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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레인 룸’ 부산현대미술관서 국내 첫 전시…‘랜덤 인터내셔널’ 오트크라스 인터뷰]“‘레인 룸’ 아이디어, 5초만에 탄생…실현엔 4년”
인공비 뿌리는 설치작품 ‘레인 룸’
현대미술에 ‘경험’ 요소 끌어들여
“기술은 예술실현 위한 도구로 사용
10년뒤, 현대미술의 트렌드 될 것”
뉴욕·상하이·LA서 연일 호평·찬사
전시장 입장 위해 8시간 넘게 대기도
폭우가 쏟아지지만 옷이 젖지 않는다. 쏟아지는 장대비 안에서 드는 다양한 생각은 관객의 몫이다. 2012년 런던 바비컨센터에서 처음 공개한 ‘레인 룸’이 마침내 한국에 왔다. 부산현대미술관(관장 김성연)은 15일부터 내년 1월 27일까지 해외특별전으로 아티스트그룹 랜덤 인터내셔널의 개인전 ‘아웃 오브 컨트롤’을 개최한다. [연합]

‘비 아래 서 있어도 젖지 않는다’, ‘당신이 내리는 비를 컨트롤 할 수 있다’, ‘신이 되는 경험’…

아트 앤 테크놀로지 분야에서 전세계적으로 각광받고 있는 아티스트그룹 ‘랜덤 인터내셔널(한네스 코흐 · 플로리안 오트크라스)’의 ‘레인 룸(Rain Room)’을 향해 쏟아지는 평가와 찬사는 눈부시다. 2012년 런던 바비컨센터에서 첫 설치를 시작으로 일반 대중으로부터 폭발적 호응을 얻은 ‘레인룸’은 이후 뉴욕 모마(MoMA·2013), 상하이 유즈 미술관(2015, 2018~), LA카운티뮤지엄 등에서 소개됐다. 연장 전시, 입장을 위해 8시간 넘게 대기한다는 소식은 랜덤 인터내셔널을 향한 또 다른 수식어에 불과할 정도다.

이 ‘레인 룸’이 부산에 상륙했다. 부산현대미술관(관장 김성연)은 지난15일부터 내년 1월 27일까지 해외특별전으로 랜덤인터내셔널의 레인 룸을 전시한다. ‘아웃 오브 컨트롤’이라는 제목의 전시엔 ‘레인 룸’과 ‘스왐 스터디’(Swarm Study)가 출품됐다.

헤럴드경제가 전시를 위해 방한한 랜덤 인터내셔널 그룹의 플로리안 오트크라스와 만났다. ‘기술을 예술을 위한 도구로 활용한다’는 그는 앞으로 많은 예술가들이 자신들과 같은 길을 선택할 것으로 내다봤다. 아래는 일문일답.

▶대표작인 ‘레인 룸’으로 한국을 찾았다. 부산을 선택한 이유가 궁금하다.

-반갑다. 한국에서 첫 전시를 부산현대미술관에서 하게 되서 기쁘다. 사실은 미술관쪽에서 먼저 제안을 줬다. 우리는 특정한 관객이 찾는 곳이 아니라 전 연령층이 그리고 미술을 좋아하는 사람부터 아닌 사람까지, 불특정 다수가 찾는 공간이라는 곳에 매력을 느꼈다. 우리 작품은 실현하기가 상당히 까다롭다. 공공기관에서 지원을 받기가 쉽지 않은데, 미술관쪽에서 적극적으로 나서주어서 한국에 관객들에게 선보이게 됐다.

▶방안에서 비를 내리게 한다는 아이디어가 처음 나오게 된 계기, 즉 레인룸의 탄생에 대해 이야기해달라.

-이건 5초만에 탄생한 아이디어다. 실현하는 데는 (믿지 못할지 모르지만) 4년이 걸렸다. 구현하기 이렇게 어려운 줄 알았다면 하지 않았을 것이다. 아니다 그래도 했을지 모르겠다(하하). 처음 아이디어는 높이가 있는 곳에서 잉크나 페인트를 떨어뜨리면 어떨까, 높이에 따라 그 모양이 달라질 것이고 공기의 영향도 받을 것이라는 것이었다. 이 아이디어 핵심은 잉크나 페인트를 컨트롤한다는 데 있다. 그러다 잉크나 페인트가 아니라 물이라면 어떨까 하는 방식으로 아이디어가 발전됐고 그러다 레인 룸이 탄생했다. 블랙박스에 가까운 조도도 어둡지 않으면 비를 볼 수 없어서다. 실제 비가 내릴때 하늘을 보면 빗방울을 볼 수 없지 않나.

