비용과 비교하면 자신들의 서비스 이용 가치가 충분하다는 자신감도 드러냈다.

그는 “통상 자영업자들은 우대수수료라고 해도 0.8~1.6%씩 카드사에 떼어주고, 부가결제사업자(VAN)에게는 포스(POS)단말기 할부금·통신료·전표용지·관리비 등으로 매달 몇만원씩 낸다”며 “반면 우리 서비스는 가입비나 사용료 없이 거래 당 수수료만 있다. 영세 자영업자라면 우리 앱이 오히려 나을 것”이라고 했다.

황 대표는 당국이 제시한 여러가지 부가조건에는 아쉬움을 표했다. “하나의 큰 규제를 풀어주면서 16개 작은 규제를 붙였다”며 웃은 그는 “카메라로 카드정보를 읽는 OCR 결제방식을 쓰려면 여신협회의 소프트웨어 인증을 받으라고 했는데 인증 기준은 이제야 마련됐고 갑자기 백신을 붙이라고 한다”고 어려움을 토로했다.

NFC결제는 후불교통카드 기능을 탑재한 카드만 가능해 대안인 OCR 방식이 필요한데 인증 때문에 서비스 출시가 지체되고 있는 것이다.

황 대표는 “해외에서는 금융소비자도 과실이 있으면 책임질 건 책임지게 하는데 우리나라는 금융소비자를 너무 갓난애로만 본다. 단 한 건의 사고도 절대 나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 온갖 대비책을 세우는 식”이라며 “기존 금융회사들은 몰라도 우리같은 핀테크 스타트업들에게는 그게 엄청난 비용이다. 모래 놀이터(규제 샌드박스) 안에 빗금을 긋는 일은 안 했으면 좋겠다”고 꼬집었다.

황 대표는 나름 독특한 이력의 소유자다. 1995년 대학 3학년 시절에 웹 포스팅 서비스 회사를 만들며 첫 창업을 했다. 이후 회사를 팔고 유명 IT커뮤니티 사이트였던 ‘케이벤치’를 인수해 운영하다 전두환 전 대통령의 아들 전재국 씨에게 되팔기도 했다. 이후 판도라TV 임원 등을 거쳐 NFC 특허를 가진 공동창업자를 만나면서 현재에 이른다.

황 대표는 한국NFC를 통해 ‘캐시리스(현금없는) 사회’를 꿈꾸고 있다. “정말로 영세해 단말기를 못 사는 분들이나 사업자등록 자체도 어려워하는 계층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들에게 도움이 되면 좋겠고, 개인 간 카드결제 서비스를 통해 진정한 캐시리스 사회가 올 것으로 기대합니다.”

배두헌 기자/badhoney@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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