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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세상속으로-신율 명지대 교수]조국 수석의 ‘말’
지난 번 ‘죽창가’ 발언 이후, 청와대 조국 수석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는 연일 세간의 주목을 받고 있다. 조 수석이 SNS를 통해 ‘애국과 이적(利敵)’, 그리고 심지어 ‘친일파’에 대한 정의까지 내리고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런 주목이 반드시 긍정적인 것만은 아닌 것 같다. 여기서 그의 주장이 맞다 틀리다를 논하려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그의 그런 마음은 충분히 이해한다. 단, 여기서 논하려는 것은 그의 발언 시점이 타당한가, 그리고 그의 발언이 어디를 향하고 있느냐 하는 문제다. 이 문제는 매우 중요하다. 왜냐하면 조국 수석은 그냥 일반인이 아니라, 청와대의 민정수석이기 때문이다.

과거 정권에서 민정 비서관을 지냈던 한 인사로부터, 민정 수석실이란 ‘암행어사’와 같은 존재여야 한다는 말을 들은 적이 있다. 즉, 암행어사처럼 자신들을 숨기고 임무를 수행해야 하는 것이 바로 민정수석실이라는 말이다. 그런데 요즘 조국 수석이 하는 것을 보면, 자신을 숨기기는커녕, 그 어떤 정치인들보다 주목받을 행동하고 있다. 자신을 숨기고 일을 해야 한다는 것은, 그래야만 민정수석실의 임무가 잘 수행될 수 있기 때문일텐데, 지금은 반대의 현상이 도드라지고 있으니 걱정되는 것이 사실이다.

지적하고 싶은 또 다른 측면은, 조국 수석의 메시지는 ‘우리나라 외부’를 향하고 있는 것이 아니라 ‘국내’를 향하고 있다는 점이다. 지금이 과연 국내를 향해 메시지를 말 할 때인가, 아니면 국내에 이견이 존재하더라도 일단 일본을 향해 일관된 메시지를 전할 때인가를 생각해 보면, 조국 수석의 메시지 방향이 시의적으로 적절치 않음을 금방 알 수 있다. 국내를 향한 메시지라는 인식을 주면 줄수록, 지금 우리가 겪고 있는 한일 간의 갈등 문제는 국내 정치적 사안으로 변질되기 십상일 뿐 아니라, 지금 정권이 한일문제를 국내 정치용으로 활용하려 한다는 오해를 받을 가능성마저 있다. 이런 오해를 받는다는 사실은 일본에 대항하는데 절대적으로 필요한 우리의 단합된 힘이 그만큼 훼손될 수 있음을 의미한다.

우리가 외환(外患)을 겪을 때 가장 필요한 것은 잘잘못은 나중에 따지고 합심해서 외부의 도전에 저항하는 것이다. 이런 맥락에서 박용만 대한상공회의소 회장의 “서로 비난하거나 갑론을박을 할 시기가 아니다. 최선을 다해 대통령을 도와야 할 때”라는 언급은 지당한 말이다. 조국 민정수석도 박용만 회장의 이런 발언에 대해 ‘존경’한다고 말했다. 그런데 ‘존경’한다면서 조 수석은 “애국이냐 이적이냐”라는 이분법적 사고를 주장하고 나섰다. 박용만 회장은 내부적으로 서로 싸우지 말고 합심해서 지금의 난국을 극복하자고 말 했는데, 조국 수석은 그런 말을 한 당사자에게 존경을 표하면서도 자신들과는 다른 생각을 하고 있다고 간주되는 국내 세력을 ‘꾸짖고’ 있으니, 어떤 의미에서 존경한다는 것인지 정말 당혹스럽다.

그렇기 때문에 설령 조국 수석의 주장에 100% 동의한다손 치더라도, 지금 이 시점에서 그런 주장을 하는 것이 적절한 것인가를 생각할 때는 그렇다고 말하기는 힘든 것이다. 거기다가 조 수석은 이제는 “문재인 정부는 국익 수호를 위해 ‘서희’, ‘이순신’ 역할을 함께 수행하고 있다”는 주장을 하고 있다. 구체적인 과정이 가시화되고 있지 않은 상황에서 자꾸 의지만을 강조하는 것은 지금 상황의 위중함을 생각할 때 큰 의미를 부여하기는 힘들다고 생각한다. 현재 정부가 그런 노력을 하고 있다하더라도 그것을 국민들에게 계몽시키려고 하지 말고, 결과를 보여주면 된다는 생각을 가지고 조용히 전략을 펴면 되기 때문이다.

당국자가 아닌 개인이라면 어떤 주장도 할 수 있다. 하지만 청와대 수석은 일반인이 아니다. 일반인은 분노의 표출로 자신들의 책무를 다했다고 할 수 있지만, 민정수석을 비롯한 청와대 공직자들은 일본에 대한 전략에 몰두함으로서 자신의 역할을 다해야 한다. 그래서 권력의 핵심인 청와대 당국자라면 당연히 이런 측면까지 고려해서 신중히 발언해야 하는 것이다. 뿐만 아니라 이제는 상대를 내치는 발언은 자제하고 국민의 힘을 한데 모으는 역할을 했으면 하는 바람이다. 그런 차원에서 발언을 신중히 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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