▶연장전시는 물론이고, 레인 룸을 관람하기 위해 사람들이 줄을 선다.

-우리는 이 작품이 인기가 있을 것이라고 전혀 생각하지 않았다. 처음 아이디어를 현실화해서 어떻게 느껴지는지 보고싶다는 생각만 있었다. 2012년 바비컨센터에 설치 했을때, 공개하기 하루 전 날 전시장에서 한네스 코흐와 이런 이야기를 했다. “와 정말 마음에 쏙 드는데, 우리 말고는 아무도 안좋아 할 것 같아”라고. 그러나 상관 없었다. 이런 인기를 기대하지도 않았고.

▶레인룸’이 특별한 건, 현대미술에서 ‘경험’을 끌어들였다는 지점이다. 앞으로 미래의 미술은 어떤 형태가 될 것으로 예측하나.

-사실, 우리 작품을 보고 ‘아트’라고 사람들이 인정하는데 시간이 꽤 걸렸다. 처음 사진이 나왔을때, 사진이 예술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하지 않았던 것 처럼 말이다. 내 생각엔 10년정도 지나면 작가들이 우리처럼 작업을 하지 않을까 싶다. 우리 작업은 ‘도구’를 바꾸는 것일 뿐이다. 생각이나 의미를 바꾸는 것이 아니라.

▶랜덤 인터내셔널이 작업하는 방식과 비슷하게 간다는 것이 무슨 뜻인가

-우리는 기술을 예술을 위한 도구로 활용한다. 어떤 아이디어를 놓고 이를 현실화 하기 위해서 기술을 쓰는 것이다. 공학적으로 가능한지, 현재 기술로 가능한지를 파악하는 것만도 시간과 돈이 든다. 정말 ‘많이’ 든다. 현실화 하는 방식에 대해 이야기한다면, 우리는 아이디어가 생기면 그것을 발전시켜 PT를 한다. 펀딩을 받기 위해 투자자와 만나기도 한다. 그리고 이 아이디어가 가능한 것인지 모델도 만들어보고, 수정하는 과정을 수차례 거치고 난 뒤에야 작업을 완성한다. 우리처럼 작업하는 것이 미술계에선 일반적이진 않다. 그러나 수많은 벤처회사들이 이렇게 하고 있다.

▶그렇다면 이렇게 인큐베이팅 하고 있는 아이디어들이 많은가? 한 두가지 정도 미래작업에 대해 말해달라.

-100개도 넘게 있다(하하). 그러나 아이디어는 말 그대로 아이디어일 뿐이다. 이것이 현실화되는 건 전혀 다른 이야기다. 지금까지 우리의 작업은 사실 인간의 행동을 통해 인간을 이해하고자 하는 것에 있다. 레인 룸도 지구의 환경문제로 읽히기도 하는데, 사실 관객들이 어떻게 받아들이느냐 하는것 까지 우리가 강요할 순 없다. 특정 메시지를 강요하거나 혹은 관객의 해석을 부정하고 싶지 않다.

인간은 스스로 합리적 존재라고 주장하지만, 인간이 내리는 결정의 대부분은 감정적이다. ‘합리’는 이미 내린 결정과 행동을 합리화 하기 위해 동원된다.

자신의 삶을 통제하고 싶어하지만, 사실 이것은 불가능하다. 레인 룸도 ‘당신이 비를 컨트롤한다’고 홍보했는데 사실은 관객의 움직임이 비에 의해 통제된다. 아주 천천히 걸어가지 않으면 몽땅 젖는다. 에어컨처럼 편리한 인위적 환경에 의존한다는 것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인간이 그렇게 가지고 싶어하는 ‘통제’를 표현한 것이 레인룸이다. 앞으로 작업은 아직 진행중이다. 비밀이라 다 밝힐 순 없는데…인간의 생각이 순식간에 어떤 형태로 나타났다 사라지는 것, 먼지든 수증기든 그런 형태로 나타나는 작업을 진행중이다.

이한빛 기자/vick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